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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실크로드 기업과 종자산업에 투자하라"

'중국 전문가'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br>한·중 관계 경색 속 한국 대응 전략을 조언하다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7년 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중국 전문가다. 그동안 중국 관련 책도 여러 권 쓴 바 있다. 그런 그가 최근 <중국 100년의 꿈, 한국 10년의 부>(도서출판 참돌)를 출간했다.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로 중국과의 경제 마찰이 뜨거운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지금, 포춘코리아가 전병서 소장을 만나 한국과 중국의 관계, 우리 기업이 중국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해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드 문제로 한국의 정치·경제·외교·국방이 복합적으로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특히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져 있다.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고 한국 기업은 어떻게 중국에서 살아남아야 할까. 전병서 소장은 중국 전문가지만 중국에 편향된 의견을 말하지 않았다. 그는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봤다. 미국이든 중국이든 한쪽에 확실히 서고, 그 뒤에 벌어질 제재를 의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소장은 이젠 한국이 잘하는 산업이 아니라, 중국이 부족한 산업에 뛰어들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말한다. “상품과 기술을 팔기보단 중국 기업과 연합해 그들의 힘을 이용해야 합니다. 이제 중국은 우리가 잘 만드는 상품과 기술을 자신의 경쟁 상대로 보니까요.”

그는 중국에선 여전히 꽌시(關係·관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꽌시가 없으면 중국에서 그 어떤 사업을 해도 성공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한국에는 진짜 ‘차이나 스페셜리스트’가 없다고도 했다. 그는 특정인이 중국 전문가인지를 알려면 중국 인민일보 사이트에 들어가 그 사람 이름을 검색해보면 된다고 말했다.

전 소장은 말한다. “인민일보 기사 검색 결과에 특정 인물 이름이 나오면 중국이 인정하는 중국 전문가라 볼 수 있습니다. 만약 이름이 검색되지 않으면 그 사람은 국내용 중국 전문가일 뿐이에요.” 기자는 인민일보 사이트에서 전병서 소장의 한자 이름을 검색해 보았다. 인민일보 기자가 전 소장과 인터뷰하거나 그의 코멘트를 인용한 기사가 70건 가까이나 나왔다. 전 소장은 중국 칭화대학교와 푸단대학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오랫동안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중국 기업가들을 만나왔다. 꽌시를 중요하게 여기는 중국인들에게 그는 어떤 친구일지 궁금했다. 그의 대답은 이랬다. “아직은 ‘저우펑요(酒朋友)’, 즉 술 친구예요. 중국인들이 말하는 ‘라오펑요(老朋友·오래된 진짜 친구)’는 아직 아닌 것 같습니다.” 그는 꽌시를 만들기 위해 지금도 한 달에 두 차례씩 서울과 중국을 오가고 있다. 이런 노력이 그를 진짜 ‘차이나 스페셜리스트’로 만든 원동력이 아닐까. 다음은 전병서 소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Q. 최근 사드 배치 문제로 중국과 경제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중국의 속내는 무엇이라 보는가.
A.
엄밀히 말해 사드는 한국과 중국의 문제가 아니다. 미·중의 패권 싸움에서 한국이 희생양이 된 것이다. 중국은 패권을 쥐기 위해 해양으로 진출하려고 한다. 미국이 그런 의도를 본격적으로 저지하고 나섰다는데 중국이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여러 수단 중 하나로 사드를 배치하려고 한다. 현재 중국은 미국과 전쟁을 치르기에는 군사적으로 약세다. 그래서 미국의 아바타라고 볼 수 있는 한국을 때리고 있는 것이다.

