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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도시-불암골 행복발전소] 별 모양 대지...불암산 닮은 지붕...마을 풍경과 한데 어울린 건물

■주변 끌어안은 조화의 건축

다세대 골목 안 위치·목재 외벽 친근감

건물 사이 '중정' 둬 외부 경관도 품어

■주민이 만들어가는 공동체 건물

돌봄 필요한 아이들 '방과후 활동' 지원

북카페·다양한 소모임으로 소통 넓혀가

■행복을 무엇으로 발전시키나

교실 이름 '나무' '풀잎' '꽃잎'으로

사람들에 행복의 가치 돌아보게 해

불암골 행복발전소 전경. /권욱기자




불암골 행복발전소 내부의 핵심구조인 중정. /권욱기자


건축은 인간의 삶과 맞닿아 있다. 그래서 건축에도 건축물마다 고유의 감정과 표정이 담겨 있다. 건물이 만들어진 목적, 건축가의 의도, 공간을 쓰는 이들의 사용 방식 등에서 비롯된 건축물 특유의 정조(情操)가 풍기기 마련이다. 이에 부정형(不定形)의 이 목조형 건물은 기쁨과 행복의 기운을 드러내는 것 같다. ‘아이가 행복해야 마을이 행복하다’는 건축가의 이상에서 지어진 건물, 그곳에서 환한 웃음을 지으며 시끌벅적하게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면 행복이라는 감정을 일으키기에 충분해 보였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에 위치한 지역아동센터 ‘불암골 행복발전소’ 얘기다. 고층 아파트와 학원가가 밀집한 중계동의 한 골목에 자리 잡은 이 단층 건물은 그 이름처럼 지역 주민들에게 기쁨을 만들어주고 있다.

◇주변을 끌어안은 조화의 건축

행복발전소는 다세대 빌라가 줄지어진 주택가 골목 안에 위치한다. 네모반듯한 다세대 주택들과 다른 독특한 외관이지만 역설적이게도 눈에 띄지는 않는다. 위치적 특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구조적 특징과 설계에 따른 효과라고 보는 게 맞을 듯하다.

행복발전소는 부정형(不定形) 대지 위에 자리 잡았다. 과거 무허가 건물 등이 있던 세 필지를 합쳐놓다 보니 부지 자체가 별(☆) 모양 같다. 건축가는 이런 땅의 모양을 따라 일정한 규칙 없이 원을 그리듯 여러 개의 개별 건물을 붙여가는 구조를 그렸다. 그 결과 여러 개의 집들이 한곳으로 모이는, 즉 하나의 건물이 곧 하나의 마을 같다는 인상을 주게 된다. 이에 새 건물인데도 기존 동네 풍경에 자연스레 녹아들었다. 외벽을 목재(적삼목)로 마감해 더 친숙한 느낌도 든다. 건축사무소 몰드프로젝트의 홍영애 소장은 이를 두고 “대지에 순응하고 기존 건물들과 어울리려는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건물 내부에도 어울림의 미학은 이어진다. 행복발전소는 건축면적 약 270㎡(약 80평)에 3개의 교실과 2개의 사무실, 1개의 카페 등이 있다. 빡빡한 느낌이 들 법도 하지만 그렇지 않다. ‘중정(건물과 건물 사이의 마당)’이 자리 잡고 있어서다. 중정은 외부 경관을 건물 안으로 끌어들인다. 이에 건물은 내외부가 연결돼 시선의 범위를 넓히고 개방감도 확장한다. 중정을 따라 위층으로 올라가면 등장하는 불암산 경관과 닮은 지붕도 멋스럽다. 주변을 끌어안는 건축으로 과하지 않으면서도 우아한 멋스러움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불암골 행복발전소의 지붕층. /권욱기자


불암골 행복발전소의 아동교실. /권욱기자


◇주민이 만들어가는 공동체의 건물

‘건물이 아름답다고 묘사하는 것은 단순히 미학적으로 좋다는 뜻 이상이다. 아름답다는 느낌은 좋은 생활이라는 우리의 관념이 물질적으로 표현됐을 때 얻는 것이다.’ 프랑스 작가 알랭 드 보통이 ‘행복의 건축’에서 한 말이다. 행복발전소가 가진 아름다움 역시 주민들이 건물을 사용하는 독특한 방식과 그들만의 삶의 양식이 녹아들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행복발전소는 우선 지역아동센터의 역할을 한다. 지역사회의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의 ‘방과후활동’을 돕기 위해 구청에서 공간을 마련했다. 35명의 아이들은 학교가 끝나면 이곳에 모여 교사들과 함께 예체능 활동 등을 하며 자유롭게 뛰어논다. 건물 특유의 밝은 분위기는 아마 이 때문일 것이다.



물론 아이들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주민 누구나 차를 마시고 책을 읽으며 쉴 수 있게 한쪽에 북카페를 조성했다. 다만 커피는 직접 내려 마시고 양심에 따라 돈을 지불해야 한다. 운영은 주민자치활동으로 이뤄진다. 흥미로운 것은 이곳에서는 만난 이들이 관계를 확장하며 공간의 이야기를 채워간다는 점이다. 다양한 소모임을 만들어 활동하는 방식이다. 같이 강연을 듣거나 영화를 보고 때로는 노래를 부르기 위해 동아리 같은 모임을 구성한다. 지난해 가을 개관한 뒤 이런 모임은 점점 늘어나 현재 16개에 이른다. 결국 행복발전소는 세대를 넘어 주민들이 한 공간에 모이고 그곳에서 사람 간의 관계를 이어가며 공동체를 꾸려가는 행복을 창조하는 건축인 셈이다.

불암골 행복발전소 내부의 북카페. /권욱기자




◇우리는 행복을 무엇으로 발전시키나

이 건물에는 유달리 재미있는 이름들이 많다. ‘나무’ ‘풀잎’ ‘꽃잎’이라는 교실 이름은 물론 ‘행복발전소’라는 건물 자체의 명칭도 그렇다. 청년들은 ‘헬조선’을 말하고 중·장년층은 살기 어렵다며 ‘디스토피아’를 우려하며 고립된 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에 더욱 관심을 끈다. 건축물이 마주한 사람들에게 행복이라는 가치를 돌아보게 하는 것이다.

‘단순한 삶은 풍요로움이다.’ 건물 안에는 이런 글귀가 쓰여 있다. 어쩌면 이 말은 우리에게 행복이라는 가치를 얻기 위한 하나의 방법을 말해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즉 특별하지는 않지만 사람 간의 관계와 소통을 이어가는 기쁨, 이웃과 관계를 넓히고 공동체를 유지하는 삶 속에서 행복의 가치를 찾을 수도 있다는 것을 전해주는 것은 아닐까.

/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 사진=권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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