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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2017 청년을 말한다] 취업난 뚫고 결혼했지만 육아·집마련 또 고통..."차라리 혼자 즐기자"

<3> 결승점 없는 청춘 - 급증하는 욜로족

불안정한 직업 탓 연애 힘들고

결혼해도 빚 떠안아 출산 부담

자연스런 '삶의 과정' 포기 늘어

"돈·시간 자신에게 투자하자"

해외여행·공연관람·운동 등

하고 싶은 일 하는 청년 잇달아

# 광주에서 올라와 서울 4년제 대학 3학년에 재학 중인 이승현(22·가명)씨는 방과 후 하루 6시간, 일주일에 3~4일씩 학교 앞 브런치카페에서 최저시급을 받으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부모님이 학비와 자취방 월세는 내주지만 생활비는 스스로 벌어야 해서다. 60만원 안팎에 불과한 월수입 가운데 30만원 이상을 통신비·공과금·책값으로 내고 나면 식비를 포함한 용돈은 28만원 밖에 남지 않는다. 이마저도 남자친구와 주말에 데이트를 하기 위해 평일에는 끼니를 거르거나 편의점 도시락으로 때우기 일쑤다. 이씨는 “주 5일을 교통비·식비 포함 3만원 미만으로 지출해야 생활이 유지될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 서울에 사는 맞벌이 은행원 최성준(36·가명)씨는 최근 서울 봉천동 자가 아파트를 3년 만에 팔고 1억원 이상을 대출받아 목동의 더 작은 평수 전셋집으로 이사했다. 이제 곧 유치원에 들어가는 여섯 살배기 외동아들의 교육을 위해서다. 아내의 권유에 못 이겨 집을 팔았지만 2년마다 불안한 전세살이를 또 하려니 눈앞이 막막하다. 명문대를 나와 취업·결혼·출산까지 한눈 팔지 않고 최선을 다했지만 막상 행복한 순간은 적었다. 최씨는 “은행 지점이 하나둘 사라지는 세상에 자가 주택을 팔고 빚을 더 지니 막막하다”며 “저출산 시대라는데 괜찮은 어린이집 들어가기는 왜 이리 어려운지도 이해가 안 된다”고 답답해 했다.





흔히들 인생은 마라톤이라고 한다. 하지만 2017년 현재를 사는 20~30대 대한민국 청년들의 생각은 다르다. 42.195㎞라는 정해진 구간을 달리는 마라톤과 달리 그들의 인생은 고비만 있을 뿐 결승점이 없기 때문이다. 혹독한 취업난에 제대로 된 연애조차 못하고 간신히 취업을 해도 엄청난 집값 부담에 결혼할 자신이 없다. 미루고 미룬 끝에 겨우 결혼에 골인하면 출산과 육아라는 크나큰 희생을 동반한 선택지를 부여받는다. 각 고비조차 넘지 못한 사람은 마라톤 중도 포기자가 돼 주변의 눈치를 봐야 한다. 단칸방에서 시작했어도 알뜰살뜰하게 모으면 ‘계산이 서는’ 삶을 살 수 있었던 부모 세대와는 또 다른 세상을 사는 셈이다.

◇연애·결혼·출산·내집마련·대출, 끝없이 마주하는 거대한 산=20~30대 청년들이 사회에서 가장 먼저 마주하는 큰 산은 무엇보다 취업과 연애·결혼이다. 양질의 일자리가 없다 보니 불안정한 직업을 갖게 되고 결혼과 내 집 마련의 꿈은 그야말로 꿈에 그친다. 결혼이 불투명하다 보니 연애도 늘 흔들리는 촛불과 같다.

6년째 여러 회사를 전전하며 사무 계약직으로 근무하는 김모(35)씨는 남자친구가 있는데도 결혼 생각이 없는 대표적 여성이다. 오랫동안 저임금 계약직에 머물면서 생활비만 간신히 충당하다 보니 저축한 돈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남자친구도 회사 사정이 어려워 월급이 밀리기 일쑤다. 두 사람 모두 집안의 지원을 기대하기도 힘든 형편이다. 김씨는 “둘이 합쳐도 생활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 서로 피해 주지 않고 연애만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7월 청년 실업률은 9.3%까지 치솟았다. 결혼을 미뤄야 할 이유가 늘면서 초혼연령 역시 지난해 남자 평균 32.8세, 여자 평균 30.1세로 사상 최고치에 도달했다. 반대로 지난해 혼인 건수는 역대 최저치인 인구 1,000명당 5.5건을 기록했다.

