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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시대 산업구조조정 새판짜자] 伊 최대 조선사 문닫은 비아레지오, 개미군단 힘합쳐 '요트 메카'로

본지·IBK경제硏 공동기획

<하> 대기업 빈자리에 중기 특화업종을

토스카나주-협력업체 손잡고 레저선박산업 키워

日 기타큐슈, 신일본제철 위기에 환경도시 변신

"보유기술 활용 틈새분야 진출·업종전환 꾀해야"

이탈리아 토스카나주(州)의 주도 피렌체에서 차로 한 시간 정도 달리자 항구도시 비아레지오가 나타났다. 푸르게 펼쳐진 지중해 해변을 따라 요트·레저 선박업체들이 밀집해 있는 이탈리아의 대표 조선 도시다.

이곳에서 2대째 선박부품 제조·수리업을 하고 있는 구이도 델 카를로 대표는 요즘 밀려드는 주문을 소화하느라 정신이 없다. 1914년 영국에서 제작된 레저용 선박을 비롯해 현재까지 주문을 받은 배만 6채다.

카를로 대표가 경영하는 프란체스코 델 카를로의 3개 공장은 모두 수리 중인 레저용 선박들로 꽉 차 있었다. 공장안으로 들어서자 10여명의 직원들이 레저 선박에 들어가는 균형추를 만들고 엔진을 수리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카를로 대표는 “비아레지오에 있는 중소 선박 부품업체들은 대부분 2대 이상 가업을 이어오면서 뛰어난 기술력들을 보유하고 있다”며 “스페인·스위스·일본 등 해외 곳곳에서 수주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비아레지오에 있는 요트·레저 선박 업체 프란체스코 델 카를로의 직원들이 작업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한동훈기자




비아레지오 선박부품 중소기업들이 호황을 누리기 시작한 때는 2000년대 중반부터. 틈새산업인 요트·레저선박 분야에 집중하면서 업체끼리 강력한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한 덕이다.

비아레지오에도 위기는 있었다. 1970년대 원유수송 감소로 촉발된 유조선 공급과잉으로 2000년 비아레지오에 있던 이탈리아 민영 최대 조선사 세크(SEC)가 파산을 했다. 세크의 중소 협력업체들도 큰 타격을 입었음은 물론이다.

구조조정에 나선 토스카나 주정부는 요트·레저선박 집중 육성 전략을 짰다. 비아레지오의 중소업체 대부분이 레저 선박 관련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었고 조선업 위기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요트·레저선박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토스카나 주정부와 비아레지오 시정부, 400개 이상의 중소 협력사들은 컨소시엄을 구성했고, 유기적인 협력체계는 시간이 갈수록 힘을 발휘했다. 비아레지오 선박업체들은 주기적으로 기술 교류를 하고 자신만의 힘으로는 부품 제조나 수리가 어려울 경우 다른 업체의 도움을 받고 있다. 여러 업체가 연합해 수주도 한다. 토스카나 주정부와 비아레지오 시정부는 신규 기업의 진입을 돕고 엔지니어 등 레저 선박 관련 인력 양성을 지원한다.

이탈리아 비아레지오에 있는 요트·레저 선박 업체 프란체스코 델 카를로의 직원들이 작업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한동훈기자


이같은 일관된 노력으로 2013년 기준 토스카나주 요트·레저선박 업체들이 올리는 매출액은 이탈리아 전체 요트업계의 45%에 이르고 있다. 토스카나 주정부 관계자는 “비아레지오 선박 부품 업체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파악하고 집중 육성한 게 효과를 거뒀다”며 “요트 산업이 발전하니 관광산업도 커져 지역경제가 확실히 살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기타큐슈도 대기업 구조조정 이후 지방정부 주도로 민관이 힘을 합쳐 중소기업 회생 플랜을 성공시켰다. 기타큐슈는 일본 최대 철강업체 신일본제철이 있는 대표 철강도시였다. 하지만 1980년대 신일본제철이 채산성 악화로 구조조정을 본격화하면서 협력 중소기업들이 대거 도산했다.



이에 기타큐슈 시정부는 중소기업지원센터를 설치한 뒤 센터 내에 친환경 테마를 연구하는 산학연 협력체를 구성했다. 이어 중소기업과 함께 환경분야에서의 사업을 모색하는 동시에 유휴 부동산 재개발에 나섰다.

그 결과 기타큐슈에는 페트병을 재활용해 폴리에스테르를 만드는 공장을 비롯해 20여개의 리사이클 공장이 들어섰고 대규모 에코타운이 조성됐다. 기타큐슈는 현재 일본의 대표 친환경 도시로 각광받고 있다. 기타하시 겐지 기타큐슈 시장은 “기타큐슈에 입주한 중소기업들은 대부분 저탄소 배출 기술을 이용해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며 “친환경 이미지를 살려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뉴욕주에 위치한 로체스터시 역시 기타큐슈와 비슷한 방식으로 민관이 협력해 중소기업을 살렸다. 로체스터는 코닥·제록스 등 대기업의 사업악화로 1990년대부터 협력 중소기업이 큰 타격을 입자 시정부, 대학, 금융권이 힘을 모아 중소기업 지원 비영리기관인 GRE(Greater Rochester Enterprise)를 세워 창업 지원과 투자 유치, 역외 중소기업 유치에 나섰다.

또 코닥·제록스를 후원하던 로체스터 대학내 ‘안의학 연구소’를 활용해 우수 연구 인력이 지역을 떠나지 않도록 했다. 이후 로체스터는 광학·광전자 분야 중심의 첨단중소벤처 단지로 탈바꿈했고 중소기업·벤처에서만 9만개 일자리를 창출했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 사례를 보면 대기업 구조조정 효과에 기대기보다는 중소기업을 중심에 놓고 중장기 플랜을 마련했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중소 협력업체들이 보유 기술을 잘 활용해 틈새 분야에 진출하고 다른 사업으로 원활히 업종을 전환해 자생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가 세심하게 지원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경란 IBK경제연구소 중소기업팀장은 “개별기업을 일일이 지원하는 것은 한계가 있는 만큼 중소기업들이 서로 원활히 협업해 재기를 도모할 수 있도록 계약 표준화 등 정책 지원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며 이어 “특히 지역의 상황을 잘 아는 지방정부가 중기 지원을 위한 세부 사업을 주도적으로 실행하고, 중앙정부는 재정을 뒷받침하는 구조를 체계적으로 갖출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비아레지오=한동훈기자 hoon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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