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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TUNE FEATURE ¦ 조엘 맨비는 '씨월드'를 구할 수 있을까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7년 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성경을 연구하며 사랑을 전도하는 유명인사가 위기에 빠진 씨월드 SeaWorld를 구해낼 수 있을까?

씨월드 구조에 나선 맨비 상어를 테마로 한 씨월드 올랜도 롤러코스터 밖에서 포즈를 취한 씨월드 CEO 조엘 맨비(위 사진). 그가 내세운 혁신 전략의 중심에는 이 새로운 놀이시설이 자리잡고 있다.




수년 동안 씨월드의 상황은 더 이상 나빠질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

따지고 보면 이 욥기 Job (*역주: 욥의 고난을 묘사한 구약성서의 한 편) 와 같은 고난사는 날씨가 흐렸던 2010년 2월 어느 날, 플로리다에 위치한 씨월드의 대표 공원에서 시작됐다. 수조 옆에서 30달러짜리 점심식사를 하며 범고래들의 묘기를 감상하는 ‘샤무와의 식사(Dine With Shamu)’ 공연 직후, 샤무-실제로는 ‘틸리컴 Tilikum’ 또는 ‘틸리 Tilly’라 불리는 범고래로 무게는 약 6톤, 연령은 29세였다-가 조련사를 죽음에 이르게 한 사건이 일어났다.

이 소름 끼치는 비극은 미 직업안전보건국의 소송(씨월드 파크스 앤드 엔터테인먼트 SeaWorld Parks & Entertainment가 패소했다)과 여러 비판적인 책의 출판으로 이어졌다. 가장 잘 알려진 건 블랙피시 Blackfish라는 90분 분량의 섬뜩한 다큐멘터리였다(씨월드 관계자들은 이를 “편향된 선동(propaganda)”이라 부른다). 틸리가 다른 두 건의 사망 사건에 연루됐음을 보여주면서 수조에 갇힌 삶 때문에 폭력적인 행동을 했다는 내용이었다.

씨월드가 기업공개를 진행한 2013년 4월보다 몇 개월 앞서 선댄스 Sundance 영화제를 통해 데뷔한 블랙피시는 그 후 수개월 동안 CNN에서 반복 방영되었다(나중에는 넷플릭스에서 온디맨드 서비스 (*역주: 이용자의 요구에 따라 네트워크를 통해 콘텐츠를 공급하는 서비스) 로 제공됐다). 많은 미국인들이 영화 내용을 불편하게 느껴 그 감정을 SNS에 표현했고, 그 결과 씨월드의 숙적이던 ‘동물의 윤리적 대우를 옹호하는 사람들(People for the Ethical Treatment of Animals·PETA)’은 좋은 기회를 맞게 되었다. PETA는 호기롭게 이 흐름에 뛰어들어 인터넷에서 맹공을 퍼붓고, 공원과 퍼레이드, 씨월드 임원 자택 등에서 시위를 벌였다. 맷 데이먼 Matt Damon, 윌리 넬슨 Willie Nelson, 제시카 비엘 Jessica Biel 같은 유명인들도 동참했다. 오랜 동안 씨월드의 사업 파트너였던 기업들도 떠나갔다. 사우스웨스트 항공(Southwest Airlines)의 경우도 26년이나 이어온 파트너십을 파기했다. 방문객이 급감했고, 캘리포니아 정치인들은 범고래 사육을 중단시킬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명성을 추락시킨 범고래들: 범고래와 훈련 받은 동물들의 공연은 씨월드 테마파크의 인기 있는 볼거리였다. 그러나 2010년 고래 조련사의 사망으로 촉발된 논란은 씨월드를 곤경에 빠뜨렸다.


