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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MS도 탐낸 언어 데이터 확보, 글로벌 번역 플랫폼으로 도약하겠다

벤처인 Talk! Talk!|이정수 플리토 대표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7년 8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높은 수준의 정확도를 기록하는 번역 기술은 국내외 주요 IT기업들이 탐내는 플랫폼 서비스 중 하나다. 이미 구글과 네이버를 포함한 다수의 기업들이 ‘높은 정확도’를 앞세운 번역 플랫폼의 고도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토종 스타트업 플리토는 대기업 못지않은 정확도로 글로벌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정수 플리토 대표를 만나 서비스 기술의 발전과 관련 비즈니스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집단지성 번역 서비스 플리토의 모바일(오른쪽)과 PC 서비스 화면.





기자와 이정수 대표의 첫 만남은 지난 2014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만 해도 플리토는 신생 스타트업이었다. 그럼에도 ‘집단지성 번역 서비스’라는 플리토의 사업 아이템은 그 때도 기자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이 대표를 만난 진짜 이유는 그가 구글캠퍼스를 경험한 유일한 한국인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2014년 하반기 국내 IT업계의 빅 이슈는 구글캠퍼스 서울의 오픈 확정 소식이었다. 영국 런던,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이자, 아시아에선 최초의 구글캠퍼스였다. 구글캠퍼스가 서울에 설립된다는 이야기는 삽시간에 IT업계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구글캠퍼스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면서 런던에서 이를 경험해본 유일한 한국인인 이정수 대표도 언론의 큰 주목을 받았다.

과거 만남에서도 기자는 사업 관련 질문보다 창업 선택의 배경, 그리고 구글캠퍼스 관련된 질문을 더 많이 던졌다. 번역 서비스가 가진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았던 것도 그런 질문을 선택을 했던 이유 중 하나였다. ‘필요한 사람들에겐 유용하겠지만 결국 좁은 시장 안에서 아등바등하다 사라지지 않을까’라는 쓸데없는 걱정을 하기도 했었다.

결과적으로 그건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플리토는 지난 3년간 엄청난 변화를 겪어왔다. 일단 사업이 확장되면서 규모가 대폭 커졌다. 이정수 대표는 말한다. “지난 3년 동안 생존을 걱정했던 순간도 있었습니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살아남았다는 것만으로도 저와 구성원들 모두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우린 앞으로 3년, 그 이후에도 반드시 살아남아 있을 것입니다. 지금 플리토의 상황에 감안하면 성장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정수 플리토 대표가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플리토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플리토는 집단지성을 활용한 번역서비스를 앞세워 출발한 스타트업이다. 집단지성 번역서비스의 개념은 매우 간단하다. 우선 번역이 필요한 사용자가 번역 내용과 바꾸고 싶은 언어를 선택해 플리토 플랫폼에 올린다. 그럼 ‘번역 좀 한다’는 사람들이 자신이 번역한 글을 올려 사용자의 선택을 기다린다. 사용자가 여러 개의 번역본 중 마음에 드는 내용을 선택한 뒤, 일정 수준의 번역료를 지급하면 모든 과정이 끝나게 된다.

한번은 기자도 영어로 된 생명과학 분야 논문의 번역을 플리토에 의뢰한 적이 있었다. 어려운 과학용어가 많았던 탓에 꼼꼼한 번역에도 불구하고 내용을 매끄럽게 이해하기가 솔직히 어려웠다. 그럼에도 기자의 호기심을 끌었던 건 번역본의 개수였다. 불과 2~3시간도 안 돼 수십 건의 번역본이 등록되는 것을 보면서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꽤 오랜 시간 고민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정수 대표는 말한다. “여전히 집단지성 번역 서비스는 플리토의 터줏대감으로서 원활하게 서비스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의학, 과학, 법률 같은 전문 분야 글을 번역해주는 ‘전문가 1:1 서비스’도 추가했어요. 3년 전에도 이 서비스가 있었다면 (기자님이) 좀 더 수월하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을 텐데 아쉽네요(웃음). 요즘 플리토가 주력하고 있는 사업은 ‘인공지능’입니다. 저희도 인공지능 번역 서비스를 하고 있거든요.”

이번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기자가 가졌던 궁금증은 크게 두 가지, 바로 ‘언어데이터’와 ‘인공지능 번역 서비스’였다. 최근 국내외 주요 IT업계에선 번역 서비스 플랫폼이 앞다퉈 등장하고 있다. 구글은 이른바 ‘발 번역’이라는 오명을 썼던 번역 서비스를 대폭 개선했고, 네이버는 ‘파파고(Papago)’라는 번역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했다. 양 서비스가 강력하게 대결하는 상황에서 과연 플리토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문이 생겼다.

우선 이정수 대표에게 인공지능 번역 서비스 출시 배경, 그리고 경쟁 플랫폼 대비 플리토의 강점은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이 대표는 “플리토 서비스는 구글, 네이버보다 더 강력하다”며 “성능 개선 측면에서도 월등함을 보이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건 창업자이자 회사 대표이기 때문에 보이는 근거 없는 자신감은 아니었다. 기자가 들어도 충분히 이해할만한 이유가 있었다.




플리토에는 북미, 유럽, 중동 등 다양한 지역에서 온 외국인들이 함께 일하고 있다. 사진은 플리토 사무실 전경.



