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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덩케르크' 생존, 그 처절한 욕구…"살아남은 것, 그것으로 충분"

2차대전 덩케르크 탈출작전 배경

전쟁 풍경 대신 인간 심리에 초점

'사람' 강조하려 무명 배우 캐스팅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신작 ‘덩케르크’를 자신이 만든 가장 인간적인 영화이며, 전쟁영화가 아니며, 생존에 관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지난 20일 개봉한 그의 첫 실사영화 ‘덩케르크’는 놀란 감독의 말대로 전쟁 영화가 아니라 전쟁이라는 극한의 상황에 던져진 인간과 생존 욕구에 대한 처절한 심리를 현미경으로 들여다 보듯 내밀하고 섬세하게 그린 심리극에 가깝다. 죽음에 대한 공포와 삶에 대한 의지를 클로즈업한 반면 전쟁의 풍경은 가장 멀리서 망원경으로 바라보듯 조망한 것이 이 영화가 다른 전쟁 영화와 다른 지점이다. 굉음 같은 총소리와 총과 포탄을 맞은 병사들이 피를 흘리며 사투를 벌이는 등 전쟁영화의 익숙한 장면 대신 푸른 바다와 하늘을 배경으로 한 수채화를 스크린에 옮겨왔다.



우선 영화는 2차 세계대전(1940~1945) 중 1940년 5월 26일부터 6월 4일까지 프랑스 대륙이 도버해협에 맞닿은 지역인 덩케르크에 고립된 영국군을 포함한 연합군 33만8,226명이 철수에 성공하는 과정을 그렸다. 이는 전 세계 사상 최대 규모의 탈출 작전으로 적시에 덩케르크를 공격하지 않은 것이 독일군이 서부전선에서 행한 최대의 실수 중 하나로 평가 받는다.

영화는 영국군 토미(핀 화이트헤드)가 어디서 총알이 날아올지 모르는 두려움에 떨며 도망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고립되면서 임박한 죽음을 예감하며 공포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군인들의 모습은 침묵에 가까운 화면으로 펼쳐진다. 토미가 개인적인 탈출을 시도하는 동안 다른 고립군들이 탄 선박은 물 밑으로 점점 가라 앉고 이곳 병사들 사이에서 생존을 위한 경쟁이 벌어진다. 한 명이라도 배에서 내 보내야 다른 이들이 살 수 있다는 생각에 배에서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던 병사를 지목하며 독일군 스파이라서 영어를 못하고, 영어를 한다고 해도 독일어 액센트가 있어서 하지 않을 것이라며, 당연히 그가 배에서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극한에 내몰린 인간의 ‘바닥’을 보여준다. 다른 한편에서는 바다 위로 추락한 전투 비행기에 물이 차오르는 상황에서 조종사가 처절한 사투를 벌인다.



이들 출연 배우 대부분은 무명으로 영화를 보는 내내 특정 배우의 모습이 각인되기 보다는 전쟁 속에 던져진 군인이라는 사람만이 보일 뿐인데 이는 놀란 감독의 의도된 연출이다. 놀란 감독은 이번 캐스팅에 대해 “얼마나 많은 청년들이 이 끔찍한 전장에 싸우러 나갔는지를 현실적으로 그리기로 했는데, 그 중엔 아이들도 있었다”며 “관객들이 그들의 시각으로 이 사건을 경험할 수 있도록 신선한 얼굴을 원했다”고 설명했다.



죽은 사람을 옆으로 밀어내려는 사람에게 “죽었으니 더 조심해서 대해 주세요”라고 말하는 이의 대사나, 덩케르크에서 승리가 아닌 ‘성공적 철수’를 한 것에 대해 “그저 살아 남았을 뿐”이라며 자책하는 병사에게 “그것만으로 충분하다”며 위로하는 모습들은 관객의 심장을 파고들기 충분하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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