내가 볼 때 한국은 군사·외교적으론 미국에 너무 의존하고 있고, 경제적으론 중국에 너무 깊이 빠져 들어가 있다. 어느 한쪽에서도 발을 빼기 어려운, 이른바 덫에 걸린 상황이다. 우리는 정치 문제와 경제는 별개라고 얘기하고 있지만, 상대방(미국과 중국) 입장에서 그 둘은 분리할 수 없는 영역이다. 강한 자에겐 약하고 약한 자에겐 강한 것이 대국의 속성이다. 찔렀을 때 우리가 아프다고 찡그리면 계속 찌르게 된다. 우리는 중국이 강성했을 때 편안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당나라에서 청나라까지 중국의 힘이 최전성기였을 때 우리는 어김없이 군신의 관계 혹은 복종의 관계를 강요당했다. 현실적으로 우리가 미국을 등에 업지 않으면, 과거 1,800년 동안 이어졌던 한중 관계로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Q. 결국 선택의 문제인 듯하다. 우리는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하나.
A.
중국을 선택하라, 혹은 미국을 선택하라고 말할 순 없다. 정부가 여러 가지 변수를 고려해 방향을 정해야 한다. 그렇게 결정된 안을 국회로 가져가 결론을 내야 한다. 사드를 배치하든, 아니면 폐기를 하든, 그것도 아니면 연기를 하든. 그리고 어떤 결론이 도출되면 강하게 밀고 나가야 한다. 세게 밀고 나가야 상대방도 ‘더 이상 건드리기 어려우니 일정한 수준에서 멈출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을 하게 된다. 지금처럼 ‘해야 한다, 말아야 한다’ 이런 식으로 우왕좌왕하면 중국과 미국 양쪽에서 다 얻어맞는다. 사드를 배치하든 철수하든, 중국과 미국 어느 쪽으로부턴 제재를 받을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됐을때 우리가 얼마나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지, 그 제재를 어떻게 하면 최소화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야 한다.

Q. 한국을 바라보는 중국의 시각은 어떻다고 보는가.
A.
중국은 패권에 관심이 많다. 경제적으로도 크게 일어섰다. 그럼에도 그들은 군사력이 받쳐주지 않는 국력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중국은 최근 ‘중국의 아태안전협력정책’ 백서를 낸 바 있다. 우리로 치면 지역외교안보 백서 같은 것이다. 중국과 주요국가 사이의 관계를 정리한 이 백서에는 중국과 관련된 주요 분쟁 지역에 대한 설명이 들어있다. 중국과 주요국가의 관계 부분에는 미국, 러시아, 일본, 인도만 언급되어 있다. 한국은 거기에 없다. 중국이 바라보는 주변국 군사·외교 관계에서 한국은 마이너리티라는 의미다. 중국은 일본을 경계하고 있다. 경제적, 국제적 위상으로 볼 때 한국은 G11이지만 일본은 G3다. G2인 중국이 G3인 일본을 경계하는 건 당연하다. 중국이 바라보는 일본과 한국의 위상 차이는 엄청나다. 특히 군사적인 면에서 중국은 일본을 매우 경계하고 있다. 최근 일본의 군사력이 세지고 있는 건 미국의 재정 적자에 그 원인이 있다. 미국에 재정 적자 문제가 불거지면서 국방비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 됐다. 미국 생각은 일본이 미국에 대들지 못할 수준까지만 군사력을 키워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이 국방력을 줄이는 만큼 일본이 그 몫을 대신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미국은 자기 돈 안들이고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Q. 미국의 트럼프 정부 출범으로 중국과 미국의 통상마찰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어떻게 전개될 것이라 생각하나.