취업과 결혼이라는 관문을 통과하고 나면 출산과 육아, 내 집 마련과 대출이라는 또 다른 산이 기다린다. 끝 모르게 뛰는 부동산 가격에 맞벌이가 필수가 되면서 아이를 키울 여력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인구 1,000명당 1.17명으로 2009년 이후 가장 낮았고 초산연령은 31.4세로 역대 가장 높았다. 현 정부가 △아동수당 지급 △첫 3개월 육아휴직급여 2배 인상 △아빠 육아휴직 보너스 제도 도입 등을 공약했지만 현실적인 도움이 될지 의문을 품는 사람도 많다.

최근 노후까지 고려해 4억원가량 빚을 지고 강남에 10억원 상당의 집을 구입한 고소득 맞벌이 직장인 신모(35)씨는 앞으로 두 살배기 딸 하나에 만족할 생각이다. 결혼 초만 해도 둘째 생각이 있었다. 그러나 첫째도 베이비시터 손에 키우는 마당에 둘째까지 태어나면 대출 상환 부담과 아내 퇴직 압박에 머리가 아찔하다. 신씨는 “정부에서는 아이가 태어나면 푼돈을 주는 정책만 내놓고 있는데 요즘에는 부자도 아이를 안 낳는다”며 “차라리 그 돈을 보육시설에 쏟든가 남성 육아휴직 보장에 썼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아이 둘을 키우는 대기업 직장인인 최모(36)씨는 최근 아예 부동산 용어 전문가가 됐다. 결혼 후 세입자 생활만 하다가 몇 달 전 수도권의 한 아파트 청약에 당첨됐는데 2일 강도 높은 부동산 대책이 나오면서 틈날 때마다 유불리를 따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씨는 “대출을 크게 받을 생각으로 청약을 신청했는데 프리미엄을 받고 팔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중도금 납입까지 어려워지지는 않을지 걱정이 태산”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마라톤 포기하고 욜로족으로 변신하는 청년들=상황이 이렇다 보니 연애·결혼·출산 등 과거에는 당연시했던 삶의 과정을 포기하는 사람도 속출하고 있다. 거기서 아낀 돈과 시간을 자신에게 쏟는 ‘욜로(YOLO·You Only Live Once)족’이 최근 주목받는 것도 이들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유통 대기업에 다니는 정모(32)씨는 말끔한 외모에 결혼감으로 흠잡을 데 없는 남자다. 그러나 올 초 여자친구와 헤어진 뒤부터는 자신에게만 아낌없이 투자 중이다. 주말마다 혼자 심야영화를 보러 다니고 테니스를 즐기는가 하면 퇴근 후 피아노 레슨도 받는다. 올 11월에는 11일 동안 남미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정씨는 “여자친구가 있을 때만 해도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어느덧 혼자 즐기는 생활이 익숙해지고 있다”고 만족해했다.

국내 상위 10% 수준의 연봉을 받는 대기업 직원 양모(34)씨는 본인의 연애와 결혼을 간절히 원하는 부모님에게 이미 비혼의 뜻을 확실히 밝혔다. 그는 주말마다 국내는 물론 일본·홍콩까지 건너가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을 보러 다니는 지금의 삶이 충분히 만족스럽다. 양씨는 “결혼 준비과정부터 시댁과의 관계 설정, 출산과 육아 등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견디기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결혼 2년 차인 정모(31)씨는 아이 키우는 부담이 싫어 결혼 전부터 남편과 아이 없이 살기로 약속했다. 다만 양가 부모님께는 차마 말을 못해 명절 때마다 골치가 아프다. 정씨는 “주변에 아이를 낳은 지인들을 보면 아무리 남편이 많이 도와준다고 해도 결국 육아는 엄마의 몫이더라”라며 “일과 하고 싶은 공부를 하며 인생을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윤경환·박윤선·변수연·박준호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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