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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나비부인' 의상 디자이너 레지나 쉬레커 "113년만에 기모노 벗기고 '나비부인'의 본질 입혔죠"

비비안 휴잇 연출한 '나비부인'

무대·조명 등 미니멀리즘 따라

의상도 조명의 효과 잘 받도록

합성물질 사용 등 연구 많이해

게이샤·사무라이 의상을 입은

서양 성악가의 가짜 연기 대신

보편적 여성 모습 보여 주고파

내달 28일 예술의전당서 개막





19세기 말~20세기 초 일본 나가사키를 배경으로 한 오페라 나비부인의 여주인공 초초상(나비부인)은 늘 전통적인 기모노를 입었다. 떠나버린 미국인 남편 핑커톤을 그저 그리워하며 기다리기만 하는 순종적인 동양 여성의 의상으로 이보다 나은 것은 없었을 테다. 그런데 2000년 세계 3대 오페라 축제인 푸치니 페스티벌에서 113년간 역사를 자랑하던 ‘나비부인’이 새로운 모습으로 관객들을 맞았다.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오페라 연출자 비비안 휴잇이 연출하고 레지나 쉬레커가 무대 의상을 맡은 파격적인 무대가 새로운 나비부인의 탄생을 알린 것이다.



다음달 28일 수지오페라단과 공동제작한 나비부인 내한 공연을 앞두고 이탈리아의 유명디자이너이자 오페라 ‘나비부인’ 의상 디자이너 레지나 쉬레커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레지나 쉬레커는 1980년대 이탈리아 피렌체를 무대로 활동하는 유명 디자이너로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런칭하며 이탈리아 신예 디자이너로 주목받고 있다. 오페라 ‘나비부인’을 통해 무대 의상 디자인으로 발을 넓혔고 ‘백설공주’ ‘리골레토’ 등 다양한 오페라 프로덕션에 참여하며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다.



비비안 휴잇이 연출한 ‘나비부인’은 무대부터 의상, 조명까지 모든 것이 미니멀리즘을 따르고 있다. 무대에는 4명의 등장인물을 상징하는 칸 야스다의 조각물을 세웠고 이에 걸맞는 색색의 조명과 현대적인 의상을 선보인 것이다.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모든 장면이 조화를 이룬 데는 비비안 휴잇의 연출력 못지않게 쟁쟁한 디자이너들의 역할이 컸다. 쉬레커는 “비비안은 단지 성악가들에게만 집중하기 보다는 전체 오페라의 구성이 완벽해지는데 힘을 쏟았다”며 “비비안이 재해석한 ‘나비부인’은 움직이는 시 그 자체”라고 강조했다.

쉬레커 역시 의상과 조각, 조명이 어우러질 수 있도록 많은 연구를 했다. 쉬레커는 “조각 작품들이 조명을 잘 받을 수 있도록 작업한 것처럼 의상도 조명의 효과를 잘 받을 수 있도록 합성 물질을 사용했다”며 “이탈리아 토스카나 일대에 고급 직물을 제공하는 옷감 제작자들을 찾아다니며 온갖 직물을 모아 비교하고 결정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이번 무대의상에서 가장 큰 파격은 기모노 스타일의 탈피였다. 쉬레커는 1800년대 후반, 1900년대 초반의 일본 기모노와 서양 식민지 시대의 의상을 대폭 줄였다. 쉬레커는 “서양 성악가들이 게이샤와 사무라이 의상을 입고 가짜 연기를 하는 것보다 ‘나비부인’의 본질을 보여줄 수 있는 의상을 택하기로 했다”며 “보편적인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고 그 덕에 전통적인 기모노와 식민지 시대 의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양귀비를 연상하는듯한 빨간 드레스다. 쉬레커는 “빨간 오간자 직물의 망토는 전통적인 웨딩 기모노를 연상시키지만 내가 의도한 건 영원히 잠드는 것을 의미하는 양귀비를 떠올리게 하는 것이었다”며 “2막에는 회색 오간자 직물로 찢어진 망토를 입혔는데 나비부인의 가난과 핑커톤의 귀환을 기다리는 애절한 마음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이밖에 핑커톤과 그의 새 미국인 부인 케이트까지 각 인물의 성격과, 극의 전개에 따른 심리 변화까지 면밀하게 분석, 다양한 상징과 은유를 의상에 담았다.

이번 공연은 다음달 28~30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다. 초초상 역에는 지난해 12월 밀라노 라 스칼라 무대에서 열린 ‘나비부인’에서 초초상으로 열연하여 극찬 받은 소프라노 리아나 알렉산얀과 유럽전역에서 초초상으로 가장 활발하게 활동 중인 소프라노 도나타 단눈지오 롬바르디가 캐스팅됐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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