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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 금융의 민낯] 정책금융 쏟아내고 툭하면 ‘탕감’...복지의 노예로 전락한 금융

"20兆 이상 회수불능 채권 감면해주겠다"

대선주자들 금융 기본원칙 깬 선심정책 남발

"상환능력 없는 한계가구 금융지원 최소화하고

선택적 복지·일자리 확충등 근본처방 내놔야"





지난 16일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2조6,000억원(203만명) 규모의 회수불능채권을 감면해주겠다고 밝혔다. 대출금리도 낮추겠다고 했다. 이자제한법상 최고이자(연 25%)와 대부업의 최고금리(연 27.9%)를 모두 연 20%로 인하하겠다는 것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문 전 대표보다 더 공격적이다. 이 시장은 금융채무 취약계층 490만명에 대해 1인당 약 500만원씩 24조4,000억원의 채무를 탕감하겠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 국민행복기금을 통해 56만명, 약 5조원의 빚을 감면해줬는데 또다시 금융의 원칙을 깨는 정책을 펴겠다는 뜻이다.

금융이 복지의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 1,344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한 것은 맞지만 한계계층에 대한 지원은 기본적으로 복지나 일자리로 풀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하지만 지금은 동원하기 쉬운 금융으로 복지를 대신하겠다는 분위기가 널리 퍼져 있다.



실제 현 상황은 한계가구에 돈만 더 빌려주고 있는 꼴이다. 지난해 5조7,000억원이 공급됐던 4대 정책금융상품(미소금융·햇살론·바꿔드림론·새희망홀씨)은 올해 7조원으로 지원액이 증가한다. ‘바꿔드림론’과 ‘햇살론’ 등 정책금융상품의 연체율이 치솟고 있음에도 대출공급을 더 늘리겠다는 얘기다. 실제 바꿔드림론(28.1%)이나 햇살론(12.9%), 행복기금의 전통시장 소액대출(9.0%)은 2금융권인 저축은행의 신용대출 연체율(8.5%)보다도 높다. 처음부터 돈을 갚기 힘든 가구에 정책금융이 나갔다는 의미다.

반면 한계가구의 상환 여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정부의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적용에 따라 일시상환대출을 원리금분할상환으로 바꾸게 되면 저소득층(하위 20%)의 부담은 급격하게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대출원금 2,500만원을 갖고 있는 1분위(하위 20%) 가구가 일시상환에서 원리금분할상환으로 바꾸면 대출금 상환액이 가구소득의 22.9%에 달한다. 원금이 1억원이면 무려 91.6%다. 더 이상 대출을 갚을 수 없는 상황까지 내몰리는 것이다. 2016년 가계금융복지조사의 자료도 비슷하다. 2015년 하위 20%의 신용대출 증가율은 -9.1%였지만 지난해 5.5%로 상승했다.

이는 한계가구에 대한 금융지원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이제 한계가구에 대해 추가적인 대출이나 금리 인하로 지원하는 것은 문제”라며 “복지 혜택이나 일자리 지원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통계로 보는 사회보장 2016’을 보면 지난해 10월 현재 우리나라의 공공사회지출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10.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1%)의 절반이다. 조사대상 회원국 30개국 중 최하위다. 복지지출 증가속도는 2000~2016년 연평균 5.4%로 OECD 평균인 0.98%보다 크게 높지만 절대 수준은 부족한 실정이라는 얘기다. 실업률도 높다. 지난해 청년실업률은 9.8%로 1999년 이후 최고치다. 한계가구에 대한 추가 지원은 일정 부분 필요한 셈이다.

하지만 정치권이나 정부는 재정 대신 금융을 선호하고 있다. 국민적 저항이 큰 증세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규제산업인 금융의 특성을 감안하면 대출지원 요구도 상대적으로 손쉽다. 혜택인원이 많게는 수백만명에 달하는 채무탕감은 서민층의 표를 얻기 좋은 수단이다.

금융권에서는 복지 문제는 복지로 풀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복지를 금융으로 접근하면 금융의 원칙을 훼손하게 되는 탓이다. 돈을 빌리면 이자를 붙여 정해진 날짜에 갚는 게 금융이다. 금융은 신뢰가 생명이다. 서민을 지원한다는 이유로 대출공급을 늘리고 채무탕감을 계속하면 신뢰가 깨지게 된다. 지금은 선택적 복지확대나 대대적인 규제완화로 일자리를 만들어야지 금융을 활용해서는 곤란하다는 얘기다. 금융 당국의 한 고위관계자는 “복지 문제는 복지로 풀어야지 이를 금융으로 풀면 안 된다는 점을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며 “일자리 확충 같은 근본적 해결책을 제시해야지 부채탕감과 이자감면은 대안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영필·구경우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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