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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시장 뒤집어보기]논란의 IFC 매각 종결과 무기력한 서울시

실패한 여의도 동북아 금융허브 정책

이명박 前 서울시장이 만들고 박원순 시장은 무관심

리테일과 호텔 조기 매각 가능성도 있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 매각이 종료됐다. 18일 부동산금융업계에 따르면 IFC를 인수하는 글로벌 대체투자운용사 브룩필드는 지난 17일 잔금 지급을 완료했다. 더그 티민스 AIG 글로벌부동산 사장도 이날 공식 보도자료를 내고 “IFC서울을 훌륭하게 조성 및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준 서울시와 투자자를 비롯한 많은 분들께 감사 드린다”며 “글로벌 대체투자자로서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브룩필드 자산운용이 서울시의 훌륭한 파트너로서 IFC 서울의 가치를 한 단계 더 높여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총 인수가는 2조 5,000억원 초반대다. 미국 달러화로 거래되어 환율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애초 거래 구조가 복잡해 매각 일정이 다소 늦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으나 결국 예정됐던 17일 거래가 완료됐다. ★본지 7월 15일자 1·2면 참고

IFC는 지난 2012년 완공됐으며 전체 다섯 개 건물 중 오피스 세 동과 리테일은 올 1월 1일부터 매각할 수 있도록 서울시와 계약이 되어 있었다. 이에 IFC 소유주인 AIG는 작년부터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회사 이스트딜시큐어드를 매각자문사로 선정하고 매각 작업을 시작했다.

이번 IFC 매각은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거래 기록을 갈아치웠다는 점도 눈길을 끌지만 정부와 서울시의 ‘금융허브’ 육성 계획이 얼마나 실체가 없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점에서도 주목해야 하는 프로젝트다. 특히 매각과정에서 보여준 서울시의 태도는 앞으로 시가 추진하는 정책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도 있다.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전경./서울경제DB




실패한 여의도 동북아 금융허브 정책과 퍼주기.. 계속되는 논란

거래가 완료됐지만 뒷맛이 개운치는 않다. IFC는 일반적인 서울 도심의 오피스 건물 매각과는 분명 다르기 때문이다. 그 차이를 이해하려면 IFC가 어떤 배경에서 세워졌는지를 알아야 한다.

IFC 개발은 당시 정부와 서울시가 추진하던 여의도 동북아 금융허브 육성 정책의 일환으로 시작됐다. 이 덕분에 AIG의 IFC 투자는 각종 혜택 위에서 이뤄졌다.

우선 이명박 전 서울시장 시절 서울시는 AIG와 계약을 맺으면서 공사가 진행되는 2006년부터 2010년까지 5년 동안 땅을 무상으로 제공했다. 또 완공 후인 2011년부터 2017년까지는 법정 최저임대료인 공시지가의 1%만 받고, 2018년 이후부터 나머지 금액을 정산하는 형태로 계약을 맺은 것도 논란거리다. 이 때문에 AIG가 사업 초기 임대료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아 외국계 금융기관 유치에 공을 들이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99년간 토지 임대를 보장하고 이후에 건물을 기부채납 하게 한 것도 과도한 혜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99년 후에는 건물이 노후화되어 사실상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러한 계약은 입찰이 아닌 수의계약 형태로 이뤄졌다. 만에 하나 입찰을 했을 경우 서울시가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을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혜택들은 현 시점에서 ‘특혜’로 비춰진다. 동북아 금융허브 계획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현재 IFC 오피스 세 동에는 외국계 금융사들이 여럿 입주해 있지만 IFC를 동북아 금융허브로 생각하는 이는 거의 없다. 기존에 한국에 없던 외국계 금융사들이 이전해 온 사례가 거의 없는데다 현재 입주해 있는 기업들도 정부와 서울시의 동북아 금융허브 정책 취지에 부합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IFC를 둘러싼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는 투자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당초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이 어떤 식으로든 IFC에 투자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으나 결국 투자를 포기했다. 또 최근 대출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주택도시기금의 경우도 투자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교통부 측은 “투자 제안이 들어오긴 했는데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어 고민”이라고 밝혔다.

