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SE★인터뷰]이경재 서울시오페라단장 “대화와 소통이란 우리가 가진 교집합을 넓히는 것”

“서울시민들이 즐겁게 관람할 수 있는 레퍼토리 선택 할 것”

이경재(45) 신임 서울시오페라단 단장은 유연한 소통 능력을 지닌 연출가이다. 그는 2006년부터 서울시오페라단과 ‘라 트라비아타’ ‘도요새의 강’ 등 다양한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2013년부터는 마티네 공연의 상임 연출가로 일하며 지속해서 레퍼토리를 연구하고 연출하며 세종문화회관과의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이 외에도 대극장, 소극장 등 여러 규모의 오페라 제작에 참여하면서 풍부한 제작 경험을 갖춰왔다. 또한 서울대학교, 한양대학교를 비롯하여 10개 학교에 출강하며 차세대 음악인들의 지도를 위해 힘써왔다. 2016년에는 “예술의 전당 예술대상”에서 연출상을 받으며 연출가로 실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오페라 연출가 겸 서울시오페라단 이경재 단장 /사진=조은정 기자




이경재 단장은 “서울시민들이 즐겁게 관람할 수 있는 레퍼토리를 선택하는 데 힘을 기울이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초대 김신환 단장, 2대 오영인 단장, 3대 신경욱 단장, 4대 박세원 단장, 5대 이건용 단장역임 이후 6번째 서울시오페라단장에 오른 이경재 단장을 만났다.

Q. 8월 1일자로 서울시오페라단장으로 결정된 뒤 주변에서 많은 축하 인사를 받았겠다.



▶ 정말 축하인사를 많이 받았어요. 정말 좋은 문자만 400개 이상이 왔는데, 거기에 답 하는것만 해도 하루 온종일 시간이 걸렸어요. 페이스 북 빼고 그렇게 문자 연락이 많이 온 건 처음이었어요. 오페라 쪽 선후배들, 여러 오페라단 단장님들, 그리고 제작스태프, 분장, 영상 등 다양 하신분들이 너무 기뻐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이 많은 사람들과 어떻게 행복을 나눌 수 있을까? 에 대한 책임감도 커졌지만 감사한 마음이 더 컸어요.



Q. 프리랜서 연출가에서 이제 매일 세종문화회관으로 출근해야 한다.



▶ 제 인생에 출근은 처음이었습니다. 작품 하러는 매일 세종문화회관에 왔는데, 그 때랑은 느낌이 달라서 독특한 경험입니다. 출근의 배경이 바뀐거잖아요. 고정된 한 장소로 출근해야 한다는 게 부담이 될 수도 있는데 그런 생각을 안 가지려고 노력중입니다.

Q. 모집요강을 본 뒤 직접 원서를 제출해 공채로 당선됐다. 이후 최연소 단장이란 타이틀으로도 화제가 됐다.

▶ 지금까지 전례상 좀 더 나이가 있으신 어른들이 단장직을 하는 게 일반적이었어요. 제가 15년간 오페라 쪽에서 일하면서 많은 분들을 만났는데 그 분들이 절 다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그게 단장직으로 이어질 수 않았나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오페라가 발전될 수 있게 노력했던 것, 또 많은 분들이 도움 덕분에 저에게 저런 기회가 오지 않았나 생각해요.

Q. 서울대학교에서 성악을 전공한 후 세계 대학 중 가장 많은 오페라 프로덕션을 제작하는 미국 인디애나 주립대학교 대학원에서 오페라 연출을 전공했다.

▶ 성악 (바리톤)전공으로 들어갔는데, 오페라 연출을 하고 싶은 마음은 1학년 때부터 가지고 있었어요. 2년마다 올리는 학교 프로덕션 공연에서 연출부 스태프도 해보고, 대학교 3학년 땐 김자경 오페라단에서 운이 좋아서 일 할 수 있었어요. 처음에 전화를 했을 땐 어디서 새파란 애가 프로 단체에 전화해서 일하겠다고 하냐는 훈계도 들었는데, 다시 전화가 와서 그 쪽과도 인연이 됐어요.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는 먹고 사는 게 걱정이라 서울모테트 합창단에도 들어가 1년이란 시간 동안을 합창단원으로 보냈어요. 그 이후 연출을 배울 수 있는 과가 미국 인디애나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합창단 일을 그만두고 유학길에 올랐어요.



