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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의 40·50대는 ‘확장된 청년기’, ‘중년’ 고정관념 벗어나 진짜 인생 찾을 때”

INTERVIEW | ‘4050 후기청년’ 저자 송은주 박사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있다. 한창 배우고 경험을 쌓을 젊은 나이에 생각이 굳어버린 ‘애늙은이’나 백발이 성성한데도 활력과 열정이 넘치는 ‘만년청춘’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가 된다. 젊음과 늙음을 가르는 기준은 물리적 나이가 아니라는 뜻이다. 이른바 100세 시대의 도래는 사람들에게 연령대에 관한 오랜 통념을 깨야만 한다는 자극을 주고 있다. 과거처럼 얼추 60세 즈음에 은퇴해 노년에 돌입한다면, 무려 30년 이상을 노인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30년이 넘는 노년기라! 당신은 이를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이제 인생의 문법, 연령대의 공식을 바꿔야 할 때다. 특히 청년기의 확장이 절실하다. 트렌드 분석가이자 미래 연구자인 송은주 박사(행정학박사·정책학자)는 최근 <4050 후기청년>이라는 책을 통해 오늘을 사는 40·50대에게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중년’이라는 낡은 고정관념을 버리고 ‘청년’으로 살아가라는 도발적 제안을 했다. ‘후기(後期)청년’이라는 말은 40·50대가 더 이상 중년이 아니라 청년기의 후반부라는 뜻이다. 그를 만나 후기청년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중년의 위기(Midlife Crisis)’라는 말을 익히 들어봤을 것이다. 마치 관용구처럼 쓰이는 이 말은 사실 학술 용어다. 캐나다의 정신분석학자 엘리엇 자크가 1965년 주창한 개념에서 비롯됐다. 그에 따르면 중년은 사람이 삶의 유한성에 직면하면서 젊은 시절에 가질 수 있었던 꿈과 목표가 점차 사그라지는 시기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인생은 점점 내리막길을 걸어 늙음과 죽음을 향해 간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중년의 사람들은 우울하고 불안한 감정의 늪에 빠지게 되며, 경우에 따라서는 무모하거나 일탈적인 행동을 한다는 설명이다. ‘중년의 위기’라는 개념은 할리우드 영화사들에 의해 통속물의 단골 소재로 등장하기도 했다. 잠시 생각해보라. 중년의 남녀가 가정을 버리고 젊은 연인과 사랑의 도피 행각을 벌인다는 스토리 라인을 가진 영화나 드라마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런데 과연 중년이 되면 상당수가 우울해지거나 엉뚱한 일탈을 시도하는 게 사실일까?
송은주 박사는 각종 연구 프로젝트 수행, 대학 강의, 저술 활동 등 다방면에서 열정적으로 활동하는 40대 후반의 커리어우먼이다. 기업이나 정부, 공공기관 등의 의뢰를 받아 현재의 트렌드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미래를 예측하고 정책 솔루션을 제시하는 일을 주로 한다. 이를테면 ‘사회·문화 현상 프로파일러(Profiler)’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하는 ‘퓨처 라이프 랩(Future Life Lab)’이라는 연구 공동체에도 참여하고 있다. 그런 그가 <4050 후기청년>을 펴낸 계기는 중년에 대한 고정관념이 잘못된 것일지 모른다는 의구심에서 시작됐다.

‘중년의 위기’ 반박하는 연구 결과들
송 박사가 말한다. “요즘 40·50대는 과거 40·50대와 정말 많이 달라졌는데도 아직 우리 사회에는 40·50대가 되면 ‘인생이 꺾어졌다’는 고정관념이 잔재해 있더군요. 그런데 제가 막상 40대가 돼보니까 그런 고정관념에 대해 반기를 들고 싶은 생각이 강렬하게 솟구쳤어요. 먼저 40·50대에 대한 각종 연구 결과들을 쫙 분석해보니까 중년에 대한 고정관념이 사실이 아니라는 게 많이 밝혀져 있더군요. 그래서 지구촌 40·50대가 어떻게 사는지를 조사하기 위해 온갖 네트워크를 동원해 제보도 받고 연구 자료도 수집·분석해 책을 쓰게 된 거죠.”
실제 <4050 후기청년>에는 ‘중년의 위기’를 반박하는 실증적 연구·조사 결과들이 다수 인용돼 있다. 일례로 미국 버지니아대의 티모시 솔더스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중년에는 외로움, 절망, 우울 등의 감정이 커진다는 고정관념과는 반대로 인생의 새로운 장을 연다는 기대와 설렘, 열정 등이 샘솟는 것으로 밝혀졌다. 아울러 이 시기에 심적인 위기를 겪는 사람은 25%도 안 되며, 그 위기를 중년의 나이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역시 10%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14년 영국에서 성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어느 조사 결과도 주목할 만하다. 이에 따르면 50대 이상 영국인의 절반 이상이 아직 자신은 중년기에 접어들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10명 중 8명은 중년이라는 개념이 단지 마음의 상태일 뿐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송 박사는 말한다. “사실 중년이라는 개념은 인류의 평균수명이 60세 정도일 때 만들어졌어요. 인생을 삼등분해서 40대 이후 중년에게는 내리막길만 남았다는 꼬리표가 달렸죠. 하지만 100세 시대가 왔습니다. 지금 40·50대는 앞으로 40~50년을 더 살아야 할지도 몰라요. 그러기에 이제는 40·50대에 대한 왜곡된 시선과 고정관념을 깨야만 합니다. 사실 요즘은 얼굴만 보고 나이를 맞히기도 어렵잖아요. 이를테면 ‘같은 나이지만 다른 느낌’으로 사는 사람들이 많아진 겁니다. 또 우리의 삶의 양태가 많이 달라졌잖아요. 40대에 결혼하고, 50대에 학교로 돌아가고, 60대에 배낭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드물지 않습니다. 특정연령대에는 무엇을 해야 한다는 식의 통과의례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겁니다. 저는 <4050 후기청년>을 통해 40·50대가 인생의 하강곡선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어요. 이제는 오래된 중년의 고정관념과 결별하고 자기 자신만의 삶을 당당하게 살아보자는 거죠.”



