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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사이버안보에 재대로 투자하라

민병권 정보산업부 차장





지난 1990년대 초의 어느 날 저명한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는 한 미군 장교의 방문을 받는다. 장교가 전한 이야기는 토플러의 명저 ‘제3의 물결’을 군 장성들이 탐독하도록 지시를 받았다는 것, 그리고 당국이 전담조직을 만들어 제3의 물결 시대에 맞춰 군을 재설계하고 무기 개발과 군인 훈련에 나서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비군사 분야의 인문 서적에서 영감을 받아 이미 20여년 전에 정보화 혁신을 시도한 미군 지휘부의 통찰력이 놀라울 따름이다. 전 세계의 강군들은 이제 제3의 물결을 넘어 사이버 공간과 현실 공간을 융합하는 제4의 물결(혹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그에 비해 우리 군은 어떤가. 정보전의 두뇌인 사이버전사령부는 최근 북한에 해킹당해 핵심 기밀들을 탈취당했다. 4차 물결에 대비하기는커녕 기초인 정보전쟁에서조차 후진국에 농락당한 것이다. 한 해 40조원에 육박하는 국방 예산을 쓰고도 어떻게 최빈국에 농락당할 수 있을까. 답은 간단하다. 군 수뇌부가 사이버 안보에 대한 투자와 교육을 게을리했기 때문이다. 40조원대의 내년 국방비 중 ‘국방정보화’ 예산의 비중은 1%대에 불과하다. 그중 실제로 사이버 안보에 쓰이는 예산은 더 미미할 것이다.

“얼마 전 우리 군의 사이버전사령부를 방문한 적이 있어요. 컴퓨터며 프로그램이며 각종 설비가 너무 낙후됐고 전문인력도 많지 않아 깜짝 놀랐습니다.” 한 정부 당국자가 올해 상반기 기자와의 사석에서 전한 이야기다. 향토예비사단도 아니고 사이버전쟁의 본영이 이런 평가를 받을 정도니 국군 내 다른 조직들의 정보화 인프라 투자가 얼마나 뒤처졌을지는 안 봐도 뻔할 것이다. 물론 군 당국도 사이버사령부의 인력을 늘리고 있지만 이들이 해킹 등의 방어에 제대로 투입되는지는 미지수다. 2013년 말께 진성준 당시 민주당 의원이 조사한 내용을 보면 사이버사령부의 군무원 채용 인력은 2011년 8명에 불과하던 것이 2012년 79명으로 대폭 늘었으나 그중 절반 이상인 47명이 ‘사이버심리전단’에 배치됐다. 사이버심리전단은 흔히 말하는 ‘댓글 부대’여서 해킹 방어 등과는 직접 관계가 없다.



뒤늦은 감은 있지만 미래창조과학부가 국방부와 손잡고 최근 사관생도들에 대한 정보화 교육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니 반가운 일이다. 다만 일부 고급장교에 한정된 교육으로는 부족하다. 군 최고 수뇌부에서부터 일선 장병과 예비역에 이르는 전군 차원의 체계적 사이버 안보 교육이 필요하다. 국내외 보안 업계와 손잡고 계급별·병종별·세대별로 눈높이에 맞춘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사이버 안보에 대한 투자는 관련 산업을 일으켜 경제 성장의 종잣돈이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의 경우 ‘녹스’라는 강력한 사이버 보안 솔루션에 집중 투자한 덕분에 미 국방성으로부터 사이버 보안성을 인정받아 세계적 군산복합 업체들에 스마트폰 등을 납품할 수 있었다.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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