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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사드청구서와 한미FTA 분리대응을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장

트럼프, 국내 리더십 공백 틈타

사드비용·FTA 재협상 동시 주장

미국 우선주의 관철 밑작업 나서

동시대응땐 전략적·경제적 손실

안보-경제 프레임 나눠 협상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청구서가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북핵 문제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이던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 대선을 불과 열흘 앞둔 시점에서 사드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를 동시에 들고 나온 것은 고도로 계산된 행위다. 룰보다는 딜을, 과정이나 명분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는 ‘트럼프스러운’ 행동이다. 우리의 리더십이 공백인 상태에서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안보와 경제 두 가지 문제를 묶어 차기 정부 출범 전에 ‘미국우선주의’를 관철하기 위한 유리한 위치를 선점했다.

5월10일 출범할 새 정부로서는 출범과 동시에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커다란 과제를 떠안게 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이 안보 무임승차를 하고 있지 않다는 것과 한미 FTA로 미국도 막대한 이득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몰라 이런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미국에 대한 안보 위협을 제거하면서 한국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늘리고 한국에 대한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는 눈에 보이는 성과를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목표다.

트럼프 대통령의 저서인 ‘거래의 기술(The art of deal)’에 ‘최악의 경우를 준비하지만 계속 압박을 가하다 기회를 보라’는 대목이 있다. 아직도 사업가적 언행을 서슴지 않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을 잘 설명하는 문구다. 적어도 지금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미 동맹의 기본가치와 정신을 돈 문제로 환산해 흥정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하는 것은 ‘소귀에 경 읽기’가 될 것 같다. 미국 언론조차도 ‘미치광이 이론(the Madman Theory)’이라고 부른 예측 불허의 초강수, 공포 유발로 기선을 제압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에 적절히 대응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우리의 전략적 가치를 높이고 가시적 성과를 도출해내는 것만이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이를 위해 최소한 사드 청구서와 한미 FTA 재협상 문제는 분리 대응해야 한다. 두 문제를 엮어 대응할 경우 우리의 전략적 가치를 크게 훼손하면서 경제적 손실은 손실대로 보게 될 가능성이 크다. 차기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철저히 준비하고 냉철하게 대응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 재협상과 사드 비용 청구라는 두 가지 꽃놀이패를 가지고 수시로 우리를 압박해오겠지만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한미 두 국가 간의 합의가 하루아침에 백지화되는 것도 아니다. 사드는 안보 문제다. 우리의 안보를 위해 정말 필요하다면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한 후 안보예산을 늘리면 될 일이다. 그러나 사드 배치 문제가 사실상 미중 간 갈등 문제로 비치고 있다는 점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또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관련 규정에 따라 한국 정부는 부지와 시설을 제공하고 사드 전개 및 운영 유지비용은 미국이 부담한다는 합의까지 무시하는 태도는 반미감정만 불러일으킨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한미 FTA는 기본적으로 경제문제다. 한미 FTA 재협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미 FTA가 미국에도 도움이 됐다는 것은 미국 무역위원회(USITC)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서도 나타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문제 삼고 있는 한국에 대한 무역수지 적자 규모가 지난 2015년 283억달러였지만 한미FTA가 체결되지 않았을 경우 실제보다 훨씬 큰 440억달러였을 것으로 추정됐다. 서비스수지는 2015년 미국의 대한국 흑자 규모가 140억달러였다. 또 한미 FTA 발효 후 5년간 한국의 대미 투자누적액은 512억달러였지만 미국의 대한국 투자누적액은 202억달러에 그쳤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 폐기를 운운하는 것은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사드 비용 문제로 전선을 확대하는 것이 한미 FTA 재협상에도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따라서 우리 입장에서는 세부적 내용에 대한 철저한 준비도 필요하지만 전체적인 협상 프레임을 안보와 경제로 분리해나가야 할 필요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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