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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고단수 압박...국내기업 움직임] "트럼프, 추측보도에 대못"...기업들 울며겨자먹기 美투자 추진

삼성·LG 공장 증설 검토...현대차도 31억弗 투입

철강업계는 수조대 설비 투자 여력 없어 발동동

"천문학적 비용 결국 美소비자에 전가될것" 분석





“우리가 미국에 가전 공장을 지을 것이란 로이터통신의 추측성 보도가 나가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즉시 메시지를 날린 듯합니다. 진짜로 공장을 지으라는 압박이죠.”

트럼프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올린 ‘고마워요, 삼성! 함께하고 싶어요(Thank you, @Samsung! We would love to have you!)’라는 트윗을 본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벌써 그 속내를 눈치챈 한국 기업들은 부리나케 미국 내 공장 투자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기업들은 이 과정에서 천문학적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그 비용이 고스란히 미국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완제품·부품까지…미국으로 달려가는 기업들=조성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부회장)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공장 건설 여부를 올 상반기 안에는 확정할 것”이라며 투자 결정이 임박했다고 암시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사들인 미국 데이코의 로스앤젤레스(LA) 공장을 증설하고 LG전자는 테네시주에 공장을 지을 것이라는 구체적 전망도 나온다. 특히 기업들은 완제품 외에 부품 공장 건설 방안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통상업무를 총괄하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 위원장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완제품 조립 공장뿐 아니라 부품 공급망도 미국 안에 둬야 일자리 늘리기와 임금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도 오는 2021년까지 총 31억달러(약 3조5,000억원)를 미국에 투자하겠다고 지난달 밝힌 바 있다. 공장 시설 개선이나 연구개발(R&D) 비용을 과거에 비해 20%가량 늘린 액수다. 또 현대차는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 이은 제2공장 건설도 검토할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와 멕시코·캐나다와 맺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재협상 선언에 이어 멕시코·중국산 제품에 30~40%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면서 전 세계 기업의 미국 내 공장 투자를 사실상 강요하고 있다. 미국의 10분의1 수준인 낮은 인건비와 지리적 이점 때문에 멕시코에 공장을 세웠던 기업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트럼프의 압박에 따르는 상태다. 삼성전자·현대차·LG전자 등 한국 주요 기업은 북미 매출액이 전체의 20~30%를 차지해 시장을 포기하기도 어렵다.



대한상공회의소가 3일 서울 종로구 상의회관에서 개최한 ‘주요국 보호무역조치 대응방안 세미나’에서 이순철 부산외국어대 교수가 ‘보호무역정책 동향과 대응방안’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투자 여력 없는데…기업들 발만 동동=하지만 기업들은 미국 공장은 과도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안고 있다. 현대차는 실제로 미국 제2공장 건설을 몇 년 전부터 추진했지만 투자 여력이 많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기아차 멕시코 공장에 10만대를 위탁생산하기로 결정하고 2공장은 잠정 보류했다. 삼성전자·LG전자는 생활가전 사업의 영업이익률이 5~7%대에 불과한데 미국에서 제품을 생산한다면 수익성이 악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가전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인건비뿐 아니라 부지 가격, 전력·용수 비용 등 모든 면에서 멕시코를 압도한다”면서 “가격이 중요하지 않은 고급가전을 제외하면 미국 시장에서 전반적인 제품 경쟁력 하락이 뻔하다”고 말했다.

철강 업계는 아예 손쓸 방법이 없다. 트럼프 행정부는 주요 철강재에 대한 고율의 관세 장벽을 쌓으면서 생산설비 자체를 미국에 들여놓으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수조원이 소요되는 설비투자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대제철이 국내에 지은 1·2·3고로는 7년간 총 10조원가량이 투입됐다. 게다가 포스코·현대제철은 완성차 업체들이 생산설비를 구축한 멕시코에 자동차 강판 생산라인을 세워놓은 상태다. 철강 업계의 한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가 멕시코산 제품에 관세를 매긴다면 그대로 떠안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트럼프의 강압적 일자리 만들기 정책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많다. 기업들이 미국 공장 투자로 증가한 비용을 제품 가격에 반영해 물가를 띄우고 미국 서민층의 소비를 위협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통상협력실 차장은 “미국에서 일자리가 대량으로 사라지는 가장 큰 원인은 공장의 자동화”라며 “기업들의 팔을 비틀어 미국에 공장을 지으라는 트럼프의 요구는 실상을 외면한 정치적 구호”라고 설명했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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