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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쓰리고]수능특집-1 엿찹초 선물 3종세트, 질리지 않니?

선물의 비극은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생각 차이에서 기인한다. 선물을 준비하는 사람은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없으니 무난한 선택을 하고 선물을 받은 사람은 딱히 그 물건이 필요 없어도 선물이니 감사의 표현을 해야 한다. 주는 사람 좋고 받는 사람 좋은 이상적인 그림은 사실 선물의 세계에는 별로 존재하지 않는다.





이 역설적 상황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이라는 일생일대의 사건을 두고 더욱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매해 수능이 인생에 있어 마지막이어야만 한다는 모두의 기원 속에 온 일가 친척뿐 아니라 처음 본 사람마저도 수험생에게는 선물을 줘야 한다는 의무감에 휩싸이고 만다. 비극은 여기서 발생한다. 대부분의 인맥은 그 수험생과 그다지 많은 교류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엿·찹쌀떡·초콜릿이라는 모범답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엿·찹·초. 마치 버뮤다 삼각지대 같은 이 오묘한 선택지는 종종 수험생들의 고통이 되기도 한다. 무릇 같은 음식을 반복해 먹다 보면 질리기 마련이다. 설상가상인 것은 수험생들을 향해 쏟아지는 이 삼각편대는 하나같이 달다. ‘뇌는 당을 에너지원으로 삼으니 수험생에게는 단 것이 좋다’는 당신의 사려 깊은 생각이 빛을 발하기도 전에 수험생들은 혀가 타들어 가는 고통에 빠지고 만다. 그러니 자신의 선물이 수험생의 간식이 아니라 곰팡이의 밥이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그러면서도 수험생의 뇌 건강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면 다음을 추천한다.

뇌 닮은 견과류는 뇌에 좋다더라. 호두가 듬뿍, 삼순이 호두 파이

One go! 일단 씹고!

선물을 건네는 사람은 으레 수험생보다 나이가 많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늦어도 20대 초반일 수험생이 ‘꼬꼬마 입맛’의 소유자라고 착각해 단 것을 좋아할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곤 한다. 하지만 잊지말자. 이들은 ‘어른의 징표’인 주민등록증을 받은 성인이다. 의외로 단 것을 안 좋아하는 수험생들이 많다. 단 것을 좋아하더라도 엿·찹·초를 선물해줄 이들은 이미 많다. 올해는 수험생에게 호두파이를 선물하자.

삼순이 호두파이는 대부분의 주문을 전화로 직접 받는 탓에 불편하다. 서초구 반포동에 있는 본점에서 직접 구매할 수 있지만 바쁜 현대인이 친히 점포에 방문해서 사기는 쉽지 않기에 독자들의 마음을 헤아려 보기 위해 전화로 주문했다. 직접 해보니, 그 흔한 인터넷 주문도 없다는 점은 좀 아쉽다.

이 집은 호두파이를 직접 구워 소규모로 판매하는 특성상 택배로 배송해준다. 당일 배송비는 6,000원, 익일 배송비는 4,000원이다. 파이 값 외에 택배비까지 든다는 점은 다소 부담스럽다. 택배 배송의 특성상 월요일 배송은 당일 배송만 가능하다는 점도 흠이라면 흠이다. 일정상 월요일에 받기로 고집했더니 2,000원 더 냈다. 조금 아깝다.

도착한 삼순이 호두파이. 파손을 막기 위한 뽁뽁이가 보인다. /정가람 기자


Two go! 화끈하게 빨고!

장기를 닮은 음식을 먹으면 효과를 본다는 속설이 있는데, 호두에 잘 맞는 말인 것 같다. 호두에는 뇌세포의 주요 구성 성분인 오메가3 지방산이 다량 함유돼 있어 기억력 증진에 좋다고 한다. 특히 수능이 코앞에 닥친 수험생들은 대학에 가야 한다는 압박에 정신이 반쯤 나가 피골이 상접하기도 하는데, 호두는 신경쇠약 증세에도 도움을 준다고 한다. 소화가 잘 돼 수능 전 배탈로 고생할 염려도 없다.

저것 봐, 뿡뿡아! 저 수험생은 소화가 잘 되는 모양이야! /자료=구글


무엇보다 안 달다. 조금도. “일체의 설탕, 방부제, 광택제 등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소개 글처럼 ‘파이’라는 상식을 호두 껍데기 까듯 박살 내기에 충분한 맛이다. 거무스레한 파이 필링은 흑설탕인가 했지만 옥수수 전분이라고 한다.

