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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4.0시대] 이호수 "큰 덩치 아닌 빠른 물고기가 생존...좋은 아이디어는 즉각 실행을"

■특별인터뷰-이호수 SK㈜ C&C사업 DT총괄

제품 나오면 SNS 통해 바로 반응...1년 계획은 시간 낭비

'완벽한 플랜' 세우기보다 '실패도 먼저'하는 자세 가져야

동료와 협업 잘하는 직원에 높은 점수·고속승진 기회 주길

동네병원서 암치료 등 4차산업혁명 엄청난 일자리 만들 것





지금까지 산업 생태계에서는 큰 물고기(대기업)가 작은 고기(중소기업)를 잡아먹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덩치는 오히려 방해가 된다. 이호수(사진) SK주식회사 C&C사업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DT) 총괄은 지난 12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빠른 물고기가 느린 고기를 잡아먹는 시대가 시작됐다”고 선언했다. 산업의 판도가 완전히 바뀌는 것이다.

이 총괄은 IBM의 인공지능(AI) 왓슨 연구소에서 20년간 근무한 자타 공인 우리나라 최고의 AI 전문가다. 1980년대 AI에 대한 기대감이 실망으로 바뀌었던 ‘AI 겨울’부터 지난해 3월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국으로 AI에 대한 국내외 관심이 최고조에 이를 때까지 AI의 흥망성쇠를 몸소 겪어왔다. 그는 현재 SK에서 AI·클라우드 등 신기술 및 관련 비즈니스 모델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그의 눈으로 본 4차 산업혁명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이 총괄은 “일자리가 줄어든다고 걱정하지만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는 “1900년대 초반 미국 일리노이에서 포클레인이 처음 발명됐을 때도 삽으로 땅을 파던 인부들이 반대했다”며 “하지만 2층밖에 못 짓던 건물을 10층 이상 올릴 수 있게 됐고 오히려 더 많은 일자리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이 총괄은 “1·2·3차 산업혁명 때도 비슷한 우려가 있었지만 대부분 훨씬 많은 일자리가 생겼다”고 덧붙였다.

이 총괄은 의학 분야를 예로 들었다. 그는 “암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치료하는 IBM의 왓슨이 최근 몇 년 사이에 한국의 길병원 등 세계 각지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며 “앞으로 10~20년 후 암은 지금의 감기 정도로 쉽게 치료할 수 있는 병이 되고 동네 암 의원들이 나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총괄은 4차 산업혁명의 가장 큰 특징은 “속도”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기업은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아도 피드백을 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지금은 페이스북·트위터·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즉각 반응을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신제품이 나오는 속도도 빨라지고 있으며 이에 맞추지 못하는 기업은 소비자에게 외면받고 결국 살아남지 못한다. 이 총괄은 “우리나라에 ‘빨리빨리’ 문화가 있다고 하지만 본격적인 추진 단계에서만 힘을 발휘하고 시작점에서는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새로운 제품을 만든다고 하면 우선 6개월간 컨설팅을 받고 3개월간 경쟁사를 벤치마킹하는 등 총 1년여를 계획을 짜는 데 허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나온 신제품은 시장에서 이미 퇴물이다.

이 총괄은 “실패하지 않게 완벽한 계획을 세우려고 하면 이미 늦다”며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무조건 착수부터 하라”고 제언했다. ‘계획은 짧게, 실행은 빨리(short planning, execution fast)’ 정신이다. 그는 “당연히 실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쟁자보다 먼저, 효과적으로 실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먼저 실패하는(fail fast)’ 자세도 주문했다.



이 총괄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갖춰야 할 리더십으로 국내 기업은 물론 해외와의 협업을 꼽았다. 그는 “네트워크가 전 세계에 깔려 더 이상 국내와 해외의 구분이 없다”며 “우리 국민이 세계 최고의 제품을 살 수 있게 됐으므로 세계적 기업과 협업하고 때로는 경쟁하면서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와의 협력을 늘리면 해외에 제품을 팔 수 있는 기회도 확대된다. 이 총괄은 “한국 기업에는 ‘NIH(Not Invented Here·우리가 만들지 않은 것)’를 배척한다는 정서가 있는데 이를 고집하다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응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리더가 조직을 운영할 때도 협업을 잘하는 사람에게 높은 점수를 줘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외국 기업은 비즈니스 성적이 좋더라도 동료들과 얼마나 협력을 잘하느냐를 최우선순위로 두고 그 사람을 패스트트랙(고속승진 코스)에 올린다”고 소개했다.

이 총괄은 현장에 권한을 줘야 한다는 점을 역설했다. 그는 “리더들이 (실패했을 경우 자신이 책임질 일이) 두려워 못하는데 해법은 4차 산업혁명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주워듣는 수준이 아닌 정확한 분석이 있다면 확신이 설 것이고 과감한 결단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는 “속도감과 협업, 권한 이양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덕목을 한국인들이 머리로는 실천하려는데 가슴이 안 하고 있다”며 “더 늦추면 4차 산업혁명에서 게임 오버”라고 단언했다. /이연선·이태규기자 bluedash@sedaily.com

◇He is...

△1975년 서울대 전자공학과 졸업 △1977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전자공학석사 △1985년 노스웨스턴대 컴퓨터공학박사 △1977~1981년 국방과학연구소 연구원 △1985~2005년 미국 IBM 왓슨연구소 연구원 겸 관리자 △2005~2008년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부사장 △2008~2013년 삼성전자 미디어솔루션센터 부사장 △2014~2015년 수펙스추구협의회 정보통신기술(ICT)·성장추진단 사장 △2015년~ SK㈜ C&C사업 DT 총괄(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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