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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한라산 구상나무





나무에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는 전통은 1840년께 영국 왕실에서 가문비나무에 적용한 후 시작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그런데 요즘 크리스마스트리에 쓰이는 ‘넘버1’ 수종은 가문비나무가 아니라 한국산 구상나무다. 사연은 이렇다. 1900년대 초 제주도에서 선교활동을 하던 프랑스 출신의 에밀 타케 신부가 한라산에서 특이한 나무를 채집해 하버드대 수목원에 보냈다.

하지만 한동안 방치되다가 1917년 영국의 어니스트 윌슨이라는 식물학자가 이 나무를 연구하면서 주목을 받았다고 한다. 윌슨은 자신의 이름과 한국을 합성해 ‘아비에스 코리아나 윌슨(Abies Koreana Wilson)’이라는 이름까지 붙였다니 구상나무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지 싶다. 그 덕분에 구상나무의 모양과 향이 가정용 수목에 적합하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차츰 성탄 트리의 대명사가 된 것이다.

이전까지 트리 장식에는 영국 왕실의 전례에 따라 독일산 가문비나무가 애용됐다고 한다. 그러나 가문비나무는 키가 너무 큰 것이 단점이었다. 가정집에서 장식으로 사용하기가 힘들었던 것. 마침 영국과 미국으로 퍼져나간 구상나무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키가 아담한데다 잎이 견고하고 가지와 가지 사이의 중간 여백이 넓어 장식을 달기에 적합했기 때문이다. 현재 구상나무는 ‘한국 전나무(Korean Fir)’로 불리며 가장 아름다운 성탄 트리로 사랑받고 있다.



영문명에 ‘코리아’가 들어 있으니 왠지 자부심이 느껴진다. 이렇게 구상나무가 해외에서는 ‘나무 한류’를 드높이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정작 국내에서는 멸종 위기에 처했다. 한반도 기온 상승으로 적설량이 준데다 잦은 호우 등으로 생육 기반이 나빠진 것이 원인이다. 특히 최대 군락지인 한라산 구상나무숲이 심각한 모양이다. 제주도가 조사해보니 한라산 구상나무숲에서 고사목의 비율이 45.9%로 절반에 육박할 정도다.

상황이 심상치 않자 최근 제주도가 ‘구상나무 보전을 위한 중장기 실행계획’을 수립했다는 소식이다. 올해부터 2026년까지 국비 46억원을 투입해 복원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벌써 묘목 심기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진다니 구상나무 살리기가 결실을 봐 전 세계의 성탄 트리를 오래도록 장식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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