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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 특별감리받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무슨 일이...마법? 분식회계??

삼성바이오에피스 가치 셀트리온의 절반 수준

콜옵션 가능성 선반영, 평가익 미반영은 같은 개념

4차 산업혁명 주력산업 의혹에 흔들려서는 곤란





인천 송도에 가면 삼성바이오로직스라는 회사가 있습니다. 바이오의약품을 위탁 생산하는 기업입니다. CMO라고 하죠. 삼성그룹 계열사입니다.

요즘 이 회사는 정신이 없습니다. 처음에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와중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적자기업이면서도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 게 문제가 됐습니다. 최순실과 청와대의 특혜를 받았다는 것이지요.

논란은 더 커졌습니다. 2015년 결산을 두고 분식회계를 했다는 지적이 정치권에서 나온 탓입니다. 당시 로직스는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 가치를 5조2,726억원으로 보고 이를 일회성 이익으로 반영했습니다. 매년 적자를 내던 로직스는 2015년 1조9,049억원의 흑자로 돌아섰습니다. “요술이냐?”라는 빈정거림과 “분식회계”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죠.

결국 금융감독원은 특별감리를 하기로 했습니다. 상장할 때 회계 부분을 한번 봤지만 이를 다시 검사하겠다는 뜻입니다. 서울경제신문을 통해 이 소식이 전해진 30일, 바이오로직스의 시가총액은 무려 4,000억원이나 빠졌습니다. 도대체 삼성바이오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그리고 5조원에 달하는 가치평가를 통해 2조에 가까운 순이익을 거뒀다는 얘기는 또 무엇일까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그리고...

2015년 9월1일. 제일모직과 옛 삼성물산이 합병합니다. 두 회사의 합병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이 부회장과 가족들은 제일모직 지분(42.17%)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옛 삼성물산은 그룹 주력인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지분을 갖고 있었어요. 이 부회장 일가는 물산 주식이 1.41%가 전부였습니다. 물산 주주가 되면 자연스레 그룹 지배력이 높아집니다. 당시 옛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4.1%)만 8조원에 달했어요. 어쨌든 제일모직과 옛 삼성물산은 합병합니다. 이 과정에서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제일모직과 옛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주식 교환비율)이 부당하다며 문제제기를 하기도 했죠.

이제부터 바이오 얘기가 시작됩니다. 어쨌든 두 회사가 합쳐지는 과정에서 회사는 제일모직이 들고 있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를 들여다봤어요. 회사에 어떤 자산이 있는지를 따져봐야 합병 비율을 계산할 수 있으니까요. 당시 안진회계법인은 로직스 자회사였던 에피스의 가치를 5조2,726억원으로 정했습니다.

높아진 콜옵션 행사 가능성

삼성은 바이오 사업을 하면서 다국적 제약사인 바이오젠과 손잡았습니다. 바이오 사업을 처음하다 보니 선진 업체와 함께 하는 게 안전하기 때문이죠. 이중 바이오로직스의 자회사인 에피스의 지분을 나눠 가졌어요. 지난해 말 기준으로 로직스가 93.31%, 바이오젠이 6.69%를 보유 중입니다.

바이오젠은 투자를 하면서 콜옵션을 받았어요. 콜옵션이란 나중에 상황을 봐서 로직스 지분을 정해진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랍니다. 바이오젠은 3,519억원만 들이면 에피스의 지분을 최대 ‘50%-1주’까지 가질 수 있습니다.

한번 생각해봅시다. 회계법인에서 평가한 에피스의 가치가 무려 5조2,726억원이에요. 절반만 따져도 2조원이 넘는 금액입니다. 콜옵션을 행사하려면 3,500억원이 필요하지만 행사시 가치가 6배 정도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됩니다.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죠. 이 때문에 로직스의 2015년 결산을 맡은 삼정회계법인은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확률이 높으니 이를 장부에 반영해야 한다고 했어요.

콜옵션 행사 가능성은 사업 부문에서도 나타났습니다. 2015년 10월 에피스는 ‘엔브렐’ 바이오시밀러의 국내 판매승인을 받았고 같은 해 12월에는 ‘레미케이드’ 복제약의 판매허가를 따냈습니다. 이후 유럽 시장에도 진출했죠. 에피스가 복제약 사업에서 성과를 내기 시작한 것입니다.

다음부터는 산수가 필요합니다.

