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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환의 집과사람]50조 도시재생 뉴딜, 성공하려면

생활환경 개선 따른 임대료↑

세입자 재정착 실질 지원 등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대책도





가끔 경기도 G시의 노후주택가에 있는 처가에 갈 때는 운전이 조심스럽다. 좁은 골목길에서 언제 갑작스럽게 보행자를 마주칠지 모르는데다 어지럽게 주차된 차량을 피하는 것은 늘 신경 쓰이는 일이다. 승용차 한대 지나다니기에도 버거운 골목이다 보니 화재라도 날 경우 소방차 진입은 언감생심이다. 이따금 바람이 세게 부는 날에는 보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낡은 집 담벼락이나 지붕에서 타일 등이 떨어지는 아찔한 사고가 나기도 한다.

동네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노후 주택가들이 비슷하게 안고 있는 문제다. 주택가 주거환경 악화는 아이러니하게 이명박 정부의 대규모 뉴타운(재정비촉진지구) 지정 이후 더욱 심각해졌다. 재개발 기대감에 굳이 돈 들여 집을 고치지 않고 방치하는 집주인들이 많은 탓이다. 그나마 재개발이 추진 중인 구역들은 사업이 완료되면 이 같은 문제가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이나 있지만, 사업이 좌초돼 구역 해제된 곳들은 대안을 찾지 못한 채 슬럼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다.

지난 2012년부터 본격화한 뉴타운 출구전략 이후 지금까지 서울시에서 해제된 정비(예정)구역은 360곳이 넘는다. 서울시내 전체 683개 구역 중 절반의 사업이 좌초된 셈이다. 경기도는 더 심각하다. 경기도내 14개 시에서 23곳이 뉴타운으로 지정됐지만 지난해 말까지 3분의2에 달하는 15개 지구가 해제됐다.

전국 500곳의 구도심과 노후주거지 재생을 위해 매년 10조원씩 5년간 50조원의 예산을 투입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뉴타운에서 해제된 후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지역 주민들에게는 더없이 반가운 소식인 셈이다. 최근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도 사업 대상지 선별을 위해 노후 주거지 실태조사에 나섰다. 범정부 차원의 사업추진단도 꾸려질 예정이어서 새 정부 초부터 도시재생 뉴딜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이 서울시가 추진중인 노후주거지 재생사업을 모델로 삼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도로와 낡은 상·하수도 정비, 공용주차장·커뮤니티센터 건립 등 인프라 확충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이 직접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 노후 주택 소유주들에게도 역시 직접 자금지원은 아니더라도 장기 저리 융자 등의 간접적인 혜택이 돌아간다.



새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 정책은 재개발·재건축 등 철거 일변도의 기존 재생 모델에서 탈피해 공공성을 높이겠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관건은 현실적인 장벽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다. 특히 뉴타운 해제 등으로 사업이 백지화한 노후 주거지들은 재생에 걸림돌이 되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바로 재개발 추진 과정에서 급격하게 늘어난 투자자 비중 탓에 주택이나 토지의 ‘소유주’와 실제 ‘거주자’의 불일치가 크다 . 일선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사업 초기부터 활발한 손바뀜이 일어나다 보니 웬만한 재개발 추진지역의 경우 외지인이 소유한 주택 비중이 70%를 넘는다.

도시 재생 사업의 성공은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전제로 한다. 문제는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돈이 안되는’ 주택 개·보수나 생활환경 개선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이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다양한 인센티브가 필수적이다.

도시재생 과정에서 발생하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방지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 재개발·재건축 수준은 아니더라도 존치형 재생 역시 생활환경 개선을 통한 부동산 가치 상승의 효과가 나타나게 마련이다. 임대료 상승으로 기존 세입자들이 다시 외지로 내몰릴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이다. 이들이 실질적으로 재정착할 수 있는 효율적 방안이 마련되지 못한다면 문재인 정부의 ‘서민주거 안정’ 정책 역시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건설부동산부문 선임기자 d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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