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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택시운전사’ 좀비 패권주의서 ‘인본주의’를 외치다

1980년 5월, 서울 및 타 지역은 평온했고 단 한 곳에서는 피바다로 물들었다. 그리고 독일의 한 기자가 이를 목격했다.

/사진=쇼박스




1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는 영화 ‘택시운전사’(감독 장훈)가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선 공개됐다.

‘택시운전사’는 1980년 5월, 서울의 택시운전사 만섭(송강호)이 통금시간 전까지 광주에 다녀오면 큰돈을 준다는 말에, 독일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취만)를 태우고 아무것도 모른 채 광주로 가게 된 이야기를 그린 작품.

이 영화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1980년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다뤘지만, 접근과 시선이 다소 새롭다. 당시 독일의 외신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와 서울의 택시기사 김만섭이라는 ‘외부자들’이 광주 지역의 피 튀기는 현장으로 뛰어든다. 이 과정을 통해 사건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접근하려는 시도가 보인다.

당시의 참담함과 비극을 겨냥한 ‘계몽 영화’ 혹은 감성에 호소하는 ‘최루탄 영화’일 것이라는 편견이 있겠지만, ‘택시운전사’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인본주의적 메시지를 던진다. 힌츠페터와 김만섭은 다분히 자신의 직업 소명의식을 다하기 위해 광주로 향하고, 그 공간에서 벌어지는 충격적인 사건 앞에 ‘모름지기 사람이 사람을 사람답게 대하는 태도’를 고찰한다.

돌이켜 보면 좀비가 패권을 쥔 세상이었다. 감염된 특정 사상이 ‘정의’를 무참히 난도질했다. 과정을 거듭할수록 반대를 반대하기 위한 폭력이 난무했던 시기다. 처음엔 학생운동이었지만, 점차 남녀고 노소고 가릴 바 없었다. 진실을 보도한다는 언론마저 거짓으로 장악해 타지의 같은 민족을 ‘까막눈’ 취급했다. ‘푸른 눈의 목격자’ 힌츠페터가 보기엔 커다란 울타리에 가둬 놓고 민간인을 대학살한 꼴일 터다.

/사진=쇼박스




그 와중에 택시운전사 만섭, 황태술(유해진), 꿈 많은 광주 대학생 구재식(류준열)이 조성하는 분위기는 매우 정겹다. 구수한 사투리와 능청스런 유머, 불의에 저항하는 시대정신이 배우들 특유의 매력으로 잘 전해진다. 그간 시크했던 류준열의 패기 있고 정감 가는 대학생 캐릭터로의 변신도 인물들과 찰떡 호흡을 이룬다. 힌츠페터의 불굴의 취재 열정은 토마스 크레취만의 고민이 녹아나는 연기로 진정성을 갖춘다.

암울한 사건과는 별개로 1979년 발표된 국민가요, 조용필의 ‘단발머리’가 흘러나오는 영화의 시작은 금세 관객을 당시로 끌어당기는 타임머신 역할을 한다. 추억의 차종 브리사와 포니, 80년대 정취가 묻어나는 서울과 광주의 재현, 섬세한 CG 작업으로 살린 각종 간판과 상표 등을 관찰하는 재미도 있다.

다만, 137분이라는 다소 길 수 있는 러닝 타임과 후반의 ‘분노의 질주’가 펼쳐지는 극적인 분위기 반전이 메시지의 울림을 온전히 전달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하지만 ‘실화’임을 각인할 때 이 영화가 탄생한 값어치는 충분하다. 상황에 따라 변하는 명도의 큰 대비로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최종 메시지 ‘희망’을 읽을 수 있는데, 이는 만섭이 마지막으로 향하는 곳으로 역사의 연속성에 의미를 두기도 한다. 8월 2일 개봉.

/사진=쇼박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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