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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주체 절약 미덕이 되레 저성장으로...'합리적 선택의 역설' 빠진 한국

불안한 미래에 저축 늘고

기업은 축소경영에 순익↑

정부예산도 '사실상 긴축'

개별 주체엔 이득이지만

나라전체 경제엔 부정적





한국 경제가 이른바 ‘합리적 선택의 역설’에 빠져들고 있다. 가계와 기업·정부 등 3대 경제주체가 불안한 미래에 돈을 쓰지 않고 저축을 늘리는 ‘합리적인 선택’을 하고 실제 각자의 재무상황에 도움이 되고 있지만 경제 전체로는 총수요가 줄어들며 장기 저성장의 토대가 되고 있다. 영국의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가계가 소비 대신 저축을 늘려 개별 살림살이에는 도움이 되지만 불황을 낳는 ‘저축의 역설’ 개념을 처음 제시했는데 한국은 전 경제주체가 이에 해당하는 셈이다.

우선 가계의 상황이 심각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들어 가계 소비(전국 2인 이상 가구)는 3개 분기 연속 뒷걸음질(실질 기준 전년 대비)쳤다. 지난 2012년 3·4분기(5개 분기 연속) 이후 약 4년 만에 처음이다. △1·4분기 -0.4% △2·4분기 -0.9% △3·4분기 -0.1%를 나타냈다.

반면 저축률은 수직 상승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가계 저축률은 8.66%로 추정돼 회원국 중 다섯 번째로 높았다. 가계 가처분소득 중 저축액 비중을 뜻하는 저축률은 불과 5년 사이 2배 이상 뛰었다. 돈을 안 쓰고 모으기만 하다 보니 가계 흑자율은 올해 3·4분기까지 평균 28.5%로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았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고용과 투자를 꺼리는 ‘축소경영’으로 매출은 감소하는데도 순이익은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이 ‘중규모’ 이상 기업 1만2,000여개(금융보험업 제외)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매출액(2,159조원)은 3.2% 줄어 증감률이 사상 최저를 기록했지만 순이익(109조원)은 16% 급증(법인세 차감 전)했다. 물론 저유가로 판매단가·비용이 줄어든 측면도 있지만 기업의 지출이 축소된 것이 주된 이유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기업의 ‘합리적인’ 판단 역시 개별 기업의 재무여건에는 긍정적이다. 빚을 안 지고 돈을 쌓아만 두다 보니 지난해 부채비율(자기자본 대비 부채)은 128%로 비교 가능한 2009년 이후 최저(한국은행 조사)였다. 하지만 경제에는 전체 투자 부진과 고용 감소로 이어지고 ‘가계 소득 감소→기업 실적 둔화→투자 및 고용 추가 축소’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도 상황이 비슷하다. 내년 예산안이 사상 처음으로 400조원을 넘었지만(400조5,000억원) 증감률은 높지 않았다. 올해 본예산(386조4,000억원)보다 3.6% 늘어나는 데 그쳐 경제가 팽창하는 속도(내년 경상성장률 정부 전망치 4.1%)에도 못 미쳤다. 사실상 ‘긴축예산’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국가부채가 낮은 수준에서 유지되는 등 정부 입장만 놓고 보면 긍정적이다. 내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는 40.4%로 OECD 평균(약 115%)의 절반도 안 된다. 최근 OECD는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6%로 당초보다 0.4%포인트 낮추며 정부가 돈을 더 쓰라고(확장 재정) 권고했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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