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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칼럼]트럼프착란증후군을 피하는 법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CNN ‘GPS’ 호스트

시리아에 대한 미사일 공격 등

트럼프 모든 정책이 惡은 아냐

증오 때문에 평가절하해선 안돼





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지독한 증오심으로 개인의 판단력이 훼손되는 이른바 ‘트럼프착란증후군(Trump Derangement Syndrome)’이 실재한다고 믿지 않았다.

트럼프에게 쏟아지는 비방과 험담을 모르는 바 아니다. 대통령 선거전 내내 그가 보여준 행동은 모든 비난을 정당화시키기에 충분했다. 당선 후에도 트럼프는 들끓는 여론을 진정시키고 대통령답게 행동하기는커녕 옹졸한 공격과 과장·거짓말을 늘어놓는 것으로 일관했다.

이런 상황에서 시리아에 대한 미사일 공격이 단행됐다. 이 문제에 관해 트럼프는 보좌관의 조언을 받아들여 당초 자신의 입장을 번복하고 치밀한 조율을 거친 대응법을 선택해 신속하게 행동했다.

나는 시리아 공격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한편 그가 드디어 ‘대통령답게 행동했다’고 평가했다. 미국 대통령은 단순히 자국의 이익만을 우선시할 수 없으며 보다 폭넓은 이익과 이상을 추구해야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나마 깨달았음을 보여준 조치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보주의자들은 내가 트럼프를 교황으로 천거하기라도 한 듯 소란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평소 사려 깊던 칼럼니스트들조차 내 견해를 ‘헛소리’로 매도하며 ‘언론이 트럼프 지지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신호’라고 주장했다.

지난 2013년 9월27일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성명서에서 시리아 정부가 비축해둔 화학무기를 폐기하기로 유엔과 합의했다고 발표하면서 “구속력을 지닌 이번 합의를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은 반드시 준수해야 하며 이를 어길 경우 중대한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고 못 박은 뒤 “우리는 합의 이행 여부를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시리아의 약속 위반을 지켜본 트럼프 행정부가 오바마가 시사한 방식대로 중대 조치를 집행한 셈이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외교정책을 담당한 주요 인사들과 전 세계 우방국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시리아 공격을 즉각 지지하고 나선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시리아 공격은 깔끔했고 신중했으며 신호를 전달하는 것과 동시에 미국이 시리아 내전에 더욱 깊숙이 개입하지 않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다시 말해 오바마식 대응법 그대로였다.



보수주의자들은 진보주의자들보다 트럼프의 태도 변화를 훨씬 잘 이해하는 듯 보인다. 트럼프의 강력한 지원군 가운데 상당수는 트럼프의 오바마 정책 끌어안기에 속을 태운다. 앤드루 매카시는 ‘내셔널 리뷰’ 기고문에서 “대외정책에 관한 한 2016년 대선은 힐러리 클린턴이 오바마 3기 행정부를 분만한 케이스가 될 것으로 우려됐으나 대신 트럼프가 우리에게 클린턴 3기 정부를 안겨줬다”고 평론했다.

진보주의자들은 트럼프착란증후군을 피해야 한다. 트럼프가 추구하는 모든 정책이 잘못되고, 악하고, 위험한 것은 아니다.

나 역시 트럼프에게 꽤 엄하게 굴었다. 대선 전 그가 제안한 거의 모든 정책에 신랄한 공격을 가했으며 유권자들에게 그를 거부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내 말을 따르지 않았고 트럼프는 지금 대통령이다.

이제 내가 할 일은 그의 정책들을 공명정대하게 평가하고 내 견해에 비춰 그것들이 과연 현명한지 아닌지를 설명하는 것이라 믿는다.

트럼프의 대선 공약과 정책의 상당수는 어리석고 실행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지난주 그가 여러 면에서 태도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듯 트럼프의 정책은 언제든 바뀔 가능성이 있다.

그를 반대한 우리 중 일부는 중요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트럼프의 태도 변화와 가차 없는 공약 추진 가운데 우리가 과연 어느 쪽을 원하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첫 번째 옵션은 트럼프를 수치스러운 몰락에서 구해줄지 모르지만 국가와 세계에 유익한 일이다. 두 번째 옵션은 모두에게 재앙이다.

우리는 미국에 더 좋은 옵션을 원하는가, 아니면 트럼프에게 더 나쁜 옵션을 원하는가.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CNN ‘GPS’ 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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