이 대표의 설명을 들어보자. “구글 번역기, 네이버 파파고, 플리토에는 모두 인공지능 기반 번역기술이 탑재돼 있는데, 모두 다 비슷한 수준입니다. 특정 서비스가 더 우월한 기술을 갖고 있다고 말하기는 솔직히 어렵습니다. 아마 구글과 네이버 쪽에서도 그걸 크게 부정하지는 못할 겁니다. 그럼에도 차이가 생기는 원인은 바로 ‘언어데이터’ 때문입니다. 인공지능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해 보다 더 다양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데이터가 많을수록 지능은 더 높아지죠. 플리토는 구글·네이버보다 월등히 많은 번역 언어 데이터를 갖고 있습니다.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면 사용자가 만족할 만한 수준의 번역 결과물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한가지 예를 들어보자. 우리가 사투리를 언급할 때 자주 쓰는 문장 중 하나가 ‘가가 가가가?’다. 경상도 사투리를 대표하는 문장인데, 표준어로 ‘그 사람이 가씨 성을 가진 사람입니까?’라는 의미다. 그렇다면 인공지능 번역기는 과연 ‘가가 가가가?’를 어떻게 번역할까. 실제로 플리토를 포함해 널리 사용되는 번역기 3개에 ‘가가 가가가?’를 입력해봤다. 결과는 놀라웠다. 플리토를 제외한 두 개의 번역기는 ‘kaga Kaga’와 ‘GaGa Gagaga’라는 답을 내놨다. 반면 플리토는 ‘Is he the man with the surname Ga?’라는 정확한 번역 결과를 도출했다. 다른 테스트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 자주 쓰이는 신조어 ‘낄끼빠빠(낄 때 끼고 빠져야 할 때는 빠져라)’를 플리토에 넣자 ‘Just think when you join and leave’라는 번역 결과가 나왔다. 신조어의 뜻과 정확히 일치하는 해석이었다.

그렇다면 경쟁 서비스에 비해 정확한 결과를 내놓을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바로 집단지성 번역서비스를 통해 축적한 막대한 언어 번역 데이터 때문이다. 이정수 대표에 따르면, 현재 플리토는 약 8,000만~1억 개의 언어 번역 데이터를 갖고 있다. 사람이 직접 번역한 내용이다 보니, 사투리, 신조어, 줄임말 등 다양한 언어 환경에 부합하는 정확한 정보가 축적되어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집단지성 번역서비스를 통해 쌓이고 있는 수많은 언어 데이터는 플리토의 인공지능 번역 기술을 끊임없이 업그레이드 시키는 원천이 되고 있다. 이정수 대표는 “전 세계 어디를 둘러봐도 플리토만큼 방대한 언어 번역 데이터를 갖고 있는 기업은 없다”며 “사용자들이 제공해준 1억 개의 언어 데이터는 지금의 플리토를 있게 한 든든한 지원군이자 강력한 무기”라고 강조했다.

최근 들어 방대한 플리토 데이터를 원하는 수많은 글로벌 기업들의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이들은 모두 ‘번역 서비스의 고도화’라는 한 가지 목표를 위해 플리토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플리토에게 이런 대기업들의 니즈는 새로운 수익 모델을 발굴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기회가 되고 있다. 현재 플리토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와 오라클, 일본 NTT도코모, 중국 바이두 등 굵직한 글로벌 기업과 언어 번역 데이터 제휴협약을 맺었다. 이를 통해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또 하나의 수익 창출 통로를 개척했다.


이 대표는 “방대한 플리토의 언어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영역과 글로벌 시장에 도전장을 던질 것”이라고 말한다.



이정수 대표는 말한다. “기업들의 니즈는 꽤 구체적입니다. 예를 들어 NTT도코모의 경우, 2020년 도쿄올림픽을 대비해 여행자 전용 번역 플랫폼을 만들고 있습니다. 거기에 저희 데이터 중 여행 회화와 연관된 부분을 담으려 하고 있죠. 또 누구나 알만한 거대 IT기업 A사에선 ‘특허’와 연관된 언어 데이터만 구매하겠다는 의사를 (우리에게) 전해왔습니다. 특허업계가 사용할 수 있는 전문 번역 플랫폼을 만들 계획이라고 하더군요. 참고로 내년에 열리는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사용될 번역기 ‘지니톡’에도 저희 데이터가 탑재돼 있습니다. 플리토에서 생성된 언어 데이터가 전 세계에서 온 선수들과 관광객들의 귀와 입이 될 것이란 얘기입니다.”

현재 플리토 전체 매출의 약 70%는 언어 데이터 판매를 통한 B2B 거래에서 발생하고 있다. 집단지성 번역에서 발생하는 수수료가 유일한 수익모델이었던 몇 년 전 상황과 비교하면, 상상 이상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플리토에게 올해 8월은 매우 중요하다. 수년간의 경험과 시행착오를 통해 쌓은 노하우를 집대성해 ‘진정한 첫 번째’ 플리토 서비스를 선보이기 때문이다. 이정수 대표는 “지금까지 서비스해온 플리토가 테스트 버전이었다면, 8월에 출시하는 플리토는 완성버전이 될 것”이라며 “오랜 기간 철저히 준비해온 만큼 사용자들의 선택을 받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사진 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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