블랙피시가 끼친 파괴적인 효과는 씨월드의 핵심 사업-동물을 억류해 돌보고 훈련하는 것-을 다루면서 억류 자체가 고문으로 인식되도록 그린 점이었다. 씨월드 관계자들 입장에선 스스로 인도주의적이라고 생각했던 관행들에 대해 공격을 받은 셈이었다. 그들은 당황한 나머지 호전적이지만 효과는 별로 없는 홍보 캠페인을 벌였다(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기는커녕 오히려 비난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PETA를 염탐하기 위해 보안 담당직원까지 잠입시킬 정도로 비열한 행동을 감행했다. 씨월드는 해킹을 당하고, 소송에도 말려들었으며, 주식 시장에서도 타격도 입었다. 씨월드는 짐 애치슨 Jim Atchison-씨월드에서 검표원으로 시작해 평생 근무하며 CEO에까지 올랐다-이 사임을 밝힌 20014년 12월까지 수많은 미국인이 방문을 꺼리는 장소가 되어갔다.

이때 바로 ‘사랑 전도사(Love Doctor)’가 등장했다. 허셴드 패밀리 엔터테인먼트 Herschend Family Entertainment를 이끌며 신망을 쌓아온 조엘 맨비 Joel Manby가 씨월드의 ‘구원투수’로 나서 2015년 4월 CEO를 맡은 것이었다(그의 테마파크 기업은 현재 미주리 주 브랜슨 Branson에 돌리우드 Dollywood와 실버 달러 시티 Silver Dollar City 등을 소유하고 있다).

맨비는 2010년 CBS <언더커버 보스 Undercover Boss> 출연으로 상당한 유명세를 쌓은 상태였다. 7가지 원칙을 담은 리더십 지침서 ‘사랑은 거북이도 뛰게 한다(Love Works)’를 펴내는 등 이미 유명인사나 다름 없었다. 인기 여가수 돌리 파톤 Dolly Parton과 칙필레 Chick-fil-A 사장의 추천 글을 실은 그의 저서는 기독교적 가치를 옹호하고, 직장에서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권장했다. 그리고 실제로 맨비는 곧바로 치유 노력을 시작했다. CEO에 오른 후 첫 16개월 동안 경영직급을 개편하고, 보여주기 식 범고래 공연을 중단하겠다는 약속을 통해 적대적 단체들과 화해를 도모했다. 돌고래보다 대의가 중심이 되는 씨월드를 만들겠다는 전략을 내놓기도 했다.

만약 여기서 독자 여러분이 해피엔딩 회생 이야기를 기대했다면 번지수가 틀렸다. 최소한 그때까진 아니었다.

과감한 이미지 변화 노력에도 씨월드는 계속 추락했다.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문제들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태풍 콜린 Colin, 지카 바이러스, 브라질 경제난(방문객 수십만 명이 줄어들었다), 브렉시트(유사한 악영향이 있었다), 동물 억류에 대한 비판이 담긴 여름 블록버스터 영화 ‘도리를 찾아서(Finding Dory)’ 등이 이어졌다. 그리고 최근 큰 기대를 걸었던 올랜도 지역 공원 개장이 이 도시 역사상 가장 슬픈 주말에 이뤄지는 불운을 겪기도 했다. 펄스 Pulse 나이트클럽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한 것이었다.

씨월드 주가는 최근 1년간 34% 급락했다. 2016년 전반기 매출은 볼품 없었던 전년보다도 1,500만 달러나 떨어졌다.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에 따르면, 씨월드는 주주들을 달래기 위해 지급해온 막대한 6.5% 배당금을 유지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맨비는 씨월드를 회생시킬 아이디어가 많다고 말하고 있지만, 최근 “바닥을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시인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8월 실적 발표에서 애널리스트들에게 “우리는 완전히 바닥을 쳤음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털어 놓은 바 있다.

