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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리포트.구멍 뚫린 무연고死 관리] 복지 사각지대 방치된 4050 독거인...무연고死 최대 위험군

50대 비중 31%로 최고...40대이하 무연고사도 갈수록 늘어

알코올 의존증 많고 사회관계망 결여...근본적 대응에 한계

장년 위험계층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 발등의 불







무연고사망자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특히 40~50대 사망자가 크게 증가해 그 원인과 대책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여름 인천 동구 쪽방촌에서 한 어르신이 선풍기 하나로 무더위를 이기고 있다. /연합뉴스DB


지난 6월 부산 사상구의 한 고시원에서 50대 남성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신장 170㎝ 초반의 A씨는 발견 당시 몸무게가 40㎏ 안팎에 불과할 정도로 말라 있었다. 경찰은 A씨가 영양결핍으로 사망한 것으로 분석했다. 끼니조차 잇지 못할 정도로 생계가 어려웠지만 사회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한 것이다. A씨에게는 호적상 세 명의 형제가 있었으나 몇십 년 동안 왕래가 끊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결국 무연고사망자로 분류돼 쓸쓸한 최후를 맞이했다.

A씨처럼 50대가 무연고사망의 고위험군으로 꼽힌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전체 연령대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오래전에 30%를 넘어섰다. 지난해 잠시 26%대로 떨어지기는 했지만 2014년과 2015년 2년 연속 31%대를 찍었고 올해는 32%까지 올라설 기세다. 숫자로 보면 증가세는 더 가파르다. 2014년 237명에서 지난해 294명으로 20% 이상 뛰더니 올해는 벌써 241명을 기록했다. 이 기세라면 사상 최고였던 2015년(315명)을 훌쩍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각 지방자치단체 담당자나 쪽방촌 상담소 관계자들이 50대를 주목해서 보는 이유다.

왜 하필 50대일까. 일각에서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몰락한 중산층이 장기간 변변한 일자리를 찾지 못한 것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당시 일자리를 잃은 30~40대들이 금전적 이유로 가정에서 분리돼 20년 이상 장기간 불안정한 삶을 지속한 탓에 건강상태가 급격히 악화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변미리 서울연구원 글로벌·미래연구센터장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일자리를 잃은 대도시 중산층이 급격히 거리로 내몰렸다”며 “한번 위기에 내몰린 중산층 하단이 장기간 재기를 못하면서 나락으로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부의 관심이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집중돼 있는 점도 50대의 상대적 소외 원인으로 지목된다. 50대는 정부가 제공하는 기본적인 복지 혜택을 받기 어렵다. 65세 이상 노인은 기초생활수급자로 편입돼 최소한의 안전망 혜택을 누릴 수 있지만 40~50대 장년층은 신체적 장애가 없는 한 ‘일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해 수혜 대상에서 제외된다. 정부 관계자조차 “일단 기초생활수급자가 되면 지방정부나 시민단체에서 실시하는 모니터링 대상이 돼 고독사 위험성이 낮아지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반면 장년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감시 프로그램을 갖추지 못한 실정”이라고 실토했다.

문제는 무연고주검이 50대 이상만의 문제로 국한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40세 미만 무연고사망자 수는 2014년 42명에서 지난해 48명으로 늘었고 40대 역시 최근 3년 새 116명에서 152명으로 30% 이상 뛰었다. 영등포역 인근 쪽방촌 역시 전체 거주자 500여명 중 40대와 그 이하가 100여명에 달하는 것도 40대 이하 무연고주검 증가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최근 추세를 보면 이러한 현상이 더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자아낸다. 단군 이래 최악으로 평가되는 청년실업과 2012년 남유럽 경제위기 이후 계속되고 있는 경기침체로 일자리에서 멀어진 청·중년층이 갈수록 무연고사의 위험군에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동자동 쪽방촌에서 만난 한 야쿠르트 배달원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50대 이상이 쪽방촌의 주류를 이뤘지만 최근 들어 40대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50대 이상 일자리 없이 혼자 사는 남성’으로 규정됐던 무연고사망자의 특징이 점차 ‘일자리를 잃은 남성’ 전반으로 퍼지고 있는 셈이다.

일자리에서 이탈했는데 사회 안전망이 미치지 못하니 청·장년층은 각종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특히 장기간 음주와 도박·폭력은 이들을 무연고사로 이끄는 가장 위협적인 요인으로 지적된다. 부산시가 올 6~8월에 발생한 고독사 사례 20건을 분석한 결과 고독사사망자 10명 중 9명은 남성이었고 65세 미만 사망자 비중과 알코올의존증 비율이 각각 60%, 75%에 달했다. 한 서울시 사회복지사는 “알코올의존증세를 보이는 장년층은 욕설이나 폭행을 행사하는 경우가 잦아 덜컥 겁부터 나는 게 사실”이라며 “이런 경우 알코올중독을 해결하는 식의 근본적이고 적극적 대응은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그레이존(gray zone)’에 방치된 장년 위험계층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송인주 서울시복지재단 연구위원은 “고독사에 대한 통계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관련법 제정을 통해 기본통계와 현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하고 경찰 변사 자료에 고독사 의심을 체크하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자체별로 따로 시행하는 지원정책도 연계 시스템을 구축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역공동체를 활성화해 사회적 비극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 역시 커지고 있다. /서일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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