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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순 케이프투자증권 대표 "증권사 경영엔 긴 호흡 필요..신뢰 앞세워 '10년 사장' 될것"

■ CEO & STORY





‘큰 재목은 크게 쓰고 작은 재목은 작게 쓰면 된다.’

20여년 동안 인수합병(M&A) 시장에서 크고 작은 M&A를 진두지휘하며 경험한 임태순(사진) 케이프투자증권 대표의 첫 번째 경영원칙은 ‘인재경영’이다. 중국 거상인 후쉐옌의 말처럼 그는 “사람의 능력은 쓰임에 따라 결정된다”는 인재관에 충실하려 한다. 임 대표는 “M&A를 통해 다양한 직종의 수많은 오너와 경영자, 직원들을 만나며 기업의 생사를 확인했다. 그 결과 사람을 중시하지 않는 기업은 쇠락한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강조했다. M&A도 결국 사람을 얻는 것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인재경영’으로 20년여간 M&A 지휘

인위적 구조조정 대신 인력 재배치로

현대큐리텔·한토신 등 흑자 이끌어



지난해 5월 사모투자펀드(PEF)인 케이프인베스트먼트가 LIG투자증권을 인수했을 당시 시장은 ‘구조조정의 칼바람’을 예상했다. PEF의 특성상 짧은 시간 내에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인력 구조조정에 나설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케이프인베스트먼트 대표에서 LIG투자증권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임 대표의 행보는 세간의 예상을 비켜갔다. 임 대표의 취임 일성은 “10년 이상 사장직을 유지하겠다”였다. 이어 그는 “10년간 조직을 이끌 테니 구성원도 10년 이상 장기근속할 각오로 일해달라”고 당부했다. 케이프투자증권은 이후 6개월 동안 단 한 명도 회사를 나가지 않았다.

임 대표가 M&A를 진행한 대표적인 기업은 KTB·팬택앤큐리텔·한국토지신탁(034830) 등이다. 20년간 기업을 인수하고 되팔면서도 구조조정을 한 적이 없었다. 임 대표는 “사람만 재배치하면 되는 문제인데 굳이 구조조정할 필요가 있느냐”고 되물었다. 케이프투자증권의 기업 가치를 묻는 질문에도 영업이익, 자기자본이익률(ROE),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수익비율(PER) 등의 수치를 내세우지 않았다. 그는 “직전 최대주주가 내세웠던 인화(人和)가 강한 조직이 강점”이라며 “M&A의 성공 여부에 대한 평가는 오직 ‘사람’이 좋을 때”라고 강조했다. 임 대표는 구조조정 대신 인턴 직원을 신입사원으로 전환시키며 ‘사람’이 우선이라는 그의 지론을 명확하게 나타냈다.

임 대표는 “M&A 시장에 첫발을 들여놓은 것도 ‘사람’이라는 단어에 끌려서였다”고 말한다. 1995년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개발금융의 전신인 한국개발리스에 입사한 지 3년여가 지났을 때였다. 권성문 KTB금융그룹 회장이 ‘미래와 사람’을 세웠던 시절이다. 임 대표는 “‘미래와 사람’의 채용조건이 ‘창의적인 사람’이었다”며 “사람을 학점과 경력 등으로 계량화하지 않고 창의성과 스스로 내세운 자신 있는 분야를 평가하는 점이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면접비 2만원도 욕심이 났다”고 말하는 임 대표와 한국 최초의 기업사냥꾼으로 불리는 권 회장의 인연의 시작이었다.

‘미래와 사람’에 합류하고 첫 M&A 딜이 한국종합기술금융이었다. 지금의 KTB금융그룹이다. 임 대표는 “한국 최초의 M&A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가진 권 회장에게도 임 대표에게도 인생 최대의 승부수였다”고 회상했다. 1981년 설립된 한국종합기술금융은 당시 20여년이 넘는 국내 최대 벤처캐피털로 자리를 굳히고 있었다. 그는 “입찰까지는 2주가량의 시간이 남아 있었다”며 “M&A 경험이 한 번도 없던 나에게 권 회장이 한 말은 ‘네가 알아서 해보라’는 말뿐이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1997년 말 기준 총투자액만도 2조6,328억원에 이르는 거대 공기업인 한국종합기술금융을 봉제기업인 ‘미래와 사람’이 인수한다는 데 반신반의했다. 임 대표는 한국종합기술금융의 투자와 대출 리스트부터 챙겼다. 투자 대상과 대출 성격을 통해 자산가치를 재평가한 후 인수할 만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정부 소유 지분 10.2%를 93억원에 인수하는 데 성공했고 권 회장은 1999년 KTB 사장에 취임했다. 이후 KTB의 대표적인 M&A는 임 대표의 몫이었다.