씨월드의 최근 스토리는 성경에 버금가는 기업 실패의 대서사시라 할 수 있다. 이 회사는 한 때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상징적인 대표기업으로서 명성을 떨치기도 했다. 하지만 혹독한 역경이 닥쳤을 때, 스스로 변화를 꾀하지 못했다. 자신을 둘러싼 세상이 변했지만 그 사실을 알아채지도 못했다. 수영을 잘하는 사람이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수심에서 벗어나 온 힘을 다해 해변으로 헤엄치는 형국이다. 맨비가 구조요원으로 나섰지만, 안전한 곳까지 끌어줄 힘이 있는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씨월드는 원래 해저 레스토랑으로 계획된 곳이었다. 1964년 UCLA의 동아리 회원 4명이 이 곳을 설립한 후, 바다사자 몇 마리를 얻어 해양 공원이 되었다. 그 후 수십 년간 이렇다 할 계획 없이 진화를 해왔다. 하커트 브레이스 Harcourt Brace(교과서 출판사)나 앤호이저-부시 Anheuser-Busch(맥주업체) 같은 의외의 소유주들이 흥미를 느껴 부수적으로 혹은 선의의 열정으로 운영해온 사업이었다.

사모펀드 업체 블랙스톤 Blackstone이 씨월드 그룹을 인수한 2009년까진-당시 부시 가든스 Busch Gardens와 세서미 플레이스 Sesame Place를 포함한 10개 테마파크로 이뤄진 사업체였다-아무도 씨월드를 완전히 수익을 최적화하고 있는 사업으로 인식하지 않았다. 블랙스톤은 새로운 놀이시설에 자금을 투자했고, 2013년 큰 주목을 끌며 씨월드 기업공개를 진행했다. 뉴욕증권시장에서 여우원숭이와 펭귄들을 앞세워 퍼레이드를 벌이기도 했다. 기업공개는 화려했다. 상장 첫날 주가가 24%나 올랐고, 연 매출 15억 달러를 올리며 기록적인 한 해를 보낼 수 있었다.

씨월드의 미래가 더 이상 밝아 보일 수 없던 바로 그 때, 모든 것이 무너졌다는 사실은 이 이야기의 아이러니 중 하나다. 씨월드의 샤무 공연과 29마리의 억류된 범고래(씨월드는 총 8만 9,000마리의 동물을 보유하고 있다) 때문에 큰 쓰나미를 만났다. 4월 기업공개를 한 씨월드는 그 다음달 시가총액 36억 달러로 최고점을 찍었다. 하지만 10월까지 블랙피시가 CNN에서 연속 방영되며 미국인들의 집단의식에 스며들었다. 시위가 시작됐고, 주가는 추락했으며, 많은 사람들은 씨월드가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맨비가 아무 이유 없이 씨월드 행을 선택한 건 아니었다. 그는 소명을 받았다고 느꼈다. 자신이 업계에 발을 들인 순간부터 씨월드를 알았고, 그 대의에 열광했다고 설명했다. 머리를 매끈하게 뒤로 넘긴, 마이애미 바이스 Miami Vice (*역주: 과거 방영됐던 미국 NBC의 인기 드라마) 스타일을 한 건장한 맨비(57)는 “진심으로 씨월드가 억울한 누명을 썼다고 생각했다”며 “그들이 고난을 이겨내도록 돕고 싶었다” 고 말했다. 그가 특히 안타까워한 부분은 동물을 진심으로 아끼는 사람들이 동물에게 해를 끼치는 악한 취급을 받는 것이었다. 맨비가 합류를 고려하던 2015년 초, 씨월드가 보여준 노력은 그의 생각에 확신을 더해 주었다. 당시 씨월드 샌디에이고 공원은 바다사자와 수달 공연을 중단한 상황이었다. 오도가도 못하던 수백 마리의 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하기 위해 직원들을 캘리포니아 해변으로 파견하기도 했다.

맨비의 지인들은 그를 깊은 신념과 진정한 품위를 지닌 사람이라고 묘사한다. 경영대학원 시절 친구였던 텍사스 부동산 사업가 두걸 캐머런 Dougal Cameron은 그가 도전을 좋아하고 “상황 파악이 매우 빠른 남자”일뿐만 아니라, 집중력 있고 꼼꼼한 의사결정자로도 유명했다고 말한다(캐머런은 딸이 넷인 맨비를 이상적인 ’딸 바보‘라고 불렀다).