A.
트럼프가 통상문제에 대해 중국에 시비를 걸고 있지만, 무리해서 통상마찰을 해결하려 들지는 않을 것이라 본다. 트럼프는 중국이 5만 개의 미국 기업을 도태시켰고, 미국인으로부터 700만 개의 일자리를 빼앗아 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는 그걸 되돌리기 위해 중국산 제품을 미국 시장에서 퇴출시키겠다고 했다. 그 수단으로 관세라는 칼을 뽑아들었다. 중국산 제품에 대해 45% 관세를 물리겠다고 말이다. 그러나 중국은 그에 대해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거기엔 이유가 있다. 미국 월마트에서 파는 물건의 60%는 ‘메이드 인 차이나’다. 3억 5,000만 미국 인구가 입고, 놀고, 사용하는 일상용품을 대량으로 싸게 공급할 수 있는 나라가 중국 외에 또 있다면 트럼프의 전략은 먹힐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생산력과 원가 경쟁력을 가진 나라는 중국밖에 없다. 중국산 제품에 45% 관세를 물리면 산술적으로 미국 소비재 가격도 45% 올라가게 된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미국인들의 가처분소득이 줄고 CPI(Consumer Price Index·소비자물가지수)도 올라가게 된다. 그 다음은 금리가 올라가고 미국의 투자가 줄어든다. 중국은 이런 악순환이 생길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예를 들면 이렇다. 최근 미국 무역대표부가 ‘중국이 자국 알루미늄 생산업체에 보조금을 지급했다’며 중국 정부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자, 중국 상무부는 미국의 옥수수 주정박(DDGS·곡물 찌꺼기)에 42.2∼53.7%의 반(反)덤핑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 대목에서 미국에 ‘호락호락 당하지 않겠다’는 중국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Q. 그렇다면 트럼프가 중국에 진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A.
미국은 중국의 돈을 탐낸다.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3조 달러인데, 전 세계 외환 보유고의 25%에 해당한다. 미국은 이 돈을 어떻게 먹을까에 관심을 갖고 있다. 중국은 WTO에 가입하며 거의 모든 산업분야를 열었는데, 유일하게 막아놓은 곳이 금융시장이다. 국제경쟁력이 없기 때문이다. 바로 이 부분이 미국과 중국 통상문제의 핵심이다. 미국은 금융시장을 개방하라고 중국을 압박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미국은 중국이 채권시장과 파생상품시장을 열기를 바라고 있다. 그게 성사되면 미국의 헤지펀드들은 중국에 들어가 선물시장과 파생상품 시장을 마구 휘저을 수 있다. 금융시장을 모두 개방한 한국을 보라. 미국계 헤지펀드들에게 다 털리고 금융위기를 맞았다. 중국은 금융시장 경쟁력을 조금씩 키우면서 점진적으로 문을 열 것이 뻔하다.

