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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한국뇌연구원장 "뇌 연구로 질병 치료, AI 개발 새로운 길 뚫을 것"

원인불명의 질병 원인 파악에 뇌지도 역할 커

한국, 뇌 과학 뒤늦게 시작... 선택과 집중으로 경쟁력 확보 가능

IT와 융합해 브레인 머신 인터페이스 개발로 글로벌 선도할 능력 있어

김경진 한국뇌연구원 원장이 뇌 지도 구축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이호재 기자




전 세계적으로 많은 연구자와 제약회사가 치매 치료제를 만들고자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잇따른 실패에 임상 실험을 중단한 글로벌 제약회사도 있다. 치매를 유발하는 원인을 아는데 치료제를 만들지 못했다. 증상만 완화시킬 뿐이다. 그러나 이같은 불치병도 뇌에서 일어나는 모든 활동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뇌 지도’가 완성되면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김경진(사진) 한국뇌연구원장은 지난 27일 서울 미근동 서울경제신문 본사에서 인터뷰를 갖고 “퇴행성 질환, 정신 질환 등 그동안 원인불명의 질병의 경우 어떤 신경세포가 고장 나 발병하는지 뇌 지도로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며 “뇌 지도가 막혔던 질병 연구에서 새로운 길을 뚫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의 뇌는 1,000억개 이상의 신경세포(뉴런)와 1,000조개 이상의 신경세포를 잇는 네트워크(시냅스)로 구성돼 있다. 이들의 상관관계를 밝히는 게 바로 한국뇌연구원이 구축하려는 뇌 지도다.

물론 쉬운 작업은 아니다.

전자현미경으로 수천 장의 뇌 단면을 찍어 3차원으로 전환해 신경세포 간 역동적 상호관계를 빅데이터로 모아야 한다. 이후 해당 관계가 신체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학계에서는 진정한 뇌 지도가 개발되는 데 짧게는 10년, 길게는 50년 이상 걸릴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그러나 일단 뇌 지도가 완성되면 파급력은 상상의 범위를 뛰어넘는다. 김 원장은 뇌 지도의 경제적 효과를 인간 유전자 지도 연구에 빗댔다.

“1990년도 인간 유전자 지도 연구를 시작하면서 애초 목표했던 질병 없는 세상은 이루지 못했지만 대신 저렴한 가격으로 향후 발병 가능한 질병을 파악할 수 있게 됐습니다. 26년이 지난 지금 140배의 경제적 효과를 낳았다고 평가되는 이유입니다. 뇌 지도 및 뇌 과학 연구도 이처럼 상당한 효과를 낳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당장 질병 치료 외에 한층 개선된 인공지능(AI) 개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 진검승부를 펼친 구글의 AI ‘알파고’가 수많은 신경망으로 이뤄진 뇌 작동의 원리를 착안해 만든 대표적인 AI다. 지금은 바둑용 AI, 비서용 AI 등 한두 개 전문적인 기능에 특화됐지만 향후 인간처럼 복합적인 사고를 하고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AI가 개발될 것이다. 이때 인간의 뇌가 복합적으로 작동하는 원리가 기반이 된다.

김경진 한국뇌연구원 원장이 한국 뇌 과학 연구의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이호재기자.


현재 한국은 뇌 과학 분야에서 미국, 유럽 등에 비해 뒤진 편이다.

미국은 2013년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약 3조5,000억원을 투자해 뇌 연구를 지원하는 ‘브레인 이니셔티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전자현미경을 활용해 나노 미터 수준의 미세한 뇌 지도를 구축하는 게 핵심이다. 미세한 뇌 지도를 위해 대용량 신경세포 관련 데이터를 처리하는 새로운 연구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앞서 1990년 일찍이 의회에서 ‘뇌연구의 10년’ 법을 제정해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유럽은 ‘휴먼 브레인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신경세포 네트워크를 구현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은 1998년 뇌연구 촉진법을 제정한 이후에야 뇌 연구가 본격화됐다. 미국보다 8년가량 늦은 셈이다.

그렇다고 경쟁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김 원장은 “뇌 연구 분야가 경쟁은 치열하지만 전자현미경으로 몇 년에 걸쳐 뇌 사진을 찍고 이를 3차원으로 전환하는 작업은 어느 나라나 시일이 오래 걸리는 일”이라며 “한국이 모든 외부 감각을 느끼고 신체 행동으로 구현시키는 뇌의 후두정엽 부분 등 특화된 영역에 대한 연구에 초점을 맞춰 시작한다면 충분히 경쟁력 갖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상대적으로 선진국에서 생각, 판단을 관장하는 전두엽, 치매 질병과 관련이 깊은 해마 등에 많은 연구를 하고 있는 만큼 다른 분야에 집중해 세계를 선도해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선진국보다 발전한 정보기술(IT) 산업과의 융합도 한국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다. 웨어러블 IT 기기, 각종 전자부품 센서를 활용해 모바일 기기로 뇌파를 측정하는 것부터 뇌파만으로 모바일 기기를 작동시키는 등을 구현해낼 수 있다.

이를 위해 한국뇌연구원은 사람의 뇌를 확보해 연구자에 지원하는 등 각종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 현재 연구원장 직속의 한국뇌은행을 운영하며 서울대·부산대·전남대학병원 등으로부터 22개 뇌를 확보하고 있다. 일본이 3,000명 이상으로부터 뇌와 뇌 유래물을 모은데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지만 앞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그는 “세계 여러 정부가 뇌 연구에 상당한 투자를 진행하면서 가까운 시일에는 유엔 산하에 뇌 관련 데이터를 모으는 ‘브레인 데이터 스테이션’를 설립하고 모든 연구자들이 여기에서 각종 데이터를 추출해 분석하고 알고리즘을 연구할 것”이라며 “국내에서도 뇌 연구에 상당한 관심을 기울여 세계적인 성과가 나와야 한다”고 자신했다.

김 원장은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신경생물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뇌 과학 분야 세계적인 석학이다. 21세기 프런티어연구개발사업의 ‘뇌 기능 활용 및 뇌 질환 치료기술개발 연구사업단장’을 10년간 역임했다. 한국뇌연구원장으로는 2015년 선임됐다.

/문병도·김지영기자 do@sedaily.com

사진=이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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