M&A가 순탄하지만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현대큐리텔 인수는 모두가 반대했지만 임 대표가 밀어붙인 딜이다. 그는 “당시 정보기술(IT) 버블 붕괴 이후 현대큐리텔이 매물로 나왔지만 누구도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았다”며 “IT 시장 침체 속에 KTB가 독배를 마신다는 말도 나왔다”고 전했다. 하지만 임 대표는 현대큐리텔 지분 80%를 팬택과 함께 각각 190억원씩 출자해 380억원에 인수했다. 임 대표는 현대큐리텔에서도 인재경영의 성과를 거뒀다. 그는 “대규모 적자였던 현대큐리텔은 실사를 통해 직원을 재배치해보니 오히려 흑자를 기록했다”며 “실제 인수 후 2년 만에 순이익 500억원을 기록하는 회사가 됐고 3년 만에 투자회수에 성공해 10배 가까운 수익을 올렸다”고 말했다.



2007년 권 회장으로부터 독립해 아이스텀파트너스로 자리를 옮긴 후에도 임 대표의 M&A는 남들과 달랐다. 한국토지신탁도 마찬가지였다. 2007년 한토신은 연 50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회사였다. 적자회사를 인수하는 만큼 결국 직원의 대폭적인 해고를 통해 영업을 정상화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한토신에서 구조조정은 없었다. 임 대표는 “부실한 자산관리를 정리하면 연간 50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계산됐다”며 “인수 후 부실자산을 정리하고 바로 흑자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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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도 사람이 비전 갖추면 유망..연내 자기자본 1조 증권사 추가 인수

LIG투자증권 인수에 이어 지난해 하이투자증권 인수전 참여도 같은 맥락으로 설명했다. 임 대표는 “비전 없는 증권업에 왜 진출하느냐는 말들이 많지만 증권맨들이 비전을 갖춘다면 증권업은 비전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비전을 갖추지 못한 배경으로 사장 임기가 보장되지 않는 증권업계의 풍토를 꼬집었다. 임 사장은 “2~3년 내에 실적을 보여줘야 하는 증권사 사장들이 긴 호흡을 가지고 회사를 이끌 수 있겠느냐”며 “적어도 10년 이상 사장직을 유지하며 회사의 장기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 겨우 6개월 임기를 보낸 신임 대표의 장기근속 호언장담도 ‘사람과의 신뢰’라는 자신감에서 나왔다. 임 대표는 아이스텀 재직 시절부터 선박 엔진 실린더 라이너를 제조하는 케이프의 경영 컨설팅을 도왔다. 이후 김종호 케이프 회장의 신뢰를 바탕으로 케이프인베스트먼트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임 대표의 케이프투자증권 장기 최고경영자(CEO)를 전폭적으로 지지는 사람도 바로 김 회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LIG투자증권 시절 없었던 사외이사제를 도입해 금융계의 ‘큰 어른’으로 통하는 김병주 서강대 명예교수를 영입한 점도 ‘신뢰’를 심기 위해서다. 금융정책 이론과 실제에 두루 정통한 경제학계 ‘거목’인 김 명예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한 것은 PEF가 ‘먹튀’ 하려고 증권사를 인수했다는 세간의 평가를 불식시키려는 노력으로 해석된다.

임 대표는 “자기자본 1조원가량의 증권사를 연내 추가로 인수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지난해 추진한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포함하느냐는 질문에 임 대표는 케이프투자증권의 새로운 기업이미지(CI)의 의미를 강조하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임 대표는 “제대로 된 기회 인식, 가치판단의 확실성, 가장 적합한 시기를 기다리는 끈기, 그리고 경쟁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열의를 원형 엠블럼으로 시각화했다”고 말했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사진=이호재기자



임태순 케이프투자증권 대표는

△1969년 충남 예산 △1995년 서강대 경영학과 졸업 △1995년 한국개발리스 △1998년 미래와 사람 △1999년 KTB네트워크 △2007년 아이스텀파트너스 상무 △2010년 아이스텀투자 상무 △2015년 케이프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 △2016년 케이프투자증권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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