40·50대 특유의 매력은 ‘메소력’
송 박사는 40·50대는 다른 세대가 갖지 못한 그들만의 매력이 있다고 강조한다. 사람은 40대가 넘어서면 한두 분야에 대해서는 자신만의 경륜과 노하우를 갖게 된다. 그걸 바탕으로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는 역량과 네트워크도 탄탄해진다. 통찰력, 이해력, 요령이 만개하는 것도 이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송 박사는 40·50대의 매력을 함축하는 용어를 직접 만들기도 했다. 이른바 ‘메소(MESO)력’이다. 메소는 ‘의미 있고(Meaningful) 흥미진진하며 (Exciting) 특별한(Special) 기회(Opportunity)’라는 뜻을 담고 있다. 아울러 메소는 중간을 뜻하는 영어 단어 미들(Middle)의 어원이 되는 그리스어이기도 하다. 인생의 중간지대에 있는 40·50대가 가진 매력을 감칠맛 나는 용어로 표현한 셈이다.
사실 후기청년이라는 용어도 송 박사의 작품이다. 그는 100세 시대의 첫 주자라고 할 수 있는 오늘날 40·50대에게는 중년이라는 부정적 이미지의 명칭이 아닌 새로운 명칭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이 문제를 두고 한참을 고민하다가 문득 자신이 좋아하는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1802~1885)가 남긴 말이 떠올랐다. 빅토르 위고는 당시로서는 매우 드물게 83세까지 장수하며 위대한 작품을 다수 남겼다. 그는 여든 살이 넘어 “40대를 돌이켜보니 ‘나이 든 청년’이더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 대목을 곰곰이 음미하던 송 박사의 뇌리에 ‘후기청년’이라는 용어가 번득 떠올랐다고 한다.
40·50대 후기청년은 열정과 패기가 있는 데다 지혜와 여유로움까지 갖춘 세대다. 오늘날 후기청년 세대는 인류 역사상 그 어떤 세대보다 교육 수준이 높고 다양한 경험을 한 세대다. 따라서 인생의 하강곡선이 아니라 새로운 상승 곡선을 그릴 수 있는 역량도 갖추고 있다. 어쩌면 자신이 꿈꾸던 ‘진짜 인생’을 찾게 되는 기회를 포착할 수도 있다.
미국 일간지 와 ‘라이프 리이매진드(Life Reimagined)’라는 단체가 공동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의 40·50대는 여전히 삶에서 다양한 변화를 이뤄내고 싶다고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3명 중 1명이 향후 5~10년에 걸쳐 자기 삶을 성공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자신 있다고 답했다는 점이다.
미국 와튼스쿨의 스튜어트 프리드만 교수는 40·50대에 새로운 인생을 모색하는 사람들에게 세 가지 조언을 한다. 첫째, 할 수 있는 것 중에서 찾아라. 둘째, 상황에 대한 자신의 반응에 주목하라. 셋째, 컨트롤할 수 없는 상황들에 대해 불평하느라 인생을 낭비하지 말라. 요컨대 자신이 잘할 수 있고 좋아하는 일을 찾아 열심히 도전해보라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겠다.

사회 시스템·정책 연구가 뒷받침돼야
40·50대가 중년이 아닌 후기청년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본인의 마음가짐과 선택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것이 모두가 후기청년으로 살 수 있는 충분조건은 아니다. 40·50대 후기청년을 위한 사회 시스템이나 정책 연구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 송 박사의 견해다. 송 박사는 “40·50대가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 자신들을 위한 정책이나 제도가 마련되도록 힘을 모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4050 후기청년>에는 새로운 인생을 찾아 멋지고 활기차게 살아가는 지구촌 40·50대의 다채로운 사례가 풍부하게 담겨 있다. 당신이 40·50대라면 책을 읽어가다 문득문득 가슴을 뛰게 하는 벤치마킹 모델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가슴이 뛰지 않는다면 당신은 ‘진짜 중년’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송은주 박사가 말한다. “세상에서 가장 귀한 금은 ‘지금’이라는 말도 있듯이, 40·50대 여러분에게는 바로 지금이 인생에서 가장 귀하고 소중한 시기입니다. 40·50대도 그만의 찬란함을 가졌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김윤현 기자 unyon@hmgp.co.kr, 사진 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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