Q. 지금까지 이경재 연출가로 활동해왔다. 유연성이 뛰어난 점을 장점으로 꼽는 사람들이 많더라. 성악가 및 합창단원으로도 지내와서 그들의 마음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겠다.



▶ 제가 특별히 유연성이 뛰어나다기 보다는, 같이 일하시는 분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들으려고 했어요. 합리적으로 일을 하고자 했어요. 난 가수니까 이것만 말할게. 난 연출가니까 이대로 해야 해 가 아닌거죠. 대화와 소통이란 게 우리가 가진 교집합을 넓히려고 하는 거잖아요. 그게 안 되면 불통이 되는 건데, 전 온전히 제 마음이 이렇다는 걸 알려주면서 당신의 마음은 어떤지를 물어봐요.

예를 들어 저희 단체가 곧 올릴 모차르트의 ‘코지판투테’ 가 있다고 했을 때, 제가 ‘코지판투테’ 란 작품에서 아름답게 생각하고 즐겁게 생각 하는 부분이 있듯이 연주자들도 분명히 ‘코지판투테’를 좋아하는 부분이 있을거라 생각해요. 저 혼자 독단적으로 만들어가는 것이 아닌 그들이 작품의 어떤 점을 좋아하는지 궁금해해요. 우리가 좋아하는 공통 지점이 있다면 당연히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즐겁지 않을까요.

예술가의 시각으로 보면 불가능한 일일 수도 있는데, 전 함께 작업하는 이들이라면 같이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페라 연출가 겸 서울시오페라단 이경재 단장 /사진=조은정 기자


Q. 준비성도 철저하다고 들었다. 플랜 A부터 플랜 D까지 가능성을 염두해 둔 치밀한 계획안을 준비해놓고 작업을 진행시키는 편인가?

▶ 상황과 구조적 문제를 잘 알고 있으면, 현장에서 여러 가지 대처 방법이 생기겠죠. 제 위주가 아닌 ‘어떻게 할까’ 제안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의견을 나누면서 제안을 하면 생각보다 행복해해요. 꼼꼼하게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긴 한데, 전 현상에 집중하는 게 아닌 관계에 집중하려고 해요. 현상에 집중하다보면 해결하기 힘든 과제가 너무 많은데, 관계에 집중하다 보면 해결책이 보여요. 관계는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거든요.

Q. 관계에 집중한다니, 듣고 보니 현명한 해결책이다.





▶누군가 저에게 “이 선생님의 가장 좋은 점은 포기가 가장 빠른 점”이라는 말을 했어요. 예전에 연습이 진척이 잘 안 된 적이 있어요. 스태프와 가수 모두 열심히 하고 있는 건 분명한데 더 이상한 거죠. 그래서 제가 오페라 연습하다가 이건 ‘MT’를 가야 해결되는 문제이다고 말했어요. 휴식을 취하며 놀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가수와 스태프 모두 우리가 쓰는 시간이 아깝고 소중한 시간인데 더 퀄리티 있게 나누기 위해서는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하거든요. 연출가에게 필요한 건 다른 어떤 기술보다 구성원들의 ‘교집합을 높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걸 다른 이가 보기엔 포기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 제 지론은 그렇습니다.

Q. 이경재 연출 겸 단장의 자산은 결국 좋은 사람들일 것 같다.



▶ 서른 살부터 오페라 연출을 시작했어요. 시기적으로 엄청 빨리 온 거죠. ‘열심히’ 했다는 건 누구나 말 할 수 있어요. 무엇을 어떻게 열심히 했느냐가 중요해요.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찬스들이 있었어요. 일반적으로 찬스는 누구나에게 오지만 좋은 적정의 시간에 찬스를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 건 그 사람이 지금까지 해온 태도에 따라 달라져요.

10년간 많은 친구들을 만났고, 그들이 유학 갔다와서 다시 만나 작업하는 경우도 여럿 있었어요. 다시 돌아와 작품을 함께 한다는 건 단순한 의미 이상이에요. 한국 오페라 공연이 갑자기 한달 반만에 모여서 뚝딱 뚝딱 하고 올라가는데 이미 알고 있는 분들과 작업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서로 많은 아는 시점에서 시작하면 서로를 녹였을 때 나올 수 있는 결과물이 달라져요.

