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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_창업을_응원해] 유럽에 ‘한국 패션디자인’ 바람을 일으키다

정예슬 오아이오아이 대표

영국 런던 패션쇼핑명소 ‘탑샵(Topshop)’에 입점한 한국브랜드

여행에서 발견한 ‘내가 이루고 싶은 꿈’

영국 런던에 있는 ‘탑샵(Topshop)’은 유럽 내 손꼽히는 패션쇼핑 명소다. 젊은 층을 겨냥해 SPA브랜드 뿐만 아니라 게스·캘빈클라인·타미힐피거 등 굵직한 패션 업계 주자들이 입점해 있다. 탑샵에서 벌어지는 브랜드 간 경쟁은 유럽 쇼핑산업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로 인식될 정도다.

이 치열한 글로벌 브랜드의 경쟁판에 새로운 플레이어가 등장했다. 한국인 디자이너 정예슬(26·사진) 오아이오아이(oioi) 대표다. 한국 패션 브랜드 ‘오아이오아이’는 온라인 쇼핑몰의 인기를 힘입어 지난해 탑샵 입점에 성공했다.

영국 쇼핑몰 탑샵 온라인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오아이오아이’의 옷들.




◇ 훌쩍 떠난 여행에서 발견한 ‘내가 이루고 싶은 꿈’

정 대표의 전공은 사실 산업디자인이었다. 하지만 산업디자인 공부를 하면서도 어린시절부터 꿈꿔온 패션디자이너의 길을 포기할 수 없었다. 결국 마음 속에 계속 맴도는 패션디자인의 꿈을 붙들고 2년간 휴학이라는 결단을 내렸다. 그리고 훌쩍 영국으로 여행을 떠났다.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1년간 여행을 하면서 제 인생의 방향에 대해 고민했어요. 패션디자인과로 편입을 해야 하나 아니면 무엇이라도 무작정 일을 시작해야 할까 하는 고민을 하며 반년의 시간을 보냈어요.”

런던 유학 때 만난 다양한 예술가들과 그 곳 사람들의 삶은 한국과 달랐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확신만 있으면 밀고 나가는 사고방식을 보며 충격을 받았다. 부모님의 반대나 환경 여건은 그들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영향을 받은 정 대표도 입고 싶던 옷이나 모자를 만들어 보기 시작했다. 순간순간 떠오르는 영감대로 옷을 디자인했다. 만든 옷은 블로그에 올려 판매했다. 톡톡 튀는 정 대표의 디자인은 그 특유의 자유로움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유행하던 스트릿 스냅사진에 정 대표가 디자인한 옷이 찍혔고 구매를 원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면서 입소문은 순식간에 퍼졌다. 블로그로 의류를 판매하던 정 대표는 마침내 자신만의 브랜드 ‘오아이오아이(oioi)’를 정식으로 론칭했다.

“영국에서 여행할 때 만났던 친구들은 언제나 인사말로 ‘오아이(oi)’를 건넸어요. ‘hi’가 아닌 ‘oi’였죠. 평범한 인삿말인 ‘hi’의 영국식 은어 표현이 ‘oi’입니다. 여행을 통해 꿈을 찾았기 때문에 브랜드 이름을 여기에서 땄어요.”



◇ 유럽에 ‘한국 패션디자인’ 바람을 일으키다

오아이오아이 상품의 인기 비결은 ‘자유로움’에 있다. 캐주얼이나 오피스룩 등 특정 패션분야에 속하지 않는다. 정 대표는 시즌 별로 구상한 테마를 다양한 스타일로 표현한다. 올해 여름 테마는 ‘본 보야지(BON VOYAGE)’로, ‘꿈에 그리던 휴양지에 초대 받은 소녀’의 모습에서 영감을 얻어 옷에 담았다.

패션 테마는 계속해서 변하지만 사업 철학은 확고하다. 매 시즌 디자인 재활용 없이 새로움을 선보인다는 원칙이 고객들의 지지를 이끌어 냈다.

