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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톡] 2차 세계대전의 잔상 ‘덩케르크’-‘군함도’, 민주화운동의 외상 ‘택시운전사’-‘포크레인’

최근 개봉하는 작품들 중 특별히 시대적 아픔을 공유하는 영화들이 눈길을 끈다. 제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덩케르크’와 ‘군함도’, 1980년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택시운전사’와 ‘포크레인’이다.





20일 개봉한 ‘덩케르크’는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북부 덩케르크 철수 작전을 그린 작품이다. 덩케르크 철수 작전은 1940년 5월 26일부터 6월 4일까지 8일간 프랑스 덩케르크 해안에서 40만여 명의 영국군과 연합군이 900여 척의 선박을 끌고 독일 기갑부대의 포위를 뚫고 영국으로 철수하는데 성공한 작전이다.

시공간 재편의 장인 크리스토퍼 놀란답게 이 영화는 해변 위의 군인들이 탈출을 기다리는 기나긴 일주일, 보트를 타고 항해하는 민간인들의 하루, 한 시간 동안 하늘에서 생사를 헤매는 파일럿들의 시점으로 나뉜다. 교차편집으로 각각의 다른 입장이 일정 시간 속에서 어떻게 체감되는지를 보여준다. 전장에서 어떤 이에게는 같은 1분이 그 자체가 될 수도 있고, 어떤 이에게는 1시간의 고통이 될 수도 있다.

특이한 점은, 보통의 전쟁영화들이 ‘죽음’을 최종목적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과 달리 ‘덩케르크’는 ‘생존’에 가치를 두고 과정을 보여준다. 더 이상의 전진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판단 하에 ‘최소의 희생’을 다른 의미의 승리로 보고 실천했다.

26일 개봉하는 ‘군함도’는 일제 강점기, 일본 군함도(하시마섬)에 강제 징용된 후 목숨을 걸고 탈출을 시도하는 조선인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태평양 전쟁 이후 1940년부터 1945년까지 수많은 조선인들이 군함도에 끌려가 갖은 노역을 한, 우리나라 역사의 비극적인 단면이다.

처음 조선인들은 일본 측에서 일한 만큼 임금을 주겠다는 말에 군함도를 찾았다. 하지만 일제는 일을 시작 하자마자 군함도에 오는 데 든 뱃삯 등을 거론하며 첫 달부터 임금을 제하겠다는 억지를 부릴 뿐이었다. 이에 당시 우매했던 우리 국민들은 그 주장에 반박하지도 못한 채 노역생활을 이어갔다.

군함도는 그 때부터 ‘지옥섬’ ‘감옥섬’으로 불리며 한 번 발 들이면 평생 탈출할 수 없는 고통을 수행해야 하는 곳이 됐다. 남자는 해저 1000m에 평균 45도를 육박하는 최악의 조건에서 석탄 채굴을 해야 했다. 여자는 유곽에 갇혀 위안부 신세가 돼야 했다. 어린아이라도 봐 주지 않았다. 그 곳에서 조선인들은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을 위해 ‘탈출’을 꿈꿨다.

/사진=‘덩케르크’ ‘군함도’ ‘택시운전사’ ‘포크레인’ 스틸


8월 2일 개봉을 앞둔 ‘택시운전사’는 1980년 5월, 서울의 택시운전사 만섭(송강호)이 통금시간 전까지 광주에 다녀오면 큰돈을 준다는 말에, 독일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취만)를 태우고 아무것도 모른 채 광주로 가게 된 이야기를 다룬다.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가장 참혹한 사건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하지만, 당시의 ‘피바다 광경’만을 강조하진 않는다. 의외로 밝은 명도 속에서 인물들의 정감 있고 화기애애한 관계를 그리며 ‘택시운전사’는 ‘희망’을 최종 메시지로 전달한다. 또 흥미로운 점은 사건을 바라보는 시점이다. ‘외부인’ 서울의 택시운전사 만섭(송강호)과 독일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취만)가 광주사태에 뛰어듦으로써 객관성을 부여했다.



당시 서울과 타 지역은 경제적, 문화적 발전을 어느 정도 이룬 후 5월의 따스한 햇살 아래 조용필의 ‘단발머리’를 흥얼거리던 때였다. 반면 광주는 신군부의 집권 음모를 규탄하고 민주주의의 실현을 요구했지만, 국가로부터 돌아온 건 반대를 반대로 잠재우기 위한 폭압이었다. 이 피로 물든 사건은 현재에도 많은 국민들에게 치유되지 못한 아픔으로 기록돼 있다.

27일 개봉인 ‘포크레인’은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시위 진압에 동원됐던 공수부대원 김강일(엄태웅)이 퇴역 후 포크레인 운전사로 살아가던 중,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20여 년 전 묻어두었던 불편한 진실을 좇아가는 진실 추적 드라마다.

‘포크레인’은 ‘택시운전사’와 사뭇 다른 암울한 톤을 유지한다. 영화는 김강일의 시선을 따라 그가 찾아가는 인물들과의 고백에 초점을 맞춘다. 김강일은 힘없는 포크레인을 타고 과거 자신의 동료들부터 상사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마주한다.

동료들은 ‘그 날’의 정신적 외상에 시달리고 있었으며, 상사들은 김강일의 “그날, 왜 그곳에 우릴 보냈습니까?”라는 질문에 속 시원히 대답을 내놓지 못한다. “위에서 시키니까 하는 것”이라는 기계적인 답변에 결국 김강일이 할 수 있는 최후의 반격은 무엇이었을까. 이는 시나리오를 쓴 김기덕 감독다운 특유의 발상으로 이어진다.

제 2차 세계대전부터 1980년 광주 민주화운동, 그리고 현재까지 우리는 어떤 시대를 살아왔고 또 살고 있을까. ‘덩케르크’ ‘군함도’ ‘택시운전사’가 비극적인 사실을 재조명하며 ‘희망’을 제시하는 가운데, ‘포크레인’은 처참한 광경을 그대로 투척해 씁쓸함을 안긴다. 동시기에 역사적 화제를 던질 네 편의 영화. 그 여운은 오래토록 이어지길 바란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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