Q. 단장직에 임명된 뒤, 제일 먼저 어떤 플랜을 세웠는가?



▶ 첫 번째, 서울시오페라단의 정체성에 대해 제일 먼저 고민했어요. 서울시오페라단이 뭘 다르게 할 수 있나?란 질문이 먼저 들었으니까요. 다른 단체에 비해, 서울시오페라단은 세종문화회관을 업은 제작극장을 표방해요. 이런 곳이 국내에 없어요. 9개 단체를 산하에 두고 작품 제작을 하는 세종문화회관 내 단체 중 오페라단이 중요한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어요. 그런 면에서 우리가 가진 게 뭔가를 생각하면, 극장이 있고, 극장 스태프가 있다는 거죠.

국립오페라단 예산의 8분의 1 수준일 정도로 예산이 전반적으로 넉넉한 상황은 아닙니다. 이 모든 걸 고려해볼 때, 서울시민들이 즐겁게 관람할 수 있는 레퍼토리를 뽑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요.

국립오페라단이라면 뛰어난 스킬, 무게감 있는 오페라, 독특한 작품을 한국에 있는 오페라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에게 제공해야 한다는 모토를 가져야 해요. 반면 서울시오페라단은 오페라가 가진 독특한 매력이 아니라 대중들이 좋아하고 친근하게 느낄 수 있는 레퍼토리를 어떻게 제공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서울시오페라단이 베르디 빅5 시리즈, 여름 코믹 오페라 시리즈, 마티네 시리즈 등을 선 보였는데 결국 편하게 오페라를 보러오는 관객들에게 말을 걸었다고 생각해요.

Q. 2013년 8월부터 최근까지 매월 계속된 서울시오페라단의 ‘오페라 마티네’의 상임 연출가로 활동해 온 것은 물론 오페라 강의도 꾸준히 해왔다. 단장으로서도 오페라를 보러오는 관객들에게 말을 건넨다는 마음이 큰 건가?



▶ 마티네 공연 같은 경우도, 맛있는 오페라 시식코너를 차렸다고 말을 거는거죠. 작품의 규모적인 면보다 접근하는 방법에 신경을 썼어요. 음악을 사랑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사람들이 편리하게 다가갈 수 있는 오페라를 다양한 규모로 만들고 싶어요. 오페라가 꼭 그랜드 오페라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거기에 부담을 가지는 관객분들도 많은 것도 사실이구요. 우리가 준비한 다양한 규모의 작품들을 시민들에게 나눠주고 싶어요.

오페라 강연도 당신 한명을 위해 이렇게 30명에서 100명 이상의 많은 사람이 노력하고 있다는 걸 여러 가지로 보여줄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입니다.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음악을 들으면 몇 배 더 행복해지거든요.

오페라 연출가 겸 서울시오페라단 이경재 단장 /사진=조은정 기자




오페라 연출가 겸 서울시오페라단 이경재 단장 /사진=조은정 기자


Q. 올 하반기에 올라 갈 오페라 ‘코지판투테’ 연출을 맡았다. 이후 내년 레퍼토리 계획을 다들 궁금해 할 것 같다.

▶ ‘코지판투테’ 연출은 단장직 임명 전에 이미 이건용 단장님께서 제안해주신 상황이었어요. 세종문화회관 일정이 이미 정해진 것들이 있어서, 그 중에서 가장 이상적으로 하는 게 뭔지 찾고 있는 중입니다. 실제로 서울시오페라단에서 단장 일을 맡았다고 해서 하고 싶었던 일들을 당장 내년부터 펼칠 수 있는 건 아닌 상황입니다.

Q. 창작 오페라를 연구하는 ‘카메라타’ 프로젝트는 계속 이어지는건가?



▶ ‘카메라타’가 2013년 발족 돼 벌써 5년이란 시간이 흘렀어요. 그 동안 ‘달이 물로 걸어오듯’ ‘열 여섯 번의 안녕’ 공연이 무대화 됐어요. 오페라를 전문적으로 작곡하는 작곡가, 오페라 대본가 양성에 힘을 기울이고 싶어요. 치밀한 시간과 노력과 투자가 필요한 게 창작진이거든요. 작품을 만들면 연주자가 구체적으로 포함이 되면서 이렇게 발달 시켜야 한다는 다양한 필터를 둘 수 있었다는 점에서 ‘카메라타’ 활동이 고무적이었다고 봐요. 계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생각입니다.

Q. 오페라에 대한 애정을 넘어서 사명감이 대단하다.

▶오페라는 저에게 있어 행복을 나눌 수 있는 가장 큰 가치입니다. 왜냐하면 너무 좋은 게 많이 들어있으니까요. 일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게 사명감인데, 이 좋은 것을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하게 알려줄 수 있을까? 란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겠습니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