◇바이오에피스 관련 회계처리 (단위: 억원)

구분 금액 비고
에피스 총가치 52,726 안진 평가
로직스의 평가이익 45,436 91.2% 소유(2015년말)
콜옵션 가치 18,204 바이오젠 지분몫
세전이익 27,232
법인세 6,590
당기순이익 20,642 로직스 순익에 반영
주: 2015년 회계처리 기준

순서대로 설명해볼게요. 안진에서 평가한 에피스의 총가치는 5조2,726억원입니다.

당시 로직스가 에피스 지분 91.2%를 갖고 있었으니까 보유지분 가치는 5조2,726억원에 0.912를 곱한 4조8,086억원이에요. 새로 평가하기 전에는 에피스를 2,650억원(장부가)으로 생각했으니 추가로 늘어난 금액은 4조5,436억원이랍니다.

바이오젠은 2015년 말 기준으로 에피스 지분을 8.8% 소유했어요. 콜옵션을 행사하면 41.2%의 주식을 추가로 얻을 수 있는데 그 가치가 2조1,723억원입니다. 콜옵션은 정해진 가격으로 사기로 한 것이니까 여기에 3,519억원이 듭니다. 바이오젠 입장에서는 1조8,204억원의 평가이익이 생기는 셈이죠.

그런데 왜 갑자기 평가를 다시 했죠?

여기에서 궁금증이 생깁니다. 원래 장부가액(2,650억원)으로 돼 있던 바이오에피스를 왜 다시 평가했느냐는 것이죠. 잘 있던 회사를 말이죠.

답은 앞에서도 언급했듯 콜옵션 행사 가능성 때문입니다. 바이오로직스가 지분 90% 이상을 갖고 있다면 에피스는 누가 봐도 로직스의 종속회사입니다. 그런데 바이오젠이 ‘50%-1주’까지 지분을 늘리게 된다면 확실한 지배력을 행사한다고 보기 어려워져요. 특히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 두 회사의 계약상 로직스가 에피스를 전적으로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게 삼성 측의 설명입니다. 이 경우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 따르면 에피스는 완전한 로직스 게 아닙니다.

그러면 어떻게 되느냐. 종속회사였던 에피스를 관계회사로 바꿔야 해요. 관계회사는 갖고 있는 지분만큼 공정가치로 반영할 수 있게 된답니다. 장부가액이 아닌 공정가치로요. 상장사는 주가로 공정가치를 평가하지만 에피스는 비상장사였어요. 비상장사니까 외부에 믿을 만한 곳에서 평가를 받아야 하겠죠. 그래서 2015년 제일모직과 옛 삼성물산이 합병할 때 평가했던 금액을 그대로 가져다 쓴 것이에요. 안진회계법인에서 한 것을 삼정이 인정한 셈이죠.



일각에서는 바이오젠은 아직 평가이익을 반영하지 않았는데 왜 삼성만 반영하느냐는 주장도 폅니다. 그런데 잘 들여다보면 그래야 서로 앞뒤가 맞습니다. 회계는 보수적으로 해야죠. 삼성 입장에서는 상대방이 행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생기면 이를 최대한 반영하고, 바이오젠은 실제로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이익으로 잡지 않는 것입니다. 문제(부채)가 될 걸 미리 반영하는 것은 괜찮지만 권리행사를 하지 않은 것을 미리 앞당겨 이익을 봤다고 하는 것은 무리지요.



순이익을 늘려서 어떤 도움이 된 거죠?

또 궁금한 게 생깁니다. 그럼 삼성은 어떤 이익을 봤느냐 이거에요. 일각에서는 이익을 늘리기 위해 종속회사를 관계회사로 바꿨다는 주장을 합니다.

이는 순서가 바뀐 것입니다. 원래 흐름은 ‘콜옵션 행사 가능성 증가→종속회사, 관계회사로 변경→평가이익 발생’인데 이익을 내기 위해 앞의 일들을 했다는 얘기니까요.

삼성이 장부상 이익을 본 건 맞습니다. 하지만 그게 다입니다. 상장 특혜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코스피에 상장했는데, 순이익 조건이 없었습니다. 물론 그 전에 적자기업도 상장할 수 있도록 규정이 바뀌었죠. 일부에서는 이것을 특혜라고 하는데 그런 건 아닙니다. 그때 미국 나스닥과 국내 코스닥은 적자 상장이 가능했습니다.

바이오 기업은 대규모 자금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처음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에 상장하려고 했어요. 나스닥은 적자 상장도 되고 글로벌 인재를 모으기 좋기 때문입니다. 테슬라도 적자 상장 기업입니다.