맨비는 미시간 주 배틀 크리크 Battle Creek의 가난한 농가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동물을 사랑했던 소년은 모든 일에 뛰어났다. 인기 있는 운동선수였고(고교 시절 잘 해내진 못했지만, 매직 존슨 Magic Johnson의 수비를 맡은 적도 있었다), 재능 있는 음악가였으며, 대학에선 졸업생 대표를 맡기도 했다. 이후 하버드 경영대학원에 진학한 그는 그 곳에서 코미디 연기를 시도했고, 성경 공부 모임에선 다른 3명의 남학생들과 깊은 우정을 다지기도 했다(캐머런이 그 중 한 명이었다). 이 친구들은 현재까지도 한 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단체 통화를 하고 있다.

맨비는 자동차업체 새턴 Saturn, 그 후에는 사브 Saab에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어가며 스타로 떠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이직 여정은 결국 비참한 결과로 이어졌다. 그는 아마존의 자동차판매 웹사이트 그린라이트닷컴 Creenlight.com에서 잠시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 닷컴버블 사태 직전에 회사 책임자에 오른 것이었다. 맨비는 닷컴버블로 인한 폐허 속에서 한 일가가 소유했던-당시까진 가족이 경영했다-놀이공원 기업 허셴드의 경영을 제안 받았다.

경영은 성공적이었다. 외부영입 인사였지만, 맨비는 스스로 능력 있고 창의적인 공원 운영자임을 입증했다(저비용 페스티벌과 가족 친화적인 인수합병-미국 최대 수륙양용 차량 투어 운영업체 라이드 더 덕스 Ride the Ducks 등-을 통해 사업을 번창시켰다). 회사가 금융위기를 이겨내는 과정에서도 능숙한 운영능력을 선보였다. 그는 마케팅에 노력을 집중하고 큰 무리 없이 구조조정을 해냈다. 허셴드 회장 넬슨 슈와브 Nelson Schwab는 “그는 더 큰 그림을 보고, 더 큰 목표를 달성할 방법을 알고 있다”며 맨비의 전략적 사고 능력에 놀라움을 표하기도 했다. 그에게 허셴드 경영은 좋은 경험이었다. 맨비는 (자신의 저서에서) “이 일을 그만 둘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동물의 왕국: CEO 맨비(씨월드 올랜도에서 플라밍고와 함께 한 인물)는 회사가 집중할 부분을 바꾸고 있다. 그는 오랫동안 시위를 야기했던(오른쪽 하단 사진은 롱비치 시위 모습) 훈련 받은 동물 공연에서 탈피, 보존과 교육에 집중하려 하고 있다. 맨비의 전략은 젠투 Gentoo 펭귄(맨 위쪽 사진) 같은 동물에 더 많은 중점을 두고 있다.


맨비에겐 씨월드를 살려낼 아이디어가 있었다. 그는 인터뷰 과정에서 이사회에 10대 계획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재정 건전성을 달성하고, 공원 놀이시설을 늘리고, 회사 위상을 동물 엔터테인먼트 브랜드가 아닌 동물 보호 브랜드로 변경하길 희망했다. 씨월드가 외부적으로 가장 큰 상처를 입었다고 생각한 악명 문제를 해결할 계획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지난 6월 필자에게 “진실을 밝히고 이를 이야기하면, 사람들이 우리에게 공평한 기회를 줄 것이라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그건 계산착오였다. 회사는 ‘씨월드가 보살핍니다(SeaWorld Cares)’라는 표어 아래 이런 스토리텔링 노력에 이미 상당한 자원을 투자하고 있었다. 맨비의 임기는 씨월드가 새 캠페인을 시작하는 시기와 겹쳤는데, 씨월드의 수의사와 조련사들이 출연하는 진심이 담긴 TV 광고 캠페인이었다. PETA도 여기에 정면으로 맞서 자체적으로 ‘고통의 씨월드(SeaWorld of Hurt)’라는 반격을 계속하고 있었다.

