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탁사들이 곳간 채우기에 나서고 있다. 최근 신탁사의 자금 조달이 필요한 차입형 토지신탁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데다 정비사업·리츠(REITs) 등 새로운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사전에 확보하기 위함이다.
1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최근 대주주인 군인공제회에 유상증자를 요청했다. 대토신 관계자는 “차입형 토지신탁 사업을 확대하면서 분양 시 자금 소요가 많아진데다 리츠와 도시재생 사업의 경우 선투자가 필요해 대주주인 군인공제회에 유상증자 요청을 했다”고 밝혔다. 군인공제회 관계자도 “대토신과 증자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증자 규모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토신은 지난해에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기도 했었다.
이에 앞서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한국자산신탁(123890)은 사상 처음으로 회사채 발행에 나선다. 한자신은 2년 만기 회사채 600억원을 발행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하나자산신탁은 4월 회사채 700억원을 발행했다. 또 한국토지신탁(034830)은 2월 역대 최대 규모인 1,500억원어치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한토신은 지난해 3월(500억원)과 9월(1,000억원)에도 두 차례 회사채를 발행했다. 2013년 이후 처음이었다.
신탁사들이 이처럼 자금 조달에 나서는 것은 최근 신탁사의 자금력이 중요한 사업 비중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차입형 신탁이 대표적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2년 말 전체 신탁사의 차입형 신탁 수탁액은 2조4,000억원 규모였으나 지난해에는 5조4,000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특히 최근에는 한자신이나 한토신 등 대형사뿐만 아니라 무궁화신탁·국제자산신탁 등 소형사들도 차입형 신탁 수주에 나서고 있어 중소형 신탁사들도 자금 조달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한 중소형 신탁사 관계자는 “최근 신탁사들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사업 영역도 날로 확대되고 있다”며 “초기에 투자가 필요한 사업들이 늘어나고 있어 필요할 경우 증자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11개 신탁사의 수탁액은 155조9,000억원으로 전년(139조4,000억원) 대비 11.8% 증가했으며 순이익은 3,933억원으로 77.0% 늘어나는 등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