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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트럼프는 왜 세계 제조업 강국에 화가 났나

미국 경제 70% 내수·세계 수입액 13% 넘어

한해 수입액만 2조달러·한국 수출액의 4배

돈은 미국이 쓰고 일자리는 해외서 늘어

빈곤·낮은 고용에 만성 재정적자는 지속







“중국은 역사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도둑이다. 중국이 미국을 자신들의 돼지저금통(piggy bank)으로 이용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 선거 때 중국에 ‘강간(rape)’이라는 거친 말까지 던지며 보호무역을 강조했던 도널드 트럼프가 취임했다. 세계 최대 군사·경제 대국인 미국의 위상을 볼 때 취임 후 선거 때 걸었던 공약을 완화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꿈도 잠시. 트럼프는 지난 21일(현지시간) 취임사에 “우리 공장이 사라지는 등 미국인이 빈민가에 머무는 ‘대학살(carnage)’은 여기서 멈춰야 한다”며 한술 더 떴다. 이후 멕시코가 포함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선언했고 동시에 최대 우방이자 주요 수입국인 일본이 포함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폐기를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달에는 미국에서 막대한 무역흑자를 내는 중국과 독일, 일본을 콕 집어 ‘환율조작국’이라며 맹비난을 퍼부었다. 미국의 주요 적자국은 중국과 캐나다, 멕시코, 일본, 독일, 한국 등 제조업 강국.

“미국에 투자하지 않으면 대신 무거운 세금을 내라”는 트럼프의 엄포에 멕시코 등 해외에 생산공장을 짓기로 했던 현대기아차·도요타·피아트크라이슬러·애플 등은 대규모 미국투자를 약속하며 백기 투항했다. 트럼프의 행보를 볼 때 선거 당시 ‘재앙’이라고 표현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커지며 한국도 경고등이 켜졌다.

트럼프는 왜 제조업 강국에 화가 났을까. 미국은 내수(국내소비·투자) 위주 경제다. 전체 경제규모(GDP, 2016년 기준 18억5,619억달러)에서 내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달한다. 이 때문에 미국은 엄청난 세계 상품을 빨아(수입)들인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미국이 수입한 금액은 2조2,416억달러. 우리나라 수출액(2015년 기준·5,267억달러)의 네 배, 경제규모(2016년 기준·1조4,044억달러)보다도 크다.

미국은 수입액 가운데 21.5%(4,818억달러)를 중국에서 들여오고 있다. NAFTA 회원국인 캐나다(13.2%)와 멕시코(13.1%)까지 합하면 중국·캐나다·멕시코에서만 전체의 절반(47.8%)을 수입하고 있다. 수입 4위국은 일본(5.8%), 5위는 독일(5.5%), 6위는 한국(3.2%)이다. 2015년 미국은 중국에서 3,656억달러, 독일(741억달러)과 일본(686억달러), 멕시코(483억달러), 한국(283억달러)에서도 큰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미국은 이 국가들에서 자동차(1위)와 전자기기(2위) 등을 주로 수입하고 있다.

문제는 미국이 다른 나라의 물품을 사는데 엄청난 돈을 썼지만 정작 미국인의 일자리나 양극화는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미국의 빈곤층 인구는 전체(약 3억2,400만명)의 13.5%에 달하는 4,300만명에 이르고 이 가운데 어린이 빈곤층만 1,400만명에 달한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미국의 상대적 빈곤율은 2013년 17.2%에서 2014년 17.5%로 더 악화됐다. 상대적빈곤율은 인구를 소득순으로 나열했을 때 정 가운데 있는 소득인 중위소득의 절반(50%)에 못 미치는 비율을 말한다. 상대적빈곤율이 17.5%라는 말은 중위소득이 2만 달러일 때 소득이 1만 달러 미만인 사람의 비율이 17.5%라는 얘기다.



소득 양극화도 고착됐다. 미국 전체 소득에서 저소득층인 하위 20%가 가져간 비율은 2004년(5.15%), 2013년(5.1%)이나 나아지지 않았다. 상대적 고소득층인 상위 20%의 소득점유율도 2004년(46.01%)과 2013년(46.44%)이 거의 동일하다.



양극화로 인한 사회보장성 지출이 늘어나며 미국정부의 채무는 급증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국가채무는 8년간 약 2배 증가해 GDP의 100%를 넘어선 19조 달러로 치솟았다. 미 재무부 금융관리국에 따르면 2015년 재정적자는 4,380억달러, 지난해는 1,485억달러(33.8%) 더 늘어난 5,874억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미국은 전체 예산에서 사회보장 등 의무지출 비중이 크게 뛰는 추세다. 미국 의회예산국(CBO) 분석 결과 2015년 의무지출 비중은 2조3,000억달러에 육박한다. 이 가운데 사회보장 지출은 8,820억달러, 노인의료보험인 메디케어 지출은 6,340억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저소득층을 위한 영양보조프로그램 지출(SNAP)은 2007년 350억달러에서 지난해 750억달러, 65세 미만의 저소득층과 장애인을 위한 의료보조프로그램인 메디케이드는 지출이 2007년 1,900억달러선에서 지난해 3,940억달러까지 뛰었다. CBO는 2026년까지 미국의 의무지출이 연평균 5.5% 증가해 4조1,000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사회보장 지출은 현재보다 두 배 늘어난 1조6,000억달러, 메디케이드는 6,480억달러에 육박할 예정이다. 2027년에 미국은 재정 적자가 무려 10조달러(약 1경 1,695조 원)로 증가할 전망이다.

트럼프는 이 문제의 원인을 ‘일자리’로 지목했다. 미국은 우리나라처럼 전 국민이 가입하는 국민건강보험이 없다. 대신 직장을 가지면 직장에서 의료보험을 들어준다. 직업이 없으면 소득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 의료복지 혜택에서도 제외된다. 미국의 사회보장과 의료보험 지출이 늘어난 이유는 고용률만 봐도 나타난다. 2000년 미국의 고용률은 74%에 달했지만 2011년 66.6%까지 하락했고 현재는 68%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트럼프는 취임 때 미국 백악관 홈페이지를 통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제조업에서만 일자리 30만개가 사라졌고 각 사업장에서의 미국인 비율이 1970년대 이후 최저로 떨어졌으며 국가 부채는 2배가 됐다고 게시했다. 반면 미국에 수출을 많이 한 한국은 2004년 고용률이 61.5%에서 2015년 65.7%로 뛰었고 일본도 68.9%에서 73.3%로 늘었다. 캐나다도 67.5%에서 72.5%로 독일도 64.6%에서 74%로 증가했다.

트럼프의 메시지는 간단하다. “이제 미국이 손해 보며 돈을 쓰는 시대는 끝났다”는 선언이다. 팔고 싶으면 미국에 들어와서 미국인을 고용해서 잘 살게 하고, 아니면 높은 세금을 내라는 요구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에서 생기는 일자리의 10%가 국가가 돈을 쓰는 공공일자리인데 국가 돈은 엄청 들어가지만 임금도 낮고 지속가능성도 적다”며 “재정적자가 심화되고 국내적 혼란을 해결할 기폭제로 트럼프는 ‘기업이 만드는 일자리’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세종=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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