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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중소기업정책의 본질

김문겸 숭실대 중소기업대학원장





중소기업 정책의 본질은 무엇인가. 중소벤처기업부의 탄생에 즈음해 한 번쯤 생각해볼 주제다.

중소기업인들 대부분은 중소기업 정책은 지원정책이라 생각한다. 그들은 항상 정부의 지원에 목말라 있다. 실제로도 중소기업 정책의 큰 틀은 지원이다. 지원정책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예산을 배분하고 자격자에게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다.

이러한 지원의 기조는 불확실성이 높은 벤처·스타트업 부문에서 뚜렷하다. 이들 지원 프로그램은 다양할 뿐만 아니라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 잘 구비돼 있다. 특히 창업자금 정책은 눈부시다. 벤처캐피털의 자금줄인 모태펀드의 규모가 매년 느는 것을 보면 그렇다.

그런데 스타트업의 성공사례는 모태펀드의 성장 속도에 훨씬 못 미친다. 아마도 성공하는 스타트업이 적으니 성공사례를 더 만들고자 펀드는 계속 늘어나는지도 모른다. 한편 펀드를 운용하는 벤처캐피털은 투자성과가 변변치 않더라도 운용보수를 챙겨 수지를 맞춘다. 자금지원 정책의 목적은 성공하는 스타트업을 육성하기 위함인데 안전한 과실은 운용사가 챙기고 그 위험은 창업자와 국가가 떠맡는다.

벤처는 그 본질이 실패 확률이 높은 게임인데 정부의 지원이라는 틀이 작동하면서 창업자가 아닌 주변부가 덕을 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우스갯소리로 농민보다 농민을 지원하는 일로 먹고사는 사람이 더 많다는 얘기가 창업 분야에서도 나올 판이다. 이런 구조적인 모럴해저드는 상당 부분 지원이라는 틀 속에서 배정된 예산을 정해진 기한 내에 집행해야 하는 데서 비롯된다.



이제 정부는 지원의 역할에서 벗어나 진입 장벽을 허물고 공정한 룰의 제정과 관리자, 그리고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한 감시자 역할로 전환해야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중소기업 정책에는 분명히 지원을 넘어서는 복지 정책적인 면도 존재한다. 소상공인·재래시장·골목상권 등이 그러하다.

일부에서는 그들의 낮은 생산성과 소비자의 후생을 고려할 때 투자자본수익률(ROI)이 나오지 않는 지원은 세금의 낭비라고 비판한다. 아니다. 사람에게 먹고사는 것만큼 엄중한 일은 없다.

국가는 국민이 먹고살게 해줘야 한다. 이런 복지는 국가의 의무다. 일터가 부당하게 침해당하거나 도움이 필요하면 국가는 당연히 나서서 지원해야 한다. 그래서 그들이 먹고 자녀들을 교육하며 살아가게 해야 한다.

이렇게 중소기업 정책에는 상반되는 본질이 함께 존재한다. 한편으로는 고위험을 다루는 경제정책을 다른 한편에서는 복지정책을 펴야 하는 것이 중소기업 정책이다. 그런데 이러한 두 면을 잘 갈라서 균형 잡힌 정책을 펴기는 절대로 쉽지 않은 작업이다. 장관급 부서로서의 지혜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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