맨비는 회사 위상을 바꾸는 데 광고 캠페인보다 더 많은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씨월드 내부에서 보면 외부인이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내부인은 체념 상태였다. ‘미움받는 사람은 미움받기 마련’ 이라는 강고한 분위기가 있었다. 그리로 실제로 방문객 수가 줄어들었다. 하지만 소비자 설문조사에선 실제 공원을 방문한 사람들이 공원을 좋아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씨월드에서 수십 년간 근무한 중역들을 포함해 다수의 경영진은 블랙피시를 그냥 놔두면 그 전에 존재했던 다른 동물보호 운동들처럼 잦아들 것이라고 확신했다. 영화 ‘프리 윌리 Free Willy’가 개봉됐을 때도 그랬다.



변화를 만들어내려는 사람 입장에선 다루기 힘든 조직이었다. 하지만 맨비에겐 해결해야 할 더 시급한 이미지 문제가 있었다. 그가 CEO 자리에 오르기 며칠 전, 씨월드는 비판인사가 된 전직 직원이 술에 취해 인종차별적인 폭언을 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바보 같은 생각이었다. 그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야비한 행동으로 비춰져 역풍을 맞았다. 곧 이어 PETA는 씨월드 직원들이 동물권익 운동가인 척하며 조직에 잠입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미디어는 신이 나서 이 스캔들을 다뤘다. 맨비는 자신이 처한 입장에서 이 부끄러운 사실을 인정하고, 유수 로펌에 조사를 의뢰했다(그 후 전직 FBI 국장의 조언을 받았다).

아마도 이 ‘사랑 전도사’에게 활동가들을 염탐하고, 자신과 이사회가 개입해 이 행위를 중단시켰다는 걸 인정한 실적 발표 자리는 최악이었을 것이다. 한 가지는 분명했다. 허셴드는 임원들이 직원의 성과를 칭찬하는 손 편지를 쓰고, 직원들이 ‘사랑으로 이끌다(Leading With Love)’ 강의를 듣기 위해 줄을 서는 기업이었다. 그러나 씨월드는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였다. 그러나 맨비는 회사의 이 같은 모든 문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믿음을 잃지 않았다.

씨월드는 스스로 ‘혁신적’이라 부르는 범고래 서식지 프로젝트 블루 월드 Blue World를 추진하던 중이었다. 수개월에 걸쳐 계획을 세웠고, 스크립스 해양연구소(Scripps Institution of Oceanography)와 미 해양 포유류 재단(National Marine Mammal Foundation) 등 보존운동단체 및 학계의 조언을 적극 수용했다. 계획된 수조는 깊이 약 15미터. 최대 규모를 갖추고 빠른 조류를 적용해 고래들이 움직이는 물 속에서 헤엄치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2015년 10월, 캘리포니아 주 해안 개발을 관리하는 대형 규제기관 캘리포니아 해안위원회(California Coastal Commission)가 이 계획을 승인했다.

그러나 큰 난제가 하나 있었다. 위원회가 씨월드의 범고래 사육 중단을 규정한 것이었다. 씨월드 입장에선 좋을 것이 하나도 없는 조항이었다. 씨월드가 캘리포니아에서 11마리의 범고래를 돌보며 그 서식지 개선을 위해 막대한 투자를 했음에도, 주에서 씨월드의 사업 모델에 종료 일시를 정한 셈이었다.

이 결정만큼이나 놀라운 점이 또 있었다. 맨비가 개인적으로 씨월드가 더 큰 수조를 짓는 것보다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를 즐겼다는 것이었다. 조용하고 계획적인 자신의 스타일대로 맨비는 선택사항을 늘리기 시작했다. 그는 이미 수개월 전 이사진 4명으로 구성된 전담팀-코드명 큐커미티 Q Committee-을 소집, 범고래 문제와 관련해 가능한 방향을 연구하도록 지시한 바 있었다. 그리고 9개월에 걸친 연구 끝에 거역할 수 없는 조사 결과를 도출해냈다. 동물권익 보호 운동가뿐만 아니라, 일반 미국인들도 좁은 공간에 거대한 생물체를 가둬두는 행위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이었다. 불길한 징조였다. 씨월드는 변화할 필요가 있었다.

