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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홍우 선임기자의 무기 이야기] 25년만에 설계 기술까지 독립...순수국산 '장보고 Ⅲ' 사업 탄력 받는다

<6> 한국의 잠수함 기술

'신돌석함' 건조로 장보고Ⅰ·Ⅱ 사업 공식 종료

'독일제 잠수함' 완전히 벗어나 印尼에 수출까지

北 리스크에 '한국형 핵잠'도 개발 나설지 주목





한국의 잠수함 건조 역사에 한 획이 그어졌다. 지난 7일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신돌석함 진수식을 마지막으로 장보고Ⅱ 잠수함 건조사업이 끝났기 때문이다. 1,800톤급 잠수함 9척을 건조하는 이 사업의 종료는 단순한 마무리가 아니라 크게 세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독일 설계로부터의 자립(自立)해 독자적 기술로 잠수함대를 구성하기 시작했으며 원자력추진잠수함 확보 기회라는 얘기다.

1992년 10월 독일 HDW사에 장보고급 1번함을 인수받으며 본격 잠수함 시대가 개막된 뒤 25년간 한국 해군은 모든 잠수함을 국내에서 건조했으나 설계는 독일에 의존해왔다. 설계가 생산기술 및 운용 수준에 못 미쳤던 탓이다.

장보고Ⅰ사업의 네임십(1번함) 장보고함은 아예 독일 HDW에서 직접 맡았다. 장보고Ⅰ 잠수함은 독일제 209급 잠수함의 조립 및 면허 생산. 209급 잠수함은 2차 세계대전 때 잠수함 U보트로 연합국을 괴롭혔던 잠수함 강국 독일의 모든 기술이 집약된 잠수함. 1971년 최초 모델이 나온 뒤 개량을 거듭하며 현재까지도 건조되고 있다. 모두 61척이 만들어져 디젤잠수함의 최고 베스트셀러로 꼽힌다. 한국은 209급을 건조하며 대부분의 생산기술을 익혔다.

장보고Ⅱ 잠수함 건조사업 역시 독일 HDW사가 설계한 214급의 면허생산 방식으로 진행됐다. 214급은 HDW사 209급의 후속 모델로 제안했던 212급의 다운그레이드형. 212급이 너무 비싸다는 불만에 따라 212급과 209급의 장점을 따서 214급으로 재설계한 잠수함이다. 가격이 212급에 비해 3분의2에서 5분의4 정도인 214급은 보다 대형화한 선체와 공기불요추진(AIP) 시스템을 기본으로 장착해 원양 잠행능력과 작전지속 능력을 크게 높였다.

한국은 독일제 잠수함을 구매하고 기술을 받아들인 나라 가운데 단연 우등생 격이다. 대우조선해양은 209급의 자체 개량형 잠수함을 인도네시아 해군에 3척이나 수출하는 개가를 올렸다. 인도네시아 해군이 발주한 국제입찰에는 독일 HDW사도 오리지널 209급을 갖고 참여했으나 기술을 알려준 한국에 고배를 들고 말았다. 인도네시아 수출은 짧은 기간에 잠수함 생산기술은 물론 설계기술까지 엄청난 발전을 이뤘다는 방증이다.



한국의 잠수함 생산은 이제 독일제라는 크고 안정적인 알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물론 앞으로도 상당기간 현역에서 활동할 장보고Ⅰ·Ⅱ급 잠수함의 후속 군수지원을 위해 독일 기술과 단절할 수는 없고 차세대 장보고Ⅲ 잠수함에도 독일제 부품이 들어가지만 설계까지 직접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잠수함을 독자적으로 설계, 제작할 수 있는 나라는 세계에서 6개국 정도로 자랑스러운 일임이 분명하지만 문제는 책임이 따른다는 점. 성능에 문제가 있으면 원천기술 보유회사인 독일 HDW에 항의하면 그만이었으나 앞으로는 국내에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 클레임이 적게 나올수록 완전 국산 잠수함에 대한 신뢰도 높아지겠지만 반대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가장 주목되는 점은 순수 한국형 원자력추진잠수함 건조가 추진력을 얻을 지 여부다. 원자력을 동력원으로 삼은 잠수함은 이론적으로 연료 공급이 필요 없어 부식만 있다면 무한대 잠항이 가능하다. 디젤잠수함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공격력과 생존력이 높아진다(저품위로 농축 처리된 원료를 사용하는 경우 연료 교체가 영구수명이 아니라 5년 주기로 짧아질 수도 있다). 미국은 그동안 핵확산 방지 차원에서 한국의 원잠 보유에 비관적이었으나 최근 변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무엇보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할 수 있는 신포급 잠수함 건조 운용을 넘어 원잠 독자 개발에 나섰다는 북한을 제어할 수 있는 무기체계로 명분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의 핵 보유에 대해 긍정적 의사를 수차례 표명한 적도 있다. 물론 기술적 한계와 북핵 문제의 시급성을 들어 당장 원잠을 해외에서 들여와야 한다는 의견도 개진되고 있으나 각국의 일급비밀로 분류돼온 원잠을 구형이라도 판매 또는 리스로 공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결국 원잠 개발이 추진된다면 독자 개발이 유력하지만 적어도 7~8년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척을 우선 건조하는 장보고Ⅲ batch-1 사업은 이미 진행 중이다. 1번함은 공정 60%, 2번함은 15%, 3번함은 3% 미만 수준이다. 장보고Ⅲ batch-2는 스펙의 윤곽만 나왔지 아직 미정 상태다. 장보고Ⅲ batch-3는 아직도 베일 속이다. 일각에서는 장보고Ⅲ 정도의 크기라면 스마트원자로를 충분히 탑재할 수 있다고 하지만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후자라면 지금 결정해도 2020년대 중반이나 후반께 가시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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