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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만 외국인 고용의 허실] 인력난 中企들 싼 외국인근로자 쟁탈전...고용·임금구조 왜곡

<외국인 고용 현주소는>

임금 25~50% 싸 외국인 단순 생산직 크게 늘었지만

해외 전문인력은 갈수록 줄어 작년 4만8,000명 그쳐

外人 채용 1%P 늘때 국내 여성고용 0.15%P 감소

4차 산업혁명으로 인력 수요 바뀌면 노동시장 혼란 우려

경기 김포의 1차 금속가공 업체 갑산메탈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섭씨 1,300도의 쇳물을 성형틀에 붓고 있다. 이 업체의 외국인 근로자는 총직원 31명 중 12명에 이른다. /김포=이호재기자




경기도 안산 주물공장 A사가 생산직 외국인 근로자에게 주는 초봉은 월평균 160만원으로 최저임금 수준이다. 10년이 지나면 이보다 40만~50만원 정도 더 받지만 내국인 근로자 임금과 비교하면 25% 적고 최고 숙련공보다는 절반이나 적다. 이보다 더 적은 경우도 있다. 인근 식당에서 만난 한 중소기업 근로자는 “지금은 많이 줄었지만 구석진 곳 영세기업에 가면 불법 취업자들을 채용하는 곳이 종종 있다고 들었다”며 “이들의 임금은 공식 루트를 통해 취업한 이들보다 30% 정도 적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대부분의 국내 중소·영세기업들이 내국인 고용이나 혁신보다 외국인 근로자 확보를 가장 큰 숙제로 여긴다. 생산직 인력난이라는 눈앞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데다 임금부담도 내국인보다 훨씬 적으니 당연하다. 이 때문에 기업들의 외국인 인력 쟁탈전은 전쟁이라고 부를 정도로 치열하다. 실제로 한 중소기업은 외국인 근로자를 확보하기 위해 중소기업중앙회에 추가 인원을 요청했지만 ‘4,000번’이라는 대기번호만 받았다. 대기번호가 1,000번 이상 넘어가면 배정에서 탈락하는 상황에서 이보다 3,000번이나 밀렸으니 사실상 인력 확보에 실패한 셈이다.

국내 중소기업도 할 말은 있다. 가장 필요한 것은 생산직 인력인데 내국인은 뽑으려 해도 오지를 않으니 어쩔 수 없다는 하소연이다. 성남시의 금형공장 A사는 내국인을 뽑기 위해 최근 모집공고를 내고 신입사원 초임 연봉으로 2,400만원가량을 책정했지만 지원자는 전무했다. 결국 이 업체는 생산직 직원 7명 중 5명을 외국인 근로자로 채울 수밖에 없었다. 회사 관계자는 “연봉 외에도 교통비·식대 등 복지혜택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국내 인력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말했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외국인 근로자 확보를 위한 각종 편법이 횡행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브로커를 통해 다른 회사 이름으로 배정받은 후 몰래 자신의 회사로 데려오거나 다른 사업장에서 웃돈을 주고 인력을 빼 오는 경우도 있다. 명백한 불법이지만 공장을 돌리려면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게 기업들의 주장이다.





문제는 외국인 근로자의 증가가 산업 구조조정을 지연시키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점이다. 중소기업에 외국인 근로자는 곧 저임금 노동력의 공급원을 뜻한다. 굳이 생산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하지 않아도 연명할 수 있는 구조의 근원이다. 기술력과 임금 수준이 낮은 단순 생산형 기업 중 경쟁력이 낮은 한계기업의 비중이 55%에 달한다는 최근 산업연구원의 분석 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처음부터 잘못 잡은 외국인 정책 방향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정부는 2008년 1차 외국인정책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정책의 필요성을 ‘저출산 고령화 및 인구의 순유출 상황 지속’에서 찾았다. 우리나라의 생산가능인구가 2017년부터 줄어들고 100명당 부양인구 역시 2012년 기준 36.8명에서 2060년 101명으로 급증할 것이라는 분석이 근거로 제시됐다. 외국인 근로자 유입을 통해 인구 감소에 대응하고 해외 우수두뇌를 유치하기 위해 외국인 입국 문호 개방을 확대하는 등의 조치가 취해진 것도 이때였다.

하지만 결과는 엉뚱하게 나타났다. 중소기업 인력난 해소라는 현실의 덫에 갇힌 탓이다. 2013년 1월 발표한 ‘2차 외국인정책 기본계획(2013~2017)’에서조차 ‘단순기능 인력 편중 심화 및 정주화 증가 우려’와 ‘불법 체류 및 외국인 범죄 증가’를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지만 현실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해외 전문인력은 2012년 5만명에서 2016년 4만8,000명으로 줄어든 반면 저임금 단순기능인력은 7만명이나 늘어났다.

고용시장 왜곡도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저임금 외국인이 증가하면서 내국인의 고용이 줄고 이는 다시 외국인 고용을 늘리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외국인 고용이 1% 포인트 늘 때 여성고용은 0.15% 포인트 줄고 중장년 일자리 역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김포시 대곶면 거리에 내국인보다 외국인이 더 눈에 많이 띄는 것도 이러한 연유 때문이다. 임금구조도 악영향을 받아 외국인 근로자 비중이 1%포인트 늘면 내국인 근로자의 임금이 직종별로 0.2~1.1% 감소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일자리 형태가 바뀌는 상황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대거 유입할 경우 성장보다는 사회적 갈등만 초래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여성과 고령자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일 경우 2030년까지도 총량적인 측면에서는 인력부족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4차 산업혁명으로 수요구조가 변화함에 따라 해외 노동력 수요도 확연히 감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현재 정부의 외국인 인력수급정책을 보면 단순기능 인력들로 채우고 있는데 청년 실업률이 높은 상황에서 자칫 노동시장 교란과 사회통합 비용 증대 등 부작용 발생할 위험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탐사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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