Q.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A.
미국이 중국에 패널티를 물려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리려 하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에는 그 부분에도 방어벽 두 개가 있다. 중국은 미국 국채를 1조1,000억 달러 어치나 갖고 있다. 미국은 최근 10년 동안 환율조작국에 관한 법을 계속 만들었지만, 단 한번도 미국 무역수지 적자의 50%를 만들어내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적이 없다. 부시, 클린턴, 오바마 모두가 미 의회에서 중국 위안화를 40% 절상시켜야 한다고 얘기했지만, 결국엔 그렇게 하지 못했다. 미국 정부의 최대 채권자가 바로 중국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방어벽은 지난해 10월 중국 위안화가 IMF SDR 통화에 10%대로 편입된 것이라 할 수 있다. IMF SDR은 준 기축통화다.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순간, 세계 통화 질서에 혼란이 생긴다.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에 IMF 동의 절차가 있다는 것도 미국에게는 걸림돌이다. IMF가 아니라고 하면 방법이 없는 것이다.

전병서 소장이 최근 출간한 <중국 100년의 꿈, 한국 10년의 부>.


Q. 전 소장께서 펴낸 책에는 ‘한국 기업과 달리 포춘 500대 기업은 중국에서 철수하지 않았다. 한국 기업의 경쟁력 저하가 중국 시장 철수의 원인’이라는 내용이 나온다. 이에 대한 설명을 해달라.
A.
포춘 500대 기업은 중국을 시장으로 보고 들어갔지만, 한국은 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ing· 주문자상표부착생산) 공장으로 보고 중국에 진입했다. 그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문제는 중국 정부가 돈 안 되는 임가공업을 대폭 줄였다는 점이다. 게다가 세금 혜택을 없애고 인건비도 15%씩 계속 올렸다. 그 외에도 환경 규제가 엄격해졌다. 쉽게 말해 임가공 단지로서 중국의 의미가 퇴색된 것이다. 한국이 중국에서 버티지 못하고 베트남으로 넘어간 이유다. 중국은 2103년부터 소비라는 걸 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전 세계 럭셔리 브랜드 매출의 46%가 중국에서 발생했다. 지난해 중국인은 미국보다 700만대 많은 2,450만대의 자동차를 샀다. 휴대폰 최대 시장으로 자리매김한 지는 이미 오래다. 중국은 불과 3년 만에 공장이 아닌 시장이 되어버렸다. 중국이 시장이 되면서 한국 기업은 헤매고 있다. 우리가 중국을 공장으로 여겼을 땐 중국인에 대해 알 필요가 없었다. 공장만 돌리면 되니까 그들의 습관이나 문화에 대해 연구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시장은 다르다. 제품을 사는 사람의 마음을 읽지 못하면 절대로 물건을 팔 수가 없다. 우리는 중국과 가까이 붙어 있지만, 중국인의 습관, 상관습, 문화에 대해 잘 모른다. 1950년 한국전쟁 이후 미국과 가까워지면서 중국과 단절했다. 두 세대가 흘러 이젠 중국어를 하는 50~60대도 없어졌다. 한국 학생들이 중국에서 많이 공부하고 있지만, 중국 문화와 상관습을 전공한 박사가 없는게 현실이다. 이게 우리가 봉착한 문제다.

Q. 그렇다면 한국 기업은 어떻게 해야 하나?
A.
작은 규모로 중국에 들어가면 망한다. 포춘 500대 기업은 멀쩡한데 왜 한국 중소기업은 망하는가? 대마불사의 원리가 여기에 적용된다. 중국 사람들은 무엇이든 큰 것을 좋아한다. 중국인들은 상대방이 어떤 회사인지 알고 싶을 때 ‘포춘 500대 기업 중 몇 등인지’를 물어본다. 중국인들은 아직 국제화 경험이 적어서 포춘 500대 기업 안에 들면 좋은 회사라고 생각한다. 포춘 500대 기업은 다양한 나라에서 사업을 펼친 경험도 갖고 있다. 한국 기업은 덩치는 물론, 경험에서도 불리하다. 우리는 이제 중국에서 플랫폼 비즈니스를 해야 한다. 우리가 직접 중국에 대리점을 내면 망한다. 가입자가 1억 명 이상인 중국 온라인 사이트를 우리 기업이 사야 한다. 그 다음 그 사이트 가입자 수를 3억 명, 4억 명으로 늘리는 데 돈을 써야 한다. 이런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삼성전자가 90만 원짜리 스마트폰을 중국인에게 팔 때 30만 원을 할인해주는 것이다. 그 대신 3년 약정을 걸고, 그 동안 스마트폰에 깔린 삼성 앱에 1주일에 1번씩만 접속하라고 조건을 단다. 삼성전자는 중국에서 스마트폰을 1년에 3억 5,000만대 팔고 있다. 1년에 3억 5,000만명이 삼성 앱 가입자가 된다는 얘기다. 3년 약정 기간을 통틀어 누적 가입자가 10억 5,000만 명이 된다. 현재 페이스북의 가입자는 9억 명이다. 10억 5,000만 명이면 세계 최대 온라인 플랫폼이 된다. 그 공간에서 갤럭시 폰도 팔고 현대차도 팔고 아모레퍼시픽 화장품도 팔아야 한다. 우리 정부가, 적어도 가입자 1억 명인 중국 온라인 사이트를 빨리 인수해서 플랫폼을 확장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기업에 제시해야 한다.

