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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성장엔진 위한 소프트인프라]캠퍼스를 창업공장으로...'잭팟' 아니라도 '팝콘' 같은 성공 늘려야

2부. 변혁·융합의 시대...기초과학을 키워라

<2>대학이 기술창업의 요람

MIT·스탠퍼드대·뮌헨공대·알토대 등

캠퍼스서 창업아이템 24시간 토론·실험

기업 원하는 솔루션 맞춰 4차혁명 주도

국내 대학도 창업생태계 인식전환 시급

MIT대의 팹랩(Fab Lab)은 디지털 기기, 소프트웨어, 3D프린터 등을 이용해 시제품을 만들 수 있는 공간으로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생산해 보는 제작 실험실을 표방하고 있다. /출처=MIT 홈페이지






# 미국의 드론업체 ‘에어웨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클라우드를 통합 운영하는 드론 운영체제(OS) ‘항공 정보 플랫폼(AIP)’을 개발해 4,000만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매사추세츠공대(MIT) 출신의 조너선 다우니가 세운 이 회사는 ‘드론계의 마이크로소프트’로 명성이 자자하다.

# 기업 가치 5조원을 자랑하는 ‘매직리프’. 마이애미대 생물의학 졸업생들이 외과용 로봇 팔 지원 플랫폼 기술과 가상현실 이미지 기술을 연결해 창업했다. 또 스탠퍼드대 컴퓨터공학과 출신 졸업생들이 창업한 빅데이터 기반 범죄예측 시스템 전문기업 팰런티어테크놀로지는 기업 가치가 무려 24조원에 달한다.

이들 세 기업은 대학의 물적·인적 인프라 위에 설립되고 성장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기술 창업이 세계적인 흐름이 되면서 대학 고유의 기초과학 연구 기능에 창업 프로세스를 접목, 대학 캠퍼스를 기술 창업의 전진기지로 키우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미 MIT·스탠퍼드대·뮌헨공과대·알토대 등 글로벌 대학들은 기술 창업의 산실로 자리 잡았고 이곳에서 배출한 벤처들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있다. 이런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대학 기능에 대한 전면적 인식 전환과 함께 기초과학 연구 성과가 비즈니스로 이어지는 기술 창업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선진국의 대학은 이미 ‘창업공장’으로 탈바꿈했다. 24시간 창업 아이템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인다.

핀란드의 알토대 캠퍼스에는 허름한 창고를 개조한 ‘스타트업 사우나’라는 건물이 있다. 예비 창업자들이 모여 토론을 하고 멘토링을 받으며 24시간 창업 열정을 불태운다. 옆에 자리한 디자인팩토리 실습실은 말 그대로 창업공장으로 24시간 열려 있다.

세계 최고의 창업사관학교라는 별칭이 붙은 스탠퍼드대는 ‘프로덕트 디자인 프로그램(PDP)’이 필수과정이다. 몸으로 직접 창업을 체험하는 과정이다. 학생들은 아이디어로 제품을 직접 설계하고 제작한다. MIT의 창업 허브 역할을 하는 ‘마틴 트러스트 창업가센터’는 1년 365일 24시간 운영된다. 이곳에서 3만개가 넘는 벤처가 탄생해 연간 1조9,000억달러(약 2,100조원)에 이르는 매출을 올린다는 통계도 있다.



세계 주요 대학의 기술 창업 성과를 국내 간판급 대학과 비교하면 그 차이가 뚜렷하다. 하버드대와 스탠퍼드대 출신 기술 벤처가 창출한 매출액(2014년 기준)은 각각 4,108조원, 2,844조원인 데 반해 서울대(41조5,000억원)와 KAIST(10조원)는 비교하기조차 민망한 수준이다.

손홍규 연세대 창업지원단장은 “실리콘밸리에 인접한 스탠퍼드대와 버클리대 두 곳만 비교해도 창업을 중시하면서 대학 당국이 창업 생태계 조성에 팔을 걷어붙인 대학(스탠퍼드대)과 그렇지 않은 대학의 성과가 확연히 차이 난다”면서 “논문 수도 중요하지만 4차 산업혁명의 바람이 거센 지금은 대학의 기초과학 연구 성과가 사업 아이템으로 이어지는 기술 창업 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대학이 기술 창업의 메카로 자리 잡기 위해선 ‘잭팟’보다는 작지만 알찬 ‘팝콘’ 같은 성공 사례가 많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도 주목할 만하다. 이영민 서울대 벤처경영학과 교수는 “창업이라고 하면 스티브 잡스나 마크 저커버그처럼 엄청난 성공부터 떠올리지만 20대 대학생(원생)이 창업해 다른 20대 청년 10명을 고용하고 연 매출 10억원을 올리는 기술 회사로 키운다면, 그리고 이런 회사가 팝콘처럼 많아진다면 매우 의미 있는 창업 생태계가 조성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대학도 창업 바람이 거세다. 중소기업청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학생 창업 기업은 지난 2012년 377곳에서 2015년 790곳에 달했고 창업에 뛰어든 학생 수도 같은 기간 407명에서 967명으로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창업휴학제, 창업대체학점인정제 및 창업학점교류제, 창업논문제, 창업특기생 선발 등 창업 친화적 학사제도를 운영하는 것은 물론 창업지원 전담조직을 운영하는 등 캠퍼스에 불고 있는 창업 바람이 뜨겁다.

하지만 창업에 대한 거부감이 적지 않은 장애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가 발표한 ‘대학 창업교육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대학생 창업자들이 중도에 사업을 접는 가장 큰 이유는 자본·공간·인맥 등 인프라 부족(34.4%)이 가장 많았으며 낮은 성공 가능성(26.4%)과 실패 후 재기 기회 부족(17.1%) 등이 그 뒤를 따랐다.

고려대 수학과 출신으로 스마트워치 기반의 호텔관리 서비스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심소영 두닷두 대표는 “대학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창업 관련 프로그램을 활용하던 중 운 좋게도 동문 출신 선배와 인연을 맺어 파트너로 회사를 함께 키우고 있지만 네트워크·자본 등 모든 게 부족한 대학생이 창업, 그것도 기술 기반 창업에서 빛을 보기는 결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고제상 고려대 산학협력단장은 “대학생 창업은 소프트웨어나 애플리케이션·게임 등 소프트한 기술 개발이 대부분인 반면 진정한 의미의 하이테크 기술 창업은 교수나 대학원생이 주축이 된 연구실 창업이 맡고 있다”며 “기술 창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산업체가 요구하는 솔루션을 얼마나 갖고 있는가를 지표로 삼는 분위기부터 활성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민정기자 jmin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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