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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거 '빗자루' 두고 말 많다는데…

롱퍼터로 PGA 시니어 휩쓴 랑거

'앵커링 금지' 위반 논란에 시끌

랑거 "어디에도 닿지 않아" 해명

USGA "19년 룰 개정할 수도"

베른하르트 랑거는 브룸스틱 퍼터를 20년 넘게 쓰고 있다. 앵커링 금지 룰 위반과 관련해 랑거를 옹호하는 선수들이 있는가 하면 그를 비판하는 쪽도 있다. /사진출처=골프닷컴




가슴 높이까지 오는 마법의 빗자루를 놓고 말들이 많다. 주인은 베른하르트 랑거(60·독일). 마스터스를 두 번이나 우승하는 등 유럽 투어 통산 42승을 자랑하는 ‘전설급’ 선수다.

랑거는 만 50세 이상의 ‘왕년의 스타’들이 참가하는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스(시니어) 투어에서 제2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올 시즌 15개 대회에서 우승 네 번에 2위와 3위를 두 번씩 했다. 245만달러(약 27억원)를 벌어 상금랭킹 1위. 지난 2007년부터 챔피언스 투어를 뛰고 있는데 10여년 동안 33승을 올리며 쌓은 상금만 2,330만달러에 이른다. 올 시즌도 상금 1위를 유지하면 상금왕 4연패다.

비결은 퍼트에 있다. 그는 올 시즌 49차례 라운드를 치렀는데 스리 퍼트는 고작 16번뿐이다. 54홀에 한 번 꼴이라는 얘기다. 스리 퍼트 확률이 여덟 번째로 낮고 그린 적중 시 퍼트 수는 두 번째로 적다.

랑거는 20년 넘게 브룸스틱(빗자루) 퍼터를 쓰고 있다. 긴 퍼터의 그립 끝을 가슴에 고정하고 퍼트하면 시계추 원리의 스트로크가 한층 안정감을 얻는다는 게 롱 퍼터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이다. 롱 퍼터 사용자들은 그러나 지난해부터 일대 혼란을 겪었다. 퍼트 때 그립 끝을 배나 가슴·턱에 고정하는 ‘앵커링(anchoring, 고정·정박)’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앵커링에 최적화된 롱 퍼터는 요즘 PGA 투어에서 거의 자취를 감췄다. 그러나 챔피언스 투어에서는 랑거를 비롯해 롱 퍼터를 그대로 쓰는 선수가 여럿이다.

롱 퍼터를 사용하는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골프규칙 14-1b는 ‘퍼터의 길이는 상관없다. 앵커링을 금지하는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몸에 고정만 하지 않으면 된다. 그러나 샤프트 끝을 몸의 어딘가에 고정하고 스트로크 하는 앵커링이 적발되면 2벌타가 부과된다. 매치플레이였다면 해당 홀을 진 것으로 처리한다. 그만큼 무겁게 금지한다는 얘기다.

지난 5월 시니어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십 중 베른하르트 랑거의 퍼트 장면. /사진=행크 헤이니 트위터


랑거는 이 앵커링 금지 룰을 때때로 어기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1일 PGA 투어 선수 출신 해설자 브랜들 챔블리의 주장을 소개했다. 챔블리는 올해 6월 중계 카메라에 잡혔던 US 시니어오픈 2라운드 당시 랑거의 퍼트를 콕 찍어 “명백한 룰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왼쪽 팔뚝이 가슴과 닿아 있고 퍼터의 끝은 스트로크 하는 동안 셔츠에 거의 파묻혔다는 설명. 미국골프협회(USGA)가 규칙 14-1b를 알기 쉽게 설명한 인포그래픽에 따르면 롱 퍼터를 쓸 경우 퍼터를 쥔 손이 가슴에 닿거나 팔뚝으로 고정점을 만드는 행위는 모두 룰 위반으로 간주한다.

타이거 우즈의 전 스윙코치로 유명한 행크 헤이니도 챔블리와 거의 같은 지적을 한다. 헤이니는 올 6월 자신의 트위터에 시니어 PGA 챔피언십 중계 영상 중 랑거의 퍼트 장면을 올린 뒤 “이래도 룰 위반이 아니냐, 앵커링의 정의가 대체 뭐냐. 챔피언스 투어의 많은 선수들이 의문을 가지고 있다”며 USGA를 ‘저격’했다. 5월 열렸던 이 대회에서 랑거는 1타 차로 우승했다. 룰 위반으로 2벌타가 적용됐다면 우승은 어려울 수도 있었다. 헤이니가 올린 영상에서 그립 끝을 쥔 왼 팔뚝은 셔츠의 가슴 부분을 누르고 있고 왼 주먹도 가슴에 닿은 듯 보인다.



랑거는 앵커링 금지 룰 적용이 막 시작됐던 지난해 초부터 비슷한 지적을 받아왔다. USGA는 그때마다 “바람 때문에 셔츠가 펄럭거린 것일 뿐 앵커링은 아니다”라는 식으로 넘어갔지만 이후 챔블리의 주장을 비롯해 문제 제기가 계속되자 “룰에 애매한 부분이 있기는 하다. 2019년 발표될 골프규칙에서 앵커링 금지에 대한 부분을 손볼 수도 있다”고 밝혔다.

앵커링 금지 룰을 설명하는 미국골프협회(USGA)의 인포그래픽. 이 설명에 따르면 베른하르트 랑거의 퍼트는 룰 위반으로 의심받을 만하다. /사진=USGA


랑거는 “나는 항상 왼팔과 왼손을 의식한다. 몸에 고정하는 것은 어드레스 때의 얘기이고 스트로크 때는 그립 끝이 몸 어디에도 닿지 않는다”고 일관되게 해명하고 있지만 챔블리는 “10명 안팎의 챔피언스 투어 선수들이 랑거의 퍼트에 우려를 표시해왔다”고 주장한다. 중계 카메라가 보이지 않거나 갤러리가 드문 홀에서 랑거의 앵커링 ‘습관’은 더 자주 나왔을 것이라는 의심과 함께다. USGA가 룰을 엄격하게 적용하지 않는 데 대해 일부는 전설에 대한 그릇된 예우라고 꼬집기도 한다.

21일 끝난 챔피언스 투어 딕스스포팅굿즈 오픈에서는 또 다른 롱 퍼터 사용자인 스콧 매캐런(미국)이 우승했다. 랑거는 6위. 공교롭게도 랑거와 매캐런은 시즌 상금 1·2위를 달리고 있다. 역시 룰 위반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매캐런은 “롱 퍼터 시범행사라도 열어 랑거와 내가 어떻게 퍼팅 스트로크를 하는지 낱낱이 보여주고 싶은 심정”이라며 억울해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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