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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60분' 민중의 지팡이는 왜 오늘도 고통스러워야 하나

민중의 지팡이 경찰. 대한민국은 안정적인 치안을 유지하는 것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지만 정작 경찰의 격무와 스트레스에 대한 대비책은 미비한 실정이다. 26일(수) 방송되는 KBS2 ‘추적60분’이 친절함 이면에 담긴 경찰의 말 못했던 스트레스를 담아낼 예정이다.

2014년 7월 25일 오후 1시경. 충남 아산의 모 지구대 인근 아파트 주차장에서 싸움이 벌어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당시 현장에는 한 부부와 만취 상태의 남자가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현장에 출동한 박 모 경위와 유창호(가명) 경위는 남자에게 음주 측정을 요구했다. 사건 처리에 불만을 품은 남자는 흉기로 박 경위의 목을 찔렀고, 그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사망했다.

사진=KBS




제작진은 수소문 끝에 유 경위를 만나 이후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힘겹게 말을 꺼낸 유 경위는 그날 이후 극심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고 했다. 그는 “칼로 목을 도려내는 것 같아 한 달 넘게 수염을 못 깎았다. 세수를 하면 피가 흐르는 것 같아 세수조차 하지 못했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유 경위는 고통스런 기억과 동료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렸다. 사건 이후 유 경위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진단을 받았다. 매일 밤 유 경위의 꿈에는 자신을 쳐다보는 박 경위과, 흉기를 들고 달려드는 범인이 나타났다. 결국 그는 2차례 자살을 시도했다.

2013년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스트레스가 높은 직업 1위는 ‘경찰관’ 이다. 교대 근무의 고충, 긴장 상태의 밤샘 근무, 불규칙한 생활, 스트레스를 해소할 여유조차 없다. 그들이 격무에 얼마나 시달리는지 지구대의 24시간을 취재했다.

경찰관들은 민원인과 주취자에게 멱살을 잡히거나 욕설을 듣고, 폭행을 당하는 등 상당히 취약한 환경에 놓여 있었다. 제작진은 지구대 경찰관의 우울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작업장에서의 폭력과 폭언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사건사고가 많은 지구대 한 곳을 선정해 설문조사를 실시해 충격적인 결과를 얻었다.

세월호가 침몰하던 날, 한 경찰의 삶도 바뀌었다. 故 최성협 경감은 인양된 시신의 신원을 파악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하루에도 수십 구씩 올라오는 시신을 수습하는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희생자 가족들을 진심으로 위로하고 살뜰히 챙겼다. 하지만 정작 그는 자신의 슬픔을 말할 곳이 없었다. 결국 故 최성협 경감은 진도대교에서 스스로 몸을 던졌다.



사진=KBS


지난 5년간 경찰관의 사망 통계를 분석한 결과, 자살한 경찰관은 총 106명으로, 순직한 경찰관의 숫자(83명)보다 무려 23명이 더 많았다. 올해 8월까지 자살을 택한 경찰관은 총 20명으로 가장 많은 원인은 우울증이었다.

처참한 살인사건, 대형사고 등 충격적인 현장과 죽음을 자주 목격해야하는 직업의 특성상 많은 경찰관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었다. 심할 경우 우울증으로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경찰청은 전국 4개 지역에 ‘경찰 트라우마 센터’를 설립해 경찰관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 치료에 적극 나섰다. 하지만 경찰 인력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예산에, 트라우마 시설은 물론 인력 확충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경찰의 외상 후 스트레스로 인한 문제는 물론 조직문화와 사회 인식의 변화, 국가적 지원 등 실효성 있는 대안은 무엇인지 모색할 KBS2 ‘추적60분’은 26일(수) 밤 11시 10분에 방송된다.

/최상진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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