맨비는 이미 첫 발을 내디딘 상태였다. 자신과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동물복지회의 공동의장을 역임한 전 캘리포니아 의원 존 캠벨 John Cambell이 씨월드의 신임 CEO에게 미 휴메인 소사이어티 Humane Society의 CEO 웨인 파셀리 Wayne Pacelle를 소개했다(캠벨은 자동차 판매사업을 하던 시절부터 맨비를 알고 지냈다).

캠벨은 두 CEO가 서로 잘 지낼 수 있는 ‘좋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두 사람이 속한 조직의 사이가 안 좋다는 사실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파셀리는 저서 ‘휴메인 이코노미 The Humane Economy’를 집필 중이었고, 때 마침 씨월드에 대한 비판적인 부분을 막 끝낸 시점이었다. 캠벨은 2015년 6월 두 사람이 서로 화합할 수 있는 일련의 통로를 마련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두 CEO의 첫 전화통화 분위기는 어색했다. 그래서 그는 12월에 저녁식사 자리를 마련했다. 캠벨은 “일단 두 사람이 서로 눈부터 맞출 필요가 있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캠벨은 지난 3월 16일까지 두 사람으로부터 전혀 연락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바로 그 다음 날, 파셀리와 맨비는 주요 방송 3사의 아침 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해 ‘씨월드가 범고래 사육과 공연을 중단할 것이며, 두 조직이 이제부턴 (일종의) 동맹이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두 CEO는 함께 상어 지느러미 절단행위-어부들은 식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지느러미를 자르는데, 이런 행위로 사망하는 상어의 수는 연간 7,500만 마리에 이르고 있다-와 기타 동물복지 문제에 맞서 싸우기로 했다.

그 동안 둘 사이에는 상당히 많은 일이 있었다. 맨비와 파셀리는 정기적으로 문자를 주고받기 시작했고, 파셀리는 절대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맹세했던 씨월드를 처음 방문하기도 했다. 그는 디스커버리 코브 Discovery Cove에서 돌고래와 함께 수영하는 프로그램 등에선 공포를 느꼈다. 그러나 씨월드 구조 작업 등에선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사실상 불가능해 보였던 이 동맹은 결국 ‘공감’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파셀리는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동물을 사랑한다. 동물과의 공감이 그들 사업의 큰 부분”이라고 말했다. “자리에 앉아 다른 사람을 찬찬히 보며 복잡한 상황을 이해하면, 공격할 당시에 상상한 것보다 더 많은 공통점을 찾게 된다.”

맨비는 자신의 대리인 격인 존 라일리 John Reilly를 통해 또 한 가지 노력을 은밀하게 진행했다(당시 라일리는 씨월드 샌디에이고의 사장이었고, 현재는 최고운영책임자를 맡고 있다). 2015년 말 라일리는 새크라멘토 외곽에 위치한 ‘일반 항공용 공항(general aviation airport)’에서 비밀리에 캘리포니아 의원 리처드 블룸 Richard Bloom을 만났다. 블룸의 지역구는 샌타모니카와 웨스트 할리우드처럼 PETA의 주요 거점이 있는 곳이었다. 둘이 만난 레스토랑 비밀 공간은 ‘침묵의 원뿔 구역(cone of silence)’이라 불렸다.

