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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잡’ 열풍①] 나영석 PD, 다섯 남자의 수다에 ‘마법’을 부리다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하 ‘알쓸신잡’)은 사실 특별한 것이 없다. 다섯 남자가 여행을 떠나며, 그곳에서 떠드는 수다를 담은 것이다. 차별점이 있다면 그 다섯 남자가 지나치게 똑똑하다는 것이며, 또 다른 하나는 이 모든 것을 총괄하는 연출자가 나영석 PD라는 것이다.

23일 방송된 ‘알쓸신잡’은 통영과 강릉 등에 이어 경주로 떠났다. 그동안 수업으로 인해 뒤늦게 함께했던 정재승도 모처럼 함께 출발하는 ‘완전체’ 경주여행이기도 했다.

사진=‘알쓸신잡’ 캡처




통영 첫 여행부터 쉼 없는 수다를 펼쳤던 ‘알쓸신잡’은 유시민, 황교익, 김영하, 유희열에 정재승까지 함께하자 이들이 풀어내는 이야기는 더욱 풍부해졌다. 그동안 주로 진행자 역할을 해 왔던 유희열 또한 김광석과 유재하와 관련된 주제로 이야기가 전개되자, 그와 관련된 뒷 이야기와 음악을 전해주면서 대화를 이끌어 나가기도 했다.

이들의 수다가 특별한 이유는 웃고 떠들고 즐기는 중에도 사회와 경제, 문화, 역사의 한 부분을 찌르는 날카로움과 토론이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왜 경주는 수학여행의 메카가 됐는가’에 대한 질문에 서로 다른 답이 나왔다. 유시민은 “경상도 사람들이 권력을 잡으면서 경주를 띄운 것도 있고 나라에 충성하는 화랑정신을 국가 이념에 포섭해 보려는 심리도 있었다”고 다른 시각으로 말한 반면, 김영하의 경우 “경부선이 생기며 접근성이 좋고, 유적지가 밀집해 있어서 수학여행 동선이 편리 했을 것”이라고 조금 더 현실적인 접근을 한 것이다.

수다를 떨다가 조금 더 진지한 사회문제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경주에서 떠오르고 있는 거리인 황리단길에 이야기를 하면서 젠트리피케이션(낙후됐던 구도심이 번성해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을 이르는 용어)에 대한 토론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렇다고 토론만 있는 것이 아니다. 유적지, 미술관, 박물관을 관람하면서, 해당 유적과 유물들에 대한 설명 뿐 아니라, 이와 관련된 다양한 배경지식과 뒷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알아가는 재미’를 자극한다.

그러는가 하면 ‘지식인들의 수다’라는 콘셉트에 맞게 ‘알쓸신잡’은 이들이 말하는 어린 시절 추억을 들려주는가하면, “일은 인간의 본성에 맞지 않는다. 하면 피곤해지는 것이 그 증거” “원래 인간은 놀기 위해서 태어난 존재” 등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명언들을 전하면서 흥미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유희열, 유시민, 정재승, 김영하, 황교익 다섯 사람이 웃고 떠드는 내용을 담아낸 ‘알쓸신잡’은 예능과 인문학, 그 중간에 서 있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여느 예능프로그램처럼 게임을 즐기고 화려한 볼거리를 담아내지도 않으며, 그렇다고 여느 인문학프로그램들처럼 하나의 주제에 집중해서 정보를 알려준다든지 하는 노력 또한 없다. 과거 ‘느낌표’와 같은 공익을 강조한 예능이라고 보기에도, 전해주는 지식들의 주제가 너무 다양하고, 일관성이 없다. 출연자들 또한 “이렇게 뭐 안하고 돈을 받아도 되나 싶다”고 할 정도로, ‘알쓸신잡’은 프로그램 내 재미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마저 전무한 상황이다.



강한 한 방의 웃음은 없는 ‘알쓸신잡’이지만, 이에 대한 반응은 기대 이상으로 뜨겁다. 1회 5.4%(이하 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전국기준)로 시작한 ‘알쓸신잡’은 계속 상승세를 타고 있으며, 23일 4회 방송에서는 6.6%까지 오른 상황이다. 사람들이 ‘알쓸신잡’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바로 자칫 ‘그들만의 세상’이 될 뻔할 수 있었던 수다를 모든 이들이 공감할 수 있게끔 연출한 나영석 PD의 영리함이 있었다.

사진=‘알쓸신잡’ 캡처


‘알아둬도 쓸데 없는 신기한 잡학사전’이라는 제목처럼, 엄밀히 말해 이들이 말하는 대부분의 수다들은 모른다고 해서 일상생활에 크게 어려울 것들이 없는 것들이다. 나 PD는 이미 제목에서부터 ‘알아둬도 쓸데는 없다’고 미리 공표를 한 뒤, 자막을 통해 이들이 한 이야기에 대해 친절하게 풀어주면서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억지로 가르치는 것이 아닌, 자연스럽게 잡지식을 접하게 도와주면서 시청자들이 알고자 하는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것이다.

여기에 나 PD의 장기 중 하나인 여행버라이어티의 매력이 더해진다. 여행버라이어티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바로 여행자의 아름다운 풍경과 그 곳의 먹거리를 보여주며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욕구를 자극시킨다는 것이다. 나 PD는 경주의 아름다운 곳과 먹거리를 보여주면서 ‘알쓸신잡’이 여행프로그램임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 준다.

잔잔한 가운데 재미를 전해주면서 사랑을 받고 있는 ‘알쓸신잡’이지만 모든 것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 자칫 잘못하다보면 ‘지식인들만의 자기자랑’ 식으로 빠질 위험도 있으며, 그렇게 되면 시청자들과의 거리가 생기면서 현실적인 박탈감을 느낄 수도 있는 것이다. 즉 그 어느 프로그램보다 지식인들의 잡학과 시청자들이 느낄 수 있는 재미와 공감, 출연자들의 수다와 제작진의 연출이라는 경계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프로그램이라는 것이다.

현재까지는 느낌이 좋다. 황리단길에서 젠트리피케이션까지 이끌어내면서, 시청자들의 흥미와 공감을 모두 잡아낸 ‘알쓸신잡’의 알아가는 재미는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서경스타 금빛나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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