이에 더해 정 대표는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전략으로 명품과 스파(SPA) 브랜드 틈새에 집중했다. 틈새라고 표현하기엔 면적이 꽤나 넓다. 부족한 주머니 사정으로 인해 스파만 찾는 젊은 층에게 ‘K패션 디자이너’ 브랜드를 퍼뜨리겠다는 시나리오다. 그는 특히 유럽을 겨냥하고 있다.

“유럽 패션 시장은 고가의 명품과 저가 스파로 양분돼 있어요. 명품 살 돈이 없으면 저렴한 스파 브랜드 옷을 택하는 구조입니다. 디자이너 이름을 건 의류를 명품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전하면 새로운 수요를 만들 수 있죠. 온라인 플랫폼에서 신생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한국 디자이너들이 주시할 부분입니다.”





◇대기업에서 콜라보레이션 러브콜 잇따르는 패션브랜드로 우뚝 서다

오아이오아이는 20대 초·중반 여성 고객을 중심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지난 2015년부터 연 매출 10억원을 넘어섰다. 이미 팬층이 두터운 8년차 브랜드인만큼 10~20대 사이에선 유명하다. 공식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무려 20만명에 달한다.

젊은 층의 소비동향을 주시하는 대기업들로부터 콜라보레이션 러브콜도 잇따르고 있다. 2015년에는 아모레퍼시픽 ‘라네즈’ 화장품에 오아이오아이의 디자인이 들어갔고, 지난해에는 롯데칠성과 손잡고 탄산수 ‘트레비’ 한정판 패키지를 출시했다. 토니모리 화장품에도 ‘오아이오아이’ 로고를 새겨 넣는 등 합작이벤트를 열었다.

정 대표는 “저희 브랜드 자체가 아기자기한 아이콘이나 캐릭터를 의류에 녹이는 이미지가 강하고 의류에서만 끝나는 이미지가 아니고 활용할 수 있는 채널이 많다 보니 다른 소비품목 카테고리에서도 러브콜이 많았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오아이오아이 로고가 들어간 롯데칠성음료의 탄산수 ‘트레비’ 한정판./사진제공=롯데칠성음료


◇ ‘한국’ 하면 떠오르는 브랜드가 되는 날을 꿈꾸며

정 대표는 영국에 이어 다음 목표지로 미국과 중국, 일본을 정하고 공략 중이다. 중국의 차이나팅 그룹과 홍콩 대표 편집숍, 대만 개인 편집숍 등 해외 바이어들의 주문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해외 거래액이 10억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국내에선 지난해 상반기에 추가로 론칭한 캐주얼 테마 서브 브랜드 ‘오이오이(5252)’로 고객 층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오아이오아이’가 20대 초·중반 여성용이라면 ‘오이오이’는 10~20대 남녀 모두에 맞춘 브랜드다. 러블리한 여성 의류 위주의 오아이오아이 디자인과 달리, 오이오이는 유니섹스캐주얼을 테마로 후드 티셔츠와 스웨터 셔츠 등을 앞세웠다.

정 대표는 “끊임 없이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소화하려면 서브 브랜드가 필수였다”며 “대한민국 서울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로서 해외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더 넓혀 한국 패션디자인의 역량을 선보일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특별히 앞으로 사업의 비전은 ‘한국의 패션’을 떠올렸을때 떠오르는 브랜드가 되는 것이다. 강한 브랜드는 단순히 매출의 증가 뿐만 아니라 브랜드의 인지도가 높아져 고객들의 문화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야한다는 것이 정 대표의 철학이다.

◇ 취업과 창업 등 진로를 두고 고민하는 청년들을 향한 조언.

정 대표는 대학교를 졸업하지 않았다. 하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미래는 누군가가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들어 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지금 학교를 졸업하지 않은 것에 대해 후회하냐고 물어본다면, 후회하지 않는다고 바로 대답할 수 있습니다. 다만 반대로 창업을 포기하고 학교를 졸업했어도 제가 선택한 길 위에서는 후회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든 그 앞에 펼쳐지는 인생은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이죠. 취업과 창업 등 진로를 두고 고민하는 제 또래 청년들이 많은데, 무엇을 선택하든 후회없이 자신의 길을 나아갔으면 좋겠어요.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고민하고 선택해야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주어진대로 또는 환경에 휘둘려 인생의 방향대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지 않기를 바랍니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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