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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홍우칼럼] '문제인(問題人)' 내각 피하고 대통합 내각 추진하기를

최악 경제·외교여건에 여소야대

'링컨 드림팀'처럼 野 인재도 기용

진정한 국민대통합시대 열어야







가시밭길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앞에 놓인 상황이 첩첩산중이다.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좋지 않은 여건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처럼 심각한 경제위기 속에서 출발한 전임자도 있다. 그래도 김 전 대통령은 국난 극복이라는 명분 아래 각종 개혁을 힘있게 추진할 수 있었다. 간혹 이견이 나오더라도 ‘국제통화기금(IMF)의 요구 사항’이라고 포장하면 정책 추진력이 생겼다.

반면 문 대통령에게는 어려움뿐이다. 국정운영의 양대 축인 경제와 외교·안보가 이처럼 좋지 않은 상황에서 취임한 대통령도 없다. 수출이 힘들고 청년 실업난은 최악이다. 미국과 중국·일본과 관계도 뒤틀어질 대로 뒤틀어졌다. 국회 의석도 여소야대다. ‘더 강한 야당으로 태어나겠다’고 벼르는 야당도 있다. 문 대통령 자신의 목표 또한 모순을 안고 있기도 하다. 통합과 적폐 척결 둘 다 필요한 과제이지만 상충적이다. 절충점을 찾거나 정책 조합을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다.

난국을 풀어나갈 방법은 딱 하나. 인사(人事)에 미로를 풀어갈 열쇠가 있다. 지역 안배 등 기계적인 탕평을 떠나 실질적인 국민 대통합의 성패는 어떤 사람을 어디에 쓰느냐에 달렸다. 미국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이라는 에이브러햄 링컨이 남북 분열의 위기를 극복한 리더십도 바로 인사에서 나왔다. 링컨은 당선 직후 내각을 ‘드림팀’으로 꾸렸다. 국무장관 윌리엄 수어드, 재무장관 새먼 체이스, 법무장관 에드워드 베이츠는 하나같이 당내 경선에서 링컨의 경쟁자였다.

경쟁자 설득에 나선 링컨의 주변에서는 반대도 많았다. 링컨보다 지명도가 훨씬 높았던 수어드를 국무장관으로 모셔왔을 때는 ‘링컨은 수어드의 꼭두각시가 될 것’이라는 평까지 나왔다. 결과가 정말 그랬을까. 정반대다. 수어드는 링컨이 재선되고 암살될 때까지 충실하게 링컨을 옆에서 지켰다. 링컨은 야당에서도 인재를 골랐다. 남북전쟁 초반기에 전쟁장관(요즘의 국방장관)에 임명된 에드윈 스탠턴은 당적이 민주당이었다. 전임 제임스 뷰캐넌 행정부에서는 법무장관도 지냈었다.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이 세운 남부동맹과 내통할 것’이라고 의심받았던 스탠턴은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다행스럽게도 문 대통령은 분명한 의지를 갖고 있는 것 같다. 취임사에서는 ‘자신에 대한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유능한 인재를 삼고초려 일을 맡기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를 추진했던 홍남기 미래창조과학부 제 1차관을 국무조정실장(장관)에 임명한 점도 이런 맥락으로 읽힌다. 문 대통령이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시기를 바란다. 야당 의원이나 경쟁자를 장관으로 뽑아 쓰면 좋겠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같은 경우는 경제에 밝다. 문 대통령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 해법에 대한 이견이 해소된다는 전제 아래 최초의 민간 출신 국방장관감으로도 손색이 없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나 정의당 인사들에게 노동부 장관을 맡기는 것도 방법이다.

어렵게 얻은 권력을 반대파에게 내준다면 못마땅하게 여길 사람도 있을 것이다. 대선 캠프에 몸담았던 사람들일수록 그럴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캠프나 당이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인재를 찾아야 한다. 문 대통령의 측근들은 고 김대중 대통령의 가신 그룹들이 ‘선출직이 아닌 임명직에는 진출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김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줬던 사례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야당의 국정 참여는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문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이며 대통령직을 ‘운명’으로 인도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임기 중후반 ‘대연정’을 제안한 적도 있다.

국회선진화법도 없고 열린우리당이 과반을 넘는 국회의석을 갖고 있던 노 대통령이 야당에 총리 지명권까지 주겠다며 대연정을 제의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문 대통령과 목적이 같다. 통합. 진정한 리더십은 품을 때 생긴다. 더불어민주당의 의원 중에는 지난해 4월 총선 이전까지 새누리당 소속 의원이었던 분도 있지 않은가. 반대 정당에도 손을 내밀고 대화하는 대통령을 보고 싶다. 순혈을 고집하면 자칫 문제인(問題人) 내각이 되기 십상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2017년 5월10일은 진정한 국민통합이 시작되는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진정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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