이명박 前 서울시장이 추진하고, 박원순 시장은 무관심..무기력한 서울시의 책임 회피





동북아 금융허브 정책의 실패와 IFC 매각과 관련된 먹튀 논란은 서울시가 자초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여러 혜택과 함께 높은 수익률이 기대되는 프로젝트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문제는 서울시가 외국계 금융기관 유치 실패 시 대응할 수 있는 어떤 조건도 걸어두지 않았다는 것이다. 허술하기 짝이 없는 계약이었다. 애초 서울시는 IFC를 AIG와 공동운영하는 합작투자방식으로 추진하다가 나중에 사업 전권을 사업자에게 넘기는 임대방식으로 변경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지난해 한 법무법인에 의뢰해 대응 방안을 검토했으나 법적으로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매각 작업이 본격화되고 특혜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난 이후에도 서울시는 책임 회피와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작년 말 서울시 투자유치과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AIG 홍보를 맡고 있는 버슨마스텔러 코리아 측에서 매각 사실을 부인했으며, 매각은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알고도 외면했는지 정말로 몰랐는지는 확인하기 어렵지만 어느 쪽이든 모두 심각한 문제다. 알고도 외면했다면 책임 회피이고 서울시에서 그나마 시장과 가까운 투자유치과가 몰랐다면 무능력을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IFC 특혜 논란과 관련해 서울시는 “현 시점에서는 특혜로 볼 수 있지만 그 당시에는 어쩔 수 없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 같은 서울시의 태도를 보고 있노라면 그 어쩔 수 없는 일들이 지금도 반복되고 있지 않을지 우려스럽다. 또 IFC 매각과 향후 대응 방안에 대해서는 “AIG와 협조를 할 계획이다”는 말만 반복했다. 하지만 매각 당시 복수의 매각관계자들을 취재한 결과 서울시는 AIG와 거의 만나지도 않았고, 적극적인 문제 해결 의지도 보여주지 않았다. 또 계약 당시 책임자나 이명박 전 시장을 조사해 볼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IFC 추진 과정에 정통한 업계 한 관계자는 “IFC 프로젝트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당시 대선을 앞두고 추진했던 프로젝트”라며 “IFC에 대한 특혜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추진 과정을 상세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IFC 프로젝트를 통해 서울시가 얻은 게 없다”며 “정치인들이 추진하는 프로젝트에 대해 실무자들이 정책을 면밀하게 검토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시 해외자본에 인수된 IFC, 앞으로 어떻게 운영될까

IFC 매각은 당초 해를 넘길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워낙 큰 프로젝트였기 때문이다. 매각 작업 초기에도 국내에서는 인수자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실제 매각 측에서는 해외투자자를 중심으로 매각을 추진했다. 새 주인이 된 브룩필드를 비롯해 블랙스톤·싱가포르투자청(GIC)·중국투자공사(CIC)·인베스코 등 글로벌 투자자들이 입찰에 참여했다. AIG에서 브룩필드로 주인이 바꼈지만 현 시점에서 IFC가 동북아 금융허브가 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한국 정부와 서울시의 금융허브 정책은 지역 이기주의와 현실성 없는 정책으로 사실상 방치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브룩필도도 AIG와 마찬가지로 최대한 자산 가치를 끌어올린 다음 일정 시점이 지난 후에 매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미 현 시점에서도 오피스에 비해 매력이 떨어지는 리테일과 호텔을 먼저 매각할 것이라는 얘기가 돈다. IFC 리테일의 경우 현대백화점이 들어서는 파크원(2019년 말 준공 예정)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파크원이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지만 단기적으로는 IFC 리테일에 악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 시장에서는 몇몇 투자자들이 리테일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소문도 돈다. 예비 입찰 당시 영국 보험사인 프루덴셜 계열 M&G리얼에스테이트가 리테일 부문에 관심을 보였으며, 브룩필드로 인수자가 결정된 이후에도 매각설이 나오고 있다. 콘래드 호텔의 경우 2013년 말과 2015년 두 차례 매각을 추진했으나 무산되기도 했다.

물론 이러한 예상과 달리 브룩필드가 오피스·리테일·호텔 등 전체 자산을 장기적으로 운영할 가능성도 있다. 브라이언 킹스턴 브룩필드 프로퍼티 파트너스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상당히 매력적인 시장가치를 지닌 분야 및 국가의 고품격 자산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왔으며 IFC서울은 이러한 전략에 부합된다”며 “지금까지 쌓아온 대규모 복합 상업단지 운영경험과 글로벌 임차인들과의 관계를 통해 일류 기업 및 브랜드를 IFC 서울에 유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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