하지만 삼성은 국내로 방향을 돌렸습니다. 거래소가 국내 대표 기업이 해외로 나가면 되겠느냐고 했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알아둬야 할 게 있습니다. 바이오 산업의 특성인데요. 바이오 업종은 사업 초기에 적자를 낼 수밖에 없습니다. 로직스도 공장 하나를 짓는데 1조원에 가까운 자금이 필요합니다. 신약이나 복제약 연구개발(R&D)을 하는 회사는 돈이 더 들죠. 약을 만들어 팔기 위해서는 인체에 무해한지 임상을 해야 하는 탓입니다. 신약 개발의 경우 제품화까지 10~15년이 걸리고 비용도 1조원 이상이 듭니다. 반면 성공확률은? 0.01~2.3% 수준입니다. 1조원을 쏟아부어도 다 까먹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우리도 로슈나 화이자 같은 글로벌 제약사를 만들려면 바이오 업체에 대규모 자금이 있어야 합니다. 적자 상장이 안 되면 그들과의 격차는 따라 잡을 수가 없습니다.

5조2,000억 과대 평가다?

이런 생각도 가능합니다. 다 좋다. 그러나 “무엇을 근거로 에피스 가치를 5조2,000억원대로 봤느냐?”고 말이죠. 금액이 너무 높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것입니다.

적절한 비판입니다. 사람마다 기관마다 보는 기준이 다를 수 있죠. 회계법인에서는 미래가치와 현금흐름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평가한다고 합니다.

에피스는 바이오시밀러(복제약)를 개발하는 회사입니다. 현재 류머티스관절염 같은 자가면역질환치료제인 ‘엔브렐’과 ‘레미케이드’를 복제한 제품을 유럽에서 팔고 있습니다.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 복제약도 준비 중입니다. 파이프라인(개발 중이거나 개발완료한 제품)만 7개입니다.

경쟁업체를 보죠.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셀트리온이 있습니다. 바이오에피스와 같이 복제약을 만들어 파는 셀트리온의 시총은 10조5,000억원 수준입니다. 감이 오시나요? 에피스의 회사가치는 셀트리온의 절반 정도로 잡은 것입니다. 셀트리온은 복제약 분야에서는 선두주자입니다. ‘레미케이드’를 복제한 ‘램시마’의 점유율도 빠르게 올라가고 있구요.

삼성도 만만치 않습니다. 유럽과 미국 곳곳에서 셀트리온의 뒤를 이어 복제약을 내놓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삼성의 이름값은 셀트리온보다 큽니다. 셀트리온과 삼성, 두 곳 모두 글로벌 수준에 오를 수 있다는 얘기지요.



아직 더 커야 할 바이오산업

올 초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 2017’에 참석했을 때입니다. ‘JP모건 행사’는 전세계에서 가장 큰 바이오 행사입니다.

이곳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은 초라합니다. 미국이나 유럽은 물론이고 중국 업체에도 밀리는 게 현실입니다. 행사장인 미국 샌프란시스코 성프랜시스 호텔에서 다국적 제약사는 메인층(1.5층과 2층)에서 회사 프레젠테이션(PT)을 합니다. 한국 기업은 같은 호텔 32층에서 합니다. 신흥국 기업은 모두 32층입니다. 국내 업체 가운데 유일한 예외가 삼성입니다. 올해부터 삼성은 2층으로 내려갔습니다. 주류 사회(?)에 진입한 셈이죠.

참석자들은요? 2층 이상 올라오지 않습니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세요. 1.5층이나 2층에 있는 매장과 32층에 있는 매장을요. 층수 차이만큼이 글로벌 바이오 산업에서의 우리의 위상입니다. 해외 업체들은 블록버스터 신약을 줄줄이 내놓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블록버스터 신약이 없습니다. 실제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2016년도 제약산업 육성지원 시행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글로벌 신약 4개를 만들고 세계 50위권 제약사에 2개를 진입시키는 게 목표입니다. 뒤집어 보면 우리의 실력이 그만큼 부족하다는 뜻입니다.

4차 산업혁명을 얘기합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인공지능(AI)과 바이오입니다. 두 산업에서 성공하지 못하면 대한민국은 낙오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한국의 바이오산업은 여전히 변방입니다. 이런 불모지에서 씨를 뿌리고 있는 게 삼성과 SK, 코오롱입니다. 셀트리온은 선구자 역할을 했고, 한미약품은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죠.

바이오산업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기업을 의혹만으로 흔들어서는 곤란합니다. 삼성바이오가 우리나라에 만든 일자리만 2,000여개입니다. 앞으로 한참을 더 커 나가야 할 바이오 산업이 이같은 일로 타격을 받을까 걱정입니다.

/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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