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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빌딩 파이낸스 2017] 스위스, 비트코인 취급승인 3주면 끝...'TF 9개월 논의' 한국은 제도화 '0건'

스위스 '가상화폐는 외환' 결론

세금·거래소 체계 완벽히 갖춰

국내 ICO 가능 여부조차 불명확

사업가들 수억 지불하며 해외로





전세계 블록체인 기술 업체들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스위스 추크주의 크립토 밸리의 명성은 그저 나온 것이 아니다. 이곳의 팔콘프라이빗뱅크(FPB)는 고객을 위해 비트코인 매매 서비스를 승인해달라며 우리나라의 금융위원회에 해당하는 금융감독당국(FINMA·핀마)에 요청했다. 결과는 서류 접수 3주 만에 당국의 허가 결정을 받았다. 현지 금융 당국이 가상화폐에 대한 편견 없이 블록체인을 산업 육성 관점에서 놓고 업무를 처리하다 보니 까다로운 금융서비스 승인과정이 대폭 축소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블록체인 산업 육성 정책을 지켜보면 정반대의 모습이다. 이미 4차산업의 방아쇠가 당겨진 상황에서, 그것도 핵심 기술 역할을 할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관료들의 이해도나 의지가 잘 읽히지 않는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의 한 사모펀드 매니저는 “비트코인 등을 이용한 펀드 구성이 가능하냐는 질문을 당국에 보냈지만 명확한 결론 없이 근거가 없다는 식의 답변이 와서 결국 무산됐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미래 신산업을 열 블록체인 기술이지만 관료들이 법령이나 규정 등의 근거를 먼저 찾고 문제 될 게 없는지부터 따지다 보니 블록체인 업체들이 맘 놓고 기술을 개발하거나 비즈니스 모델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금융 당국은 블록체인의 초기 단계인 비트코인 등의 가상화폐 제도화 태스크포스(TF) 운영에 나선 지 9개월이 넘어가는데도 아직 공식 발표가 없다. 공식 회의는 고사하고 부처 간 의견 조율이 되지 않다 보니 실무회의만 열릴 뿐 큰 물줄기를 타줄 핵심 사안에 대해서는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정확한 속사정이다.

국내에서 부처 간 이견으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상화폐의 개념 규정에 대해 스위스의 경우 이미 2015년 말 ‘외환’으로 결론 내렸다. 비트코인은 외환과 동일해 그 이상의 추가 규제는 필요 없다고 공식 선언한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스위스 정부는 이미 세금제도 정비를 끝냈다. 비트코인은 외환, 즉 화폐이므로 거래 수익에 대한 양도소득세는 없다고 정리한 것이다. 부가가치세(VAT)도 없다. 단지 기업이나 개인이 1년에 한 번 재산을 신고할 때 비트코인도 신고하도록 해 재산세(2%)를 매기는 과세 대상으로만 보고 있다.



가상화폐의 성격이나 세금 문제, 거래소 규정 등 핵심 현안에 대한 결론이 미뤄지다 보니 관련 업체들 역시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오재청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전세계 블록체인 업체들의 자금조달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는 가상화폐 발행(ICO·Initial Coin Offering)이 우리나라에서는 법령규제가 없어 어떤 행위까지 허용되는지 알 수 없다”며 “당연히 블록체인 업체들은 혼란스럽고 다양한 법률 이슈가 발생할 수도 있어 업체들 입장에서는 새로운 시도에 머뭇거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국내 블록체인 업체들은 ICO가 가능한지, ICO에 따른 세금은 어떻게 될지, 지금 거래소를 설립해도 추후 운영에 지장이 없을지, 금융기관이 서비스에 코인을 이용해도 되는지 등 모든 것이 불명확한 상황이어서 “한국의 블록체인 환경은 거의 ‘맨땅’ 수준”이라고 입을 모은다. 일부 국내 블록체인 업체들은 수억원의 비용을 지불해가며 스위스와 홍콩으로 등을 돌리고 있다. 시중은행은 비트코인을 활용한 해외 송금 서비스를 개발해놓고도 세상에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블록체인 같은 신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이나 일본도 (규제를) 고민하고 있는데 한국이 나서서 (뭔가를 해야) 할 필요가 있느냐”는 금융 당국 내부의 정서를 확 바꿀 강력한 육성 의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스위스 취재 도중 만난 돌퓌 밀러 추크시장은 한국 관료에 “새로운 기술에 대한 두려움 없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열린 마음으로 접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과 스위스의 환경은 분명히 다르지만 시도하지 않으면 어떤 경험도, 변화도 만들어낼 수 없다. 일단 시도하라”고 조언했다. /취리히·추크=김흥록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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