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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컬처]인간도 자연…그 아름다움 몸짓으로 쓰다

"나의 몸·손길 닿는 모든 것이 자연"

김보라 아트프로젝트보라 예술감독

'인공낙원'서 몸에 대한 사색 풀어내

26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서 선보여

김보라 아트프로젝트보라 예술감독




인간의 몸짓은 자연일까 인공일까.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신예 안무가 김보라(35) 아트프로젝트보라 예술감독이 수년간 천착한 주제는 자연이다. 그간 김 감독은 인간이 보는 자연을 형상화하는데 집중했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내 몸이 자연이거늘, 자연으로 자연을 본다 한들 무슨 소용인가.’ 제2의 자연으로서 몸의 재발견이다. 김 감독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자연이 만들어내는 것 역시 자연의 일부고, 인간이 만들어낸 가공의 물체들 모두 자연이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신작 ‘인공낙원’이 탄생한 배경이다.

김 감독이 이끄는 아트프로젝트보라가 오는 24~26일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올리는 ‘인공낙원’은 9명의 무용수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공간에서 낯선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작품으로 ‘소무’ 이후 2년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아트프로젝트 보라의 ‘소무’(2015)

21일 서울 대학로에서 만난 김 감독은 “인간은 자연에 다가가겠다며 지나치게 많은 소비를 하고 있다”며 “‘인공낙원’을 통해 나의 몸, 손길이 닿는 모든 것이 자연이라는 깨우침을 전해주고 싶다”고 설명했다.

인공낙원을 연출하면서 김 감독에게 영감을 준 인물은 프랑스 철학자 메를리 퐁티다. 퐁티의 “인간이 하는 인위적이고 가공적인 모든 것이 자연적인 것이다”라는 말은 김 감독에게 평생 탐구할 과제를 줬다. 김 감독은 “퐁티는 몸에 대해 끊임없이 사색하고 현실적으로 표현한 철학자인데 퐁티가 이를 글로 썼다면 나는 몸으로 쓸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작품은 무용수들과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만들었다. 그전까진 김 감독이 직접 몸짓을 보여주며 무용수들을 이끌었다면 이번에는 말로 영감을 설명하면 무용수가 표현하고 여기서 다시 영감을 받아 안무를 짜고 또 짰다. 반복될수록 군더더기가 사라졌다. 김 감독은 “무대에서 김보라를 서서히 빼는 작업을 했고 이제는 연출자로서 작품을 이끄는데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 특유의 미장센은 이번 작품에서도 극대화된다. 댄스 플로어에 에나멜을 깔아 밤하늘에 별이 빛나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하늘과 땅의 반전이다. 마지막 장면에선 거꾸로 매달린 나무가 상하 공간을 메운다. ‘낯설게 보기’ 위해 시공간을 비튼 것이다. 뒤바뀐 시공간에서 관객들은 미래의 인간, 혹은 괴생명체를 상상하게 된다. 몸짓은 아름답지만 낯선 아름다움이다.



이번 작품은 국내 무용 작품으로는 이례적으로 60분짜리 공연이다. 김 감독은 “20분짜리 1인무로 시작해 다음 작품은 45분, 이번에는 60분으로 단계를 밟아가며 작품 구성력을 높였다”며 “보통 무용을 보는 관객들이 일정한 형식을 선호한다고 생각하는데 아트프로젝트보라는 틀에 구애받지 않은 덕에 자유로운 구성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 감독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이지만 해외에서 인정받은 후 국내에 소개된 대표적인 안무가다. 그의 작품을 가장 먼저 주목한 곳이 일본이었다. 일본에서 작품을 본 해외 디렉터들이 프랑스, 네덜란드 등으로 김 감독을 초청했다. 2015년에는 멕시코 ‘세르반티노 페스티벌’에 한국인 최초로 초청됐고, 지난해는 프랑스 ‘생상드니 페스티벌’, 이탈리아 ‘플로렌스 코리아 필름 페스티벌’ 에서도 작품을 선보였다. 이후 국내에서도 러브콜이 이어졌다. 국내외 주요 댄스 페스티벌에서 매번 초청받는 팀이 됐다.

덕분에 2018년까지 공연 스케줄이 빼곡하다. 올해 5월 브라질 ‘ABC단카 페스티벌’ 과 이탈리아 ‘플로렌스 서머 페스티벌’ 에 초청받았고 7월에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원사업인 ‘2017 창작산실 우수공연 레퍼토리’에 ‘소무’가 선정되면서 국내 무용 공연으로는 최초로 열흘간 장기공연을 펼친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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