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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논단] 가계부채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

김경수 성균관대 경제대학 교수·차기 한국경제학회 회장

부실채 0.2% 그쳐 리스크 낮지만

빚 부담 따른 소비 감소 큰 문제

결국 나라 전체 성장률 발목잡아

해외 우수 구조조정 사례 배우고

경기 위축 완화 노력도 기울여야





2·4분기 금융권의 가계부채가 1,300조원을 넘어섰다. 가계총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는 지난 2002년 말 92.1%에서 지난해 말 136.6%로 증가했다. 가계부채는 5년여에 걸쳐 언론에서 가장 많이 다룬 경제현안이었고 문재인 정부가 당면한 최대의 경제 리스크라고 보도하기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이토록 심각해질 때까지 역대 정부는 왜 손을 놓았을까.

그것은 가계부채 문제가 과장됐거나 5년 임기 정부의 입장에서 장기적인 문제로 인식한 데 따른 결과일 수도 있다. 그 어느 것이든 오늘의 사태는 가계부채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했다. 우선 은행권 가계부채의 70% 남짓한 주택담보대출은 미국의 저신용 주택담보대출과 달리 신용도가 높은 소득(또는 순자산) 4·5분위에 집중됐기 때문에 채무상환능력이 양호해 안전하다는 인식이다.

이것은 사실이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4분기 말 국내은행의 총여신에서 차지하는 고정 이하 부실채권현황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의 부실채권비율은 0.2%에 불과, 어떤 유형의 대출보다도 월등히 낮다.

나아가 금융회사들이 대손충당금을 쌓을 여력이 많기 때문에 비록 채무상환능력이 취약한 가계의 부실이 증가하더라도 금융시스템 리스크로 확산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인식이다. 이 또한 옳은 말이다. 6월 한국은행이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가 이를 확인해준다.

이렇듯 가계부채를 금융의 문제로 인식하면 아무리 가계부채가 늘어나도 위험은 감지되지 않는다. 언제나 그러듯이 연체율은 매우 낮고 은행은 되레 역대 최대의 실적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이 가계부채를 ‘한국 경제의 뇌관’이라고 비유하는 것은 언젠가 가계부채 문제가 터져 심각한 금융부실이 일어날 것이라는 경고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 경제의 뇌관’은 인지하지 못했을 뿐 터진 지 이미 오래다. 소비위축이 그것이며 다음의 예로 쉽게 이해된다. 전세를 사는 30대 중반 회사원 A씨가 집주인이 반전세를 요구해 은행에서 1억원을 빌려 3억원을 주고 빌라를 매입했다. 연봉 6,000만원을 받는 A씨는 원금 1억원과 이자를 갚아야 한다. 꼼꼼한 성격의 A씨는 대출금을 상환할 때까지 재무계획을 세우고 즉시 실행했다. 앞으로 A씨는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편 비슷한 처지에서 주택을 매입한 30~40대가 많다면 이 연령대의 소비도 위축된다. A씨가 돈을 빌려 집을 산 것이나 대출금을 상환하기 위해 소비를 줄인 것이나 모두 합리적인 경제행위다. 그러나 경제 전체로 볼 때 A씨와 같은 사람들이 많다면 성장이 감소하는 절약의 역설이 일어난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민간소비 비중은 카드채 사태가 일어난 2002년 55.5%를 정점으로 하락세를 지속해 2015년부터 50% 미만으로 추락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60%가 넘는 선에서 안정적이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결코 정상적인 흐름이 아니다.

가계부채가 소비를 억제하는 인과관계가 2002년부터 나타난 것을 생각해보면 소비위축이 가계부채 문제의 핵심임은 자명하다. 이 비율의 감소를 상대적으로 줄어든 가계소득의 탓으로 보는 이들도 있으나 가계총처분가능소득 대비 소비 비중 역시 2011년을 정점으로 급격히 줄어들고 있어 설득력이 없다.

더욱이 주택담보대출 시 금융회사가 가지는 부채상환청구권은 더욱 소비를 억제하는 요인이다. 앞의 예에서 A씨는 실직을 하든 집값이 폭락하든 어떤 경우든 오로지 열심히 빚을 갚아야 하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가계부채는 이 정부 임기 내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A씨가 진 빚을 갚는 데 많은 시간과 고통이 따르듯이 경제가 빚의 족쇄로부터 벗어나는 것도 마찬가지다. 곧 발표될 가계부채대책이 강력할수록 내수가 더 위축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

다른 나라의 경험을 빌리면 잘 설계된 가계부채 구조조정 프로그램이 가계 부문의 재무건전성을 높이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경기 위축을 완화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집값 폭락에 따른 부채디플레이션을 경계해야 한다.

김경수 성균관대 경제대학 교수·차기 한국경제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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