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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환칼럼] 마중물이 '고인물' 되어서는 안 된다

김대환 인하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장

정부의 공공부문 일자리 정책

내부개혁 없는 증원은 금물

민간 일자리 창출로 연결하려면

'고용 없는 성장' 대책 마련해야





지난 19일 발표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일자리 정책의 청사진이 공식적으로 밝혀졌다. 그동안 관계자의 간헐적 언급으로 조각조각 알려지던 것들이 7개 과제로 정리돼 향후 추진될 정부의 일자리 정책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게 됐다. 이를 보면서 먼저 든 생각은 ‘역시 일자리 정책에는 왕도가 없구나’ 하는 것이었다. 제시된 정책들 모두 새로운 것은 아니고 그동안 계속 운위돼온 것이다. 그런 만큼 일자리 문제 해결에 필요불가결한 정책들이기도 하다.

역시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일자리 창출 방안으로 재정 투입을 통한 공공 부문의 일자리 창출에 ‘각별히’ 역점을 둔 것이 다소 차별성 있어 보인다. 임기 말까지 총 81만개의 공공 부문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것인데 이 수치에는 일자리 창출만이 아니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30만명에 더해 이와 결을 달리하는 공무원 증원 17만명까지 포함돼 있다. 창출과 전환은 구별돼야 하고 공무원은 증원이라기보다 충원으로 일자리 문제와는 성격이 다른 것임에도 이 모두를 일자리 창출로 싸잡은 데에서는 수치 부풀리기 ‘혐의’가 엿보이기도 하지만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정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점이 주목된다.

이보다 더 주목해야 할 점은 그 ‘마중물’ 효과다. 정부는 공공 부문 일자리 창출 정책의 기대효과를 ‘공공 부문 일자리의 마중물 역할로 보다 많은 양질의 일자리 제공’으로 정리하고 있는데 이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해당 공공 부문의 일자리로 끝나지 않고 민간 부문으로 확산된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실제로 얼마만큼 이런 효과가 나타날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민간 부문에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가져온다면 마중물이 되겠지만 그렇지 않고 효과가 미미하거나 공공 부문에 머물게 된다면 ‘고인 물’이 되고 말 것이다.

마중물 효과의 경로는 ‘공공 부문 일자리→임금→소비→경기 활성화→민간 부문 일자리’로 요약될 수 있다. 여기서 크든 작든 경기 활성화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그런대로 진행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소득주도 성장론, 엄밀하게는 임금주도 성장론의 기본 골격이다. 정부가 내세운 마중물 효과도 실제로는 여기서 끝나고 마는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



문제는 그다음 단계다. 즉 경기 활성화가 민간 부문에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가져다주느냐 하는 것이다. 여기까지 연결돼야만 일자리 마중물 효과가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 얼핏 생각하면 경기 활성화가 당연히 일자리를 늘리게 될 것 같지만 반드시 이 과정이 자동적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양질의 일자리로의 연결은 더더욱 그러하다. 이에 대한 연결고리가 보이지 않는다. 연결을 위해서는 ‘고용 없는 성장’에 대한 종합적 대책이 있어야 한다. 원인을 기술적 요인으로만 돌리지 말고 산업 구조조정은 물론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개선과 더불어 노사관계 합리화를 포함하는 대책을 반드시 병행해야 할 것이다.

공공 부문 일자리는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일단 만들어지면 그 일자리가 없어지지 않는 한 세금이 지속적으로 소요된다. 증세 논쟁만 할 것이 아니라 세금의 효율적 사용이라는 측면에서 공공 부문 일자리 창출에 대해서도 더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새로운 일자리일수록 실질적인 마중물 효과를 따져봐야 할 것이며 공공 부문의 내부개혁 없이 증원만 하면 이 마중물은 곧바로 고인 물에 합류하고 만다. 이는 일자리 정책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문제를 악화시키고 고질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공공 부문 일자리가 청년층에 인기가 있다는 이유로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안이한 생각은 금물이다. 수치만이 아니라 속도에 집착해서도 안 된다. 무엇보다 마중물이 고인 물이 되지 않도록 정책다운 정책을 펼쳐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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