만남의 목적은 단순했다. 블룸은 씨월드에 엄청난 타격을 가한 억류 금지 법안을 주도한 인물이었다. 두 사람은 타협의 여지가 있다는 데 동의했다. 그리고 실제로 여지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맨비와 파셀리가 여러 방송을 통해 동맹관계를 발표한 3월 바로 그 날, 라일리와 블룸도 함께 공개석상에서 새로운 주법인 범고래 보호법(Orca Protection Act)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2014년 블룸이 발의한 법안보다 완화된-공원에 고래를 둘 수 있다-것이었다. 하지만 캘리포니아에서의 범고래 사육과 공연은 금지했기 때문에, 캘리포니아 해안 위원회의 규정보다 훨씬 더 광범위한 규제였다. 그럼에도 씨월드는 여기에 맞서지 않고 오히려 지지 입장을 표명했다. 주주들은 열광했고, 주가는 그 후 이틀 동안 17%나 급등했다(해당 법안은 8월 의회에서 통과됐고, 9월 서명 절차를 거쳤다).

수개월에 걸쳐 조용하게 관리한 대외관계가 그 효과를 발휘한 것이었다. 씨월드가 선의로 가득찬 집단으로 평가 받을 수 있다는 맨비의 신념이 현실화되고 있었다. 맨비는 6월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워싱턴 정가와 캘리포니아 주민들의 생각을 완전히 바꿔놓았다”며 “분위기를 완벽하게 환기시켰다”고 말했다.

씨월드는 자체적으로도 환골탈태 과정을 거쳤다. 그들의 대표적인 샤무 공연을 서서히 폐지하고, 서커스적 요소를 줄인 ’만남‘ 형식으로 대체할 예정이었다. ‘실제 자연처럼 보이는 환경’을 갖추고, 조련사가 고래의 야생 활동에 대해 설명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많은 기존 직원들을 화나게 했고, 그 중 일부는 퇴사를 하기도 했다. 씨월드의 광 팬들도 이런 변화가 PETA에 대한 굴복이라고 여기며, 돌고래 공연 등 더 많은 문제만을 야기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맨비는 이 결정이 자신이 내렸던 그 어떤 결정보다도 어려웠으며, 사육사들-스스로 선의의 집단이 아니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 사람들-에게 이 소식을 전하는 일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맨비는 씨월드를 구할 계획을 여전히 갖고 있다. 씨월드가 오랜 기간 간과했던 ‘대의’를 ‘공원’에 접목시켜 엄마들과 밀레니얼 세대가 방문하도록 만들려는 아이디어다. 지구와 그 위에 사는 생명체를 보살피겠다는 구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 맨비는 씨월드 공원이 교육적이면서도 즐거운 곳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페스티벌 사업을 위한 연극에서 씨월드는 ‘빨간 코 순록 루돌프(Rudolph the Red-Nosed Reindeer)’에 대한 사용권을 얻기도 했다. 이 전략의 일부는 놀이시설을 늘리고 공원을 ‘대대적으로 혁신하는’-씨월드의 동물 구조 및 치료 활동을 선보이는 것-방식이었다. 씨월드는 지난해 이 같은 활동에 1,300만 달러 이상을 투자하기도 했다. 수 많은 다른 노력들 중에는 마이애미의 우수방출관(雨水放出管)으로부터 20마리의 바다소를 풀어준 일도 포함돼 있었다. 이런 노력들은 모두 맨비가 ‘의미 있는 경험’이라고 부르는 지침에 따른 것들이었다.

공원을 ‘뒤집다’: 올랜도에 있는 만타 Manta 롤러코스터를 즐기고 있는 공원 방문객들. 씨월드는 탑승형 시설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자하고 있으며, 그 중 몇몇에는 교육적인 테마도 들어 있다. 맨비는 이를 통해 ‘의미 있는 경험’을 창조하길 희망하고 있다.


씨월드에서 상어를 테마로 새로 만든 놀이시설 마코 Mako는 올랜도에서 가장 높고 빠르고 긴 롤러코스터다. 마코에 탑승한 맨비에겐 근심이 없어 보였다. 이 놀이시설이 개장하던 6월 초 아침은 덥고 구름 한 점 없는 날이었다. 필자는 손이 하얘지도록 안전바를 쥐고 있었지만, 머리 위로 올라간 맨비의 팔은 롤러코스터가 약 117km의 속도로 2분 동안 굽이굽이 달리는 내내 하늘을 향해 있었다.