까만 필링은 흑설탕이 아니라 옥수수 전분이다. /정가람 기자


그런데도 맛있다. 호두가 잔뜩 들어간 필링은 ‘호두 모양의 팥 과자’와는 차원이 다른 고소함을 선사한다. 달지 않아 쉽게 물리지도 않는 탓에 입안으로 계속 들어간다. 직접 손으로 작업한 파이 반죽부터 필링까지 만든 사람의 정성이 가득 들어가 있으니 한 입 베어 물 때마다 즐겁다. “달지 않고 촉촉하며 고소하고 부드럽고 파삭파삭함” 주인장의 설명은 틀리지 않았다.

삼순이 호두파이 단면. 보다시피 호두가 가득 차 있다. /정가람 기자


파이를 베어 물면 호두 맛만 나지만 입 안 가득 퍼지는 호두 향이 싫지 않다. /정가람 기자


그래도 단 걸 줘야겠다면 꿀을 주자. 꿀타래

우리 뇌는 입이 고급이라 포도당 외에는 에너지원으로 삼지 않는다. 우리가 주 에너지원으로 섭취하는 녹말은 장에 도착해야 포도당으로 분해되기 때문에 뇌의 에너지원으로 쓰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동안 엿과 초콜릿이 수험생 선물로 애용됐던 이유도 각각이 함유한 맥아당과 백설탕이 포도당으로 분해되는 시간이 녹말보다 짧기 때문이다. 하지만 엿은 치아에 쉽게 끼고 달라붙는 성질이 있어 먹기 힘들고, 초콜릿은 예전부터 여드름의 원인이 된다는 의심을 받아왔다. 사실 꿀이 몸에 좋은 당분이기는 하지만 비싼 데다가 선물용으로 만들어진 꿀 제품이 없어서 항상 수험생에게 줄 만한 음식으로 꼽히지는 못했다.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에게 인기를 끌었던 꿀타래를 선물해보는 것은 어떨까. ‘언제적 꿀타래야?’ 싶겠지만 그동안 꿀타래도 짝퉁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해왔다. 진화한 꿀타래로 성적 진화를 기원해보자.

One go! 일단 씹고!

꿀타래가 인기를 끈 때는 2000년대 말에서 2010년대 초. 당시에는 지상파 예능과 주요 일간지에도 소개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짝퉁도 많아졌다. 너도나도 꿀타래를 팔겠다고 나서면서 노점도 많아졌고 일본어 호객행위도 많아지면서 명동을 찾은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적도 많았다.

“짝퉁이야” 명동 유니클로 빌딩 뒤에서 ‘진짜’ 꿀타래를 만들고 있는 김 사장님은 기자가 들고 있는 꿀타래 상자를 보고 대뜸 말했다. 이제는 꿀타래가 많이 잊힌 탓에 노점을 찾는 데 30분이 넘게 걸렸음에도, 처음으로 찾은 곳조차 ‘짝퉁’이었던 셈이다. 심지어 가격도 2,000원이나 비싼데다가 품질도 현저하게 떨어졌다. 진짜 꿀타래를 파는 원조 가게는 어디에 있는 걸까. 지금부터 찾아가도록 하자.

꿀타래를 만드시는 김 사장님. 다른 곳에서 사온 꿀타래를 들고가면 “짝퉁”이라고 말해준다. /변재현 기자


Two go! 화끈하게 빨고!

사실 뭐가 가짜면 어떻겠는가, 맛이 있으면 그만이지. 진짜가 짝퉁보다 맛이 없으면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는 법이다. 하지만 서울 명동 유니클로 뒤편에서 원조가게를 찾고는 ‘이래서 원조를 찾는구나’ 싶었다. 앞에서부터 ‘진짜, 진짜’거렸던 것은 품질의 차이가 크게 나기 때문. 비법은 바로 콩가루다. 이 가게의 사장 ‘김 사장님’의 꿀타래는 노르스름해 보기에도 다를뿐더러 꿀만 들어간 다른 제품보다 훨씬 고소하다. 꿀타래가 한국인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통념을 깨기 위한 사장님의 한 수인 셈. 첫맛은 그윽하게 퍼지고 나중에 단맛이 뭉근하게 올라오니 쉽게 질리지도 않는다.