Q. 금호타이어 인수에 중국 기업이 참여해 국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A.
‘사드 문제로 한국을 보복하면서 자기들은 한국 기업을 인수하는 건 문제가 있지 않나’라는 시각이 있다. 그건 맞지 않은 시각이다. 2015년 기준으로 중국은 FDI(Foreign Direct Investment·외국인직접투자)보다 ODI(Overseas Direct Investment·해외직접투자)를 200억 달러나 더 많이 집행했다. 중국이 해외로부터 받아들이는 외국인 직접투자보다 중국이 해외에 투자하는 금액이 더 많았다는 얘기다. 전 세계 M&A 시장의 최대 큰손은 중국이다. 그들은 전 세계 방산, 유전, 부동산, 특허, 럭셔리 브랜드들을 사들이고 있다. 한국에선 동양생명을 샀고, 지금은 금호타이어 입찰에 들어와 있다. 중국은 3조 달러에 이르는 외환보유고가 너무 많다고 생각한다. 1조 5천만 달러면 적정 외환보유고라고 보고 있다. 그래서 이걸 실물로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던 중 한국에서 조 단위 이상 되는 매물이 나와 중국 기업이 입찰에 들어온 것이다. 중국은 조 단위 매물에만 관심이 있다. 그리고 자기들과 관련이 있는 것에만 들어온다. 지난 한 해 동안 중국인은 자동차 2,450만대를 매입했다. 누적 자동차 보급 대수가 1억 9,000만대에 이르고 있다. 새 차 매입 후 5년이 지나면 타이어를 갈아야 하는데, 1년에 새로 생기는 자동차를 2,000만대로 잡아도 5년마다 타이어 8,000만 개가 필요하게 된다. 중국 타이어 시장이 엄청나게 크다는 얘기다. 그들의 금호타이어 인수 추진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Q. 전 소장께서 펴낸 책에는 ‘중국 실크로드 기업과 종자산업에 투자하라’는 내용도 들어 있다. 이유가 궁금하다.
A.
실크로드 기업은 일대일로(一帶一路·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육상 실크로드와 동남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해상 실크로드를 뜻한다)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을 말한다. 일대일로 사업에서 수혜를 입을 중국 기업에 투자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 기업이 도로, 항만, 철도를 닦는 일을 직접 하기는 힘들다. 그걸 잘 하는 중국 기업에 투자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 선강퉁과 후강퉁이 열려있기 때문에, 우리는 중국의 상해와 심천에 있는 회사 주식을 살 수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종자산업도 유망하다. 현재 중국의 도시화율은 56%인데, 우리처럼 도시화율이 80%가 넘으면 중국에도 농사 지을 농촌 인구가 부족하게 된다. 13억 명이 먹어야 할 식량을 확보하는 건 중요한 문제다. 그래서 사람 손을 덜 타고 수확량 많은 우수한 품질의 종자를 개발하려는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중국이 세계 3위 종자 기업 신젠타를 인수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

그 밖에도 다른 대안이 있다. 중국의 결핍에 투자하는 것이다. 첫 번째가 인구다. 중국 인구가 많다고 하는데, 역설적이게도 지금은 사람이 없다. 중국은 빨리 늙어가고 있다. 현재 중국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1억 3,400만 명인데, 1년에 노인이 2,000만 명씩 늘어나고 있다. 5년 뒤면 중국 노인 인구가 2억 3,400만 명, 10년 뒤엔 3억 3,400만 명이 된다. 전 세계 최대 실버마켓이 생긴다는 얘기다. 지금의 중국 노인과 5년 뒤, 10년 뒤 중국 노인은 수준이 다르다. 현재 중국 1,000대 부자의 평균 나이는 55세다. 앞으로 10년 뒤면 중국 1,000대 부자들이 노인이 된다는 뜻이다. 중국 1,000대 부자에 들려면 재산이 3,000억 원 이상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실버마켓에서 가장 유망한 게 줄기세포다. 중국은 이 분야에서 아직 제대로 실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또 노령화가 진행되면 아이가 보배가 된다. 베이비 사업이 뜬다는 말이다. 둘째, 중국은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부자가 많다. 소득수준이 1만 달러를 바라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돈을 쓰기 시작했다. 즐기는 사업, 다시 말해 펀(FUN) 산업이 뜰 것이란 얘기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꼽을 만한 게 인터넷 콘텐츠다. 엄청나게 팔린 중국인들의 스마트폰 안에 애플리케이션을 넣어야 하는 이유다. 한국의 게임 회사가 들어가서 재미를 봤는데, 게임 말고도 넣을 건 많다. 또 중국이 30년 동안 공업화를 빠르게 진행하면서 스모그가 큰 문제가 되고 있다. 환경산업이 뜰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중국은 아직 마스크도 제대로 못 만든다. 이런 분야에서 한국이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