청상아리(mako shark)의 이름을 딴 이 롤러코스터는 씨월드의 새로운 캠페인 관련 내용으로 둘러싸여 있다. 맨비는 사람들이 롤러코스터를 타고 나오면서, 청상아리가 처한 고난을 공감하기를 원하고 있다. 이를 위해 씨월드는 추적기를 부착해 야생 상어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레이더 화면을 선물매장에 설치하기도 했다. 방문객들은 상어의 이동경로를 관찰하거나, 끔찍한 상어 포획의 증거를 볼 수도 있다(불길하게도 추적기 표시는 종종 뉴잉글랜드와 멕시코, 멀리는 스페인 지상에서 나타난다).

씨월드는 마코를 위해 야생동물 예술가이자 해양 생물학자인 가이 하비 Guy Harvey와도 파트너십을 맺었다. 한 때 동물을 학대하는 공원으로 인식됐던 것에 비하면 커다란 성과라 할 수 있다. 하비는 씨월드 상품을 디자인하고, 마코 입구에 벽화를 그리기도 했다(그는 컬트적인 추종을 즐기는 인물로 노르웨이 유람선 선체에도 작품을 남겼다). 하비는 마코 개장일에 직접 참석해 사인회를 열고 자신의 상어 연구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마코는 맨비에게 매우 중요한 존재이며-CEO로서 그가 개발을 승인한 첫 번째 큰 결정이었다-맨비는 씨월드의 공원들이 마코처럼 되길 희망하고 있다. 교육적이면서도 여전히 스릴을 느낄 수 있는 시설 말이다. 씨월드의 설문조사 결과, 대중은 씨월드의 새 방향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5명 중 4명이 방문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들은 남아있는 공원들에선 어떤 방식으로든 예전 모습이 유지되길 희망했다. 샌디에이고 씨월드에서 진행하는 화려한 고래 공연은 2017년까지 유지될 예정이고, 다른 2개 해양 공원에선 훨씬 더 오래 지속될 계획이다. 돌고래 타는 조련사들을 포함한 볼거리와 ‘시 라이언 하이 Sea Lion High’ 같은 공연들은 영원히 계속될 것이다. 어쩌면 이런 이유 때문에 동물권익 운동호가들이 물러서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그들 중 상당수는 씨월드 동물들을 보호구역으로 옮기고 싶어한다.

필자가 올랜도에 머물던 날, 한 여성 PETA 회원이 돌고래를 테마로 한 수영복과 고글을 착용하고 도심 거리 한 곳에 있는 거대한 수조에 잠수해 언론의 관심을 끌고 있었다. 씨월드가 소유한 고래 모건 Morgan의 영상을 보고 항의를 표시하는 것 같았다(스페인의 한 해양공원에 임대된 모건의 영상이 당시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영상에서 모건은 범고래 공연 도중 조련사들에게 반항하며, 수영을 하지 않은 채 수조에 있는 콘크리트 받침대에 머물러 있었다. 동물권익단체들은 모건이 자살을 시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필자가 관람한 공연에 등장한 말리아 Malia라는 고래도 같은 행동을 보였지만, 다른 관람객들은 우호적이었다). 씨월드는 ‘우려할 행동이 아니며, 모건에게 청각장애가 있다’고 발표했다.

올 초 여름 동물권익단체는 오로지 맨비를 위해 몇 개의 광고판을 올랜도에 세우기도 했다. 광고판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조엘, 나는 매일 밤 수조에 홀로 누워 울고 있어요. 나를 놓아주세요. -틸리.’

씨월드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어떻게 ‘사랑은 거북이도 뛰게 한다’는 걸 보완할 것인지 묻자, 맨비는 잠시 멈춰 생각을 했다. 그는 “때때로 인생은 공평하지 않다. 하지만 계속 전진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By Erika F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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