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은행 신탁업 확대

맹수석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투자자 권리보호 위한 법 개정이 우선

은행과 증권업계가 은행의 신탁업 확대를 놓고 날 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올 초 자본시장법에 포함된 신탁업 관련 규정을 8년 만에 별도로 분리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현재 은행이 판매하는 상품은 ‘특정 금전신탁’으로 자산운용사의 상품을 가져다 판매만 한다. 금융위는 투자자가 돈을 맡기면 기관이 알아서 굴려주는 ‘불특정 금전신탁’을 신탁업법 제정에 포함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만약 향후 불특정 금전신탁도 은행에 허용되면 은행은 큰 수익원이 생기고 증권사는 기존의 수익원을 뺏기는 셈이 된다. 찬성 측은 은행의 신탁업 확대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금융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혀주고 궁극적으로 자산운용산업에 활력을 넣어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업역 확대보다 투자자의 권리 보호가 우선될 수 있도록 신탁업법 제정 대신 기존의 자본시장법을 개정하자는 신중론이 맞서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최근 금전 투자신탁 시장을 둘러싸고 은행업계와 증권업계의 신경전이 날카롭다. 신탁시장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신탁 수탁액이 740조여원에 달할 만큼 급성장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은행업계와 증권업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양상은 업권의 건전한 경쟁이 아니라 고객의 이익 보호에는 관심이 없는 단순한 밥그릇 다툼으로 비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 금융개혁 주요 추진과제 중 신탁업 제도의 전면 개편을 제1과제로 발표했다. 즉 국내에서는 신탁이 종합 재산관리기구로 활용되지 못하고 금융사의 타 업권 금융상품 판매 채널의 하나로만 기능하는 실정이기 때문에 2007년 자본시장법을 제정하면서 폐지했던 신탁업법을 다시 제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고령화·저금리·금융복합화라는 사회·경제 변화에 대응해 신탁이 금융회사들의 경쟁적 상품 판매 수단이 아니라 신탁의 종합재산관리기능 수행 여건 등을 조성함으로써 신탁업의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그런데 이러한 금융위의 움직임이 신탁업법의 분리로 대대적인 규제 완화를 주장해온 은행권의 입장을 반영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면서 자산운용업계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저금리 등으로 은행업계의 수익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신탁업을 별도 규율해 은행도 자산운용업에 진출시켜주기 위해 신탁업법을 제정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을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다.

물론 신탁업법을 제정하기 위한 움직임이 신탁업을 활성화해 은행의 수익 기반을 확대해준다는 취지만으로 이해할 것은 아니지만 우선은 투자자 보호를 어떠한 관점에서 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선행되지 않았다면 문제가 있다. 만일 그러한 과정이 소홀하게 취급된 채 입법 절차가 진행된다면 시장의 반발을 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신탁이란 신탁을 설정하는 위탁자와 신탁을 인수하는 수탁자가 특별한 신임 관계를 바탕으로 수탁자가 위탁자의 재산을 관리·운용·처분하는 법률행위를 말한다. 이러한 신탁은 신임 관계에 기초해 유연성과 자율성을 특성으로 하기 때문에 노후재산관리 등의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일반적인 신탁은 신탁법의 적용을 받지만 금융투자업은 자본시장법의 적용을 받는다. 신탁은 수탁자가 상당한 자율권을 갖고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위탁자 등의 권리가 쉽게 침해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금전신탁의 경우 진입 단계는 물론 영업행위 단계에 이르기까지 자본시장법에 따라 엄격히 규율하고 있다.

신탁은 투자자로부터 운용 지시를 받는 구조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투자자 보호가 약할 수밖에 없다. 특히 신탁업의 핵심은 자산운용이라 할 수 있는데 이는 신탁업법 제정을 통해서가 아니라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투자자가 제대로 보호될 수 있는 쪽으로 정비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물론 신탁업이 금융투자업을 다루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규율돼 유용성과 자율성이 충분히 발휘되지 못한다고 판단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신탁제도의 기능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것을 신탁업이 자본시장법에 따라 규율되기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신탁제도에 대한 수요 대상자의 인식이나 세제상의 문제 등이 신탁업 이용이 저조한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신탁업법이 자본시장법에서 분리되면 금융투자업에 준해 수탁재산별로 나뉘었던 인가 단위가 보관·관리·처분·운용 등 기능별로 전환됨으로써 자기자본 등의 진입 기준이 완화되는 것은 물론 영업행위에 대한 규제도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또 신탁업을 분리하는 것은 자본시장법 제정시 동일 기능에 대해서는 동일 규제를 한다는 기능별 규제 원칙에도 반하는 문제가 있다. 또 2000년 금융업권 간의 영역별 전문성을 높이고 이해 상충을 최소화하면서 동시에 영역 간의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도록 금융지주회사제도를 도입했는데 시중 은행의 직접적인 겸업화 확대 요구보다는 금융지주회사제도의 활용도 검토해볼 만하다.

신탁업법 제정 등 신탁업 제도의 개편 작업이 신탁산업 활성화에만 초점을 맞출 일은 아니다. 무엇보다 신탁제도를 이용하는 수요자의 권익 보호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점에서 신탁업법 제정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