사장님의 비법인 콩가루. 다른 집에서 덧가루로 묻혀주는 백색 가루와는 다르게 고소하다. /변재현 기자


짝퉁 꿀타래(왼쪽)와 진퉁 꿀타래. 크기부터 다르다./정가람 기자


반을 갈라보면 이유가 분명하다. 짝퉁은 소가 부족하고 진짜는 실하다. /정가람 기자


짝퉁 꿀타래는 옆구리도 터져있다. /정가람 기자


진짜는 선물용 박스도 있다! 이 박스에 꿀타래를 받으면 성적이 오를 것만 같지 않은가! /변재현 기자


누에고치처럼 생긴 꿀타래는 진짜 꿀로 만든다. 꿀과 옥수수 전분을 반죽해 1줄을 2줄로, 2줄을 4줄로 계속 늘려 1만6,000개 가닥으로 얇게 만든다. 덧가루를 묻혀 뭉치지 않게 한 다음, 안에 소를 넣으면 완성된다. 대단한 정성이다.

보슬보슬하게 실처럼 뭉쳐져 있는 실타래. 덧가루가 있어서 손에 묻지 않고 입 안에서 부드럽게 녹는다. /정가람 기자


안을 쪼개면 견과류 고물이 가득 들어있다. 깨·땅콩 등 다양한 견과류가 한데 섞여있어 층층마다 다른 고소함이 재밌다. /정가람 기자


Three go! ‘추억을’ 맛보고

2017학년도 수능을 볼, 27살의 내 친구에게(‘뜬금 없음’ 주의)

벌써 8년, 네가 나와 함께 첫 수능을 보았을 때로부터 시간이 이렇게 지났다. 열여덟 살에 같은 반에서 만나 열아홉 한 해 동안 학교에서 너를 매일 봤다. 고3 생활이 으레 그렇듯이 집에서는 잠만 자고 학교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며 너와의 정이 참 돈독해졌던 것 같다. 지금까지 너와의 교류를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아마 그 한 해 동안 너와 쌓인 추억이 우리 사이에 있어 단단한 토양이 되어줬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8년 후, 너는 다시 수능을 보겠다고 했다. 10년 가까운 세월을 너와 알고 지냈는데, 나는 감히 네 뜻을 추측하기도 힘이 든다. 지금 다시 수능을 보겠다는 너의 그 마음이 무엇인지. 청운의 꿈이 아직도 푸른 것인지, 가족에게 실망감을 안기기 싫은 것인지, 마침내 성공한 너의 모습을 보이고 싶은 것인지. 아니다, 나는 또 너의 마음을 재단하려는 실수를 범한 듯하다.

“올해가 마지막”이라고 했던 너에게 나는 ‘마지막 응원’으로 8년 전의 나를 이야기하기로 했다. 8년 전의 너를 생각하면 19살의 꿈을 다시 돌이킬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 나는 지금도 너의 마음을 오롯이 알 수는 없기에 19살의 너도 헤아리지 못한다. 그래서 ‘나를 되짚는다면 너도 스스로를 헤아릴 수 있지 않을까’하는 마음이 들었다.

2008년 11월 13일, 200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 내 머릿속에는 시험을 잘 봐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다만 노력한 만큼도 못 보면 치열하게 노력했던 한 해가 의미가 없어질 것 같아 딱 그 정도만 보면 손해 볼 일은 없겠다 싶었다. 호두죽 도시락을 들고, 집 앞까지 마중 나오신 어머니께 말씀드렸다. “노력한 만큼만 보고 올게요.”

‘잘 보겠다’는 말 대신 이 말을 던진 나 스스로를 참 조숙하다고 여겼는데 지금은 참 시건방진 말이었구나 싶다. 나의 노력을 무엇으로 측량할 수 있는가. 애초 나는 열심히 했던 것일까. 지금 당장 물어보면 대답하기 힘들다. 당시 나는 열심히 했다는 데 의심이 없었고 그래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굳게 믿었던 게 아닐까.

무언(無言)이 가장 솔직한 말일 것이라 생각한다. ‘잘’, ‘열심히 한 만큼’ 보겠다는 것도 교만인 것 같다. 그저 아무런 말도 욕심도 없이 정해진 시간에 나의 모든 것을 쏟아놓고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가장 정직한 결과가 아닐까.

쓰고 나니 너는 나의 편지를 ‘이제 그만 도전을 마치라’는 강권으로 읽을 수도 있겠다 싶지만, 사실 나는 오는 17일 수능에 네가 모든 것을 펼칠 수 있기를 바란다. 내가 아는 것도 있다. 너란 사람은 지금의 도전만으로도 충분히 멋있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친구야, 네가 대학으로 빨리 가버렸으면 좋겠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주문 방법: 삼순이 호두파이는 인터넷에 검색하면 전화번호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진짜 꿀타래를 파는 점포는 명동 유니클로 빌딩 뒤편에 있다.

명동 유니클로 빌딩 위치. /자료=네이버


**가격: 삼순이 호두파이 소 5,000원 중 9,000원 대 1만7,000원

꿀타래 땅콩 맛 등 기본 메뉴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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