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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우 작가 ‘상징의 속살들’





그림은 언어의 바깥 세계에 자리한다. 즉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세계 속에 그림이 있다. 언어와 그림은 서로 다른 영역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림의 커다란 힘은 ‘모호성’과 ‘암시성’을 사용한다는 것에 있다. 암시로 가득 차 쉽게 해독되지 않는 미술은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기에 좋은 장르이다. 김선우 화가의 작품들에서 비범하고 독특하며 미묘한 자의식이 엿보인다. 하여 그림 속에 내재된 ‘화가의 흔적’을 찾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이 흔적은 ‘그림 속’에 존재한다. 그림이 곧 그의 화신化身이기 때문이다.

눈앞에 펼쳐져 있는 어떤 사물 혹은 풍경을 본다는 것은 단지 망막을 통해 대상의 형상이나 색 등을 인지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우리의 눈은 있는 그대로의 사물을 보기도 하며 보지 못하기도 한다. 특히 화가의 눈은 같은 대상을 보더라도 자신만의 이미지와 결합시켜 또 다른 풍경을 생성한다. 즉 ‘시선’에는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 그만의 고유한 시선이 들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본다는 것은 객관적인 것이 아니라 보는 이의 감정 상태와 가치관이 드러나는 지극히 주관적인 행위이다.



김선우의 작품을 볼 때 몽환적인 감상보다는 불편함과 거부감이 먼저 앞서게 된다. 그러나 사실은 현실과 실재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가 보여주는 현실은 인간의 깊은 곳에 묻어 두거나 묻어 두기를 원하는 것이다. 이것이 시각화되어 우리 눈앞에 펼쳐질 때, 틈이라는 장치를 통해 인간들의 심리 속에 변주되어 각자의 심연을 건드리며 나타난다. 따라서 충격과 거부감, 기묘함과 동시에 금기시 된 것을 훔쳐보는 호기심과 죄책감으로 다가온다. 그가 캔버스에 담아내고자 하는 것은 건조한 현실 고발이나 감정과잉의 폭로가 아니라 깊은 심연에서 길어 올린 영혼의 기록일 것이다.





미래는 예측불가능하고, 과거는 기억에 의해 재구성되며, 현재는 늘 과거가 된다. 따라서 시간의 연쇄 고리 안에서 진정한 미래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 작가들은 그림을 통해 다른 미래를 상상 혹은 예견한다. 바로 이들을 주목하는 이유일 것이다. 미래가 단순히 아직 오지 않은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자리에 이미 와 있는 모습을 젊은 작가들에게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김선우 화가가 그러하다.

미래를 열어 보이는 화가를 만나는 일은 곤혹스런 즐거움을 제공한다. 투명한 미래가 아니라 흐릿한 현실에서 길어 올린 ‘낯선 미래’를 대면해야 하기 때문이다. 막막하고 건조한 현실 속에서 점점 초라해지는 자의식의 세계를 마음껏 탐색하는 것은 화가의 자유다. 그녀의 창작 행위는 미정형의 기법과 미래를 담지하고 있다. 그 사유의 빈틈으로 정제되지 않은 자의식이 새로운 응시로 좀 더 밀도 있게 놓이길 바라는 김영미 시인의 축언이다. 더불어 자기와 세계를 동시에 위로하고 응시하는, 그리하여 다른 미래를 향할 수 있는 타자성의 분출을 희망하는 작가의 초대전을 종로구 금보성아트센터에서 11일까지 갖는다.

/김동호 기자 dongh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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