Q. 전 소장께선 중국의 사람, 돈, 기업과 연결하라는 주장도 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A.
중국은 자국 시장에 진입한 한국 제품이나 기술을 위협적으로 생각한다. 자기들의 경쟁 상대라 여겨서 그렇다. 돈을 들고 중국에 들어가면 동지가 되지만, 제품이나 기술을 들고 가면 적이 된다. 앞으로 중국과 비즈니스를 하려면 협업을 해야 한다. 지금은 중국에서 물건을 만드는 게 중요하지 않다. 파는 게 중요하다. 거대 유통 회사인 까르푸, 메트로, 이마트가 모두 중국에서 실패했다. 세계적인 유통 회사들이 중국에서 문 닫고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시장의 유통 속성이 다른 나라와 다르기 때문이다. 베이징 사람이 상하이에 가서 물건을 팔 때, 상하이 말을 못하면 장사를 할 수 없다. 중국은 31개 나라의 합중국으로 이해해야 한다. 중국에는 ‘산둥성 호랑이가 저장성 고양이한테 진다’는 속담이 있다. 호랑이도 고양이에게 질 수 있을 정도로 지역 문화가 다르다는 뜻이다. 장수성, 저장성, 산둥성, 상하이의 상습관은 모두 다르다. 이걸 이해하지 못하면 중국시장에서 깨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런 상습관의 차이를 모른다. 연구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중국시장에서의 유통은 중국 기업에게 맡겨야 한다. 개는 개끼리 싸움시키고 늑대는 늑대끼리 싸움시켜야 한다는 말이다. 중국과 피를 섞어야만 돈을 나눠 가질 수 있다. 중국과 돈을 같이 섞는 협업을 하지 않으면 중국 시장 공략은 점점 더 어려워 질 것이다. 두 번째로 유념해야 할 것은 꽌시다. 중국은 모든 것이 네트워크로 이뤄져 있다. 꽌시를 만들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꽌시는 학연·지연·혈연이다. 꽌시가 안되면 중국에선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같은 피를 나눈 사람들, 같은 고향 사람들, 같은 학교 나온 사람들끼리 뭉쳐서 일을 벌이는 게 중국인이다. 중국 지방성의 성장들 3분의 2가 칭화대학교 출신이다. 후진타오 전 국가 주석과 시진핑 국가 주석도 칭화대학교를 나왔다. 우리에겐 그들과의 혈연·지연이 없다. 학연이 남았는데, 영향력을 행사할 위치에 있는 한국 사람들 중 중국에서 학교를 나온 사람이 거의 없다. 그 때문에 중국과의 네트워킹이 잘 안 되는 것이다. 우리는 외국인이지 중국인의 마음 속에 있는 친구가 아니다. 중국인에게 친구란 돈도 나눠 쓰고, 사업도 같이 하고, 목숨까지 같이할 수 있는 관계를 의미한다.

전병서 소장은...
애널리스트와 IB(Investment Bank·투자은행) 뱅커로 25년간 일했다. 대우증권 상무와 한화증권 리서치본부장(전무)을 지냈다. 대우증권에서 IB본부장을 역임한 그는 한국 IB 업계 최초로 차이나 리서치와 중국기업 한국 상장업무를 진행해 중국 선박금융, 중국 부동산투자 업무를 담당하기도 했다. 그는 베이징 칭화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 학위를, 상하이 푸단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공부하면서 많은 중국 기업인들과 교류했다. 상하이 한화투자자문과 상하이 중국경제금융센터에서 일했고, 상하이 차이나데스크에선 자문위원을 맡기도 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사진 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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