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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차라리 카톡을 없앨까

지민구 바이오IT부 기자





인간이 제도를 바꾸는 것인가. 제도가 인간을 규정하는가. 오랜 기간 이어진 해묵은 논쟁이다. 한국에서 제도로 인간을 변화시키려고 한 대표적인 분야가 흡연 문화다. 과거 정부에서 실내 흡연 금지를 전면 제도화하고 담뱃세를 2,000원 인상했지만 담배 판매량은 2015년 ‘반짝’ 줄더니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대신 정부 세수만 잔뜩 늘었다. 제도가 인간을 바꾸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인은 일을 많이 한다. 취업자 1인당 연 평균 노동 시간(지난해 기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764시간)보다 305시간 많은 2,069시간이다. OECD국가 중 멕시코에 이어 2위다. 특히 스마트폰과 카카오(035720)톡 등 모바일 메신저의 활성화로 야근을 마친 뒤는 물론 새벽녘부터 업무 지시를 받는 일도 많다고 한다. 하루 24시간 업무에 구속돼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원인은 명확하다. 무조건 일을 많이 해야 성과를 낼 수 있다는 편견이다. 충분한 휴식과 재충전이 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릴 원동력이라는 사실을 대다수 기업과 경영진이 외면한다. 기업의 경영진과 구성원이 ‘퇴근 후 카톡’을 하지 않아도 더 좋은 성과가 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면 굳이 동료나 부하 직원을 스마트폰으로 괴롭히지는 않을 것이다.



근로자의 아우성에 보다 못한 고용노동부가 칼을 꺼냈다. 대표적인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 운영사에 찾아가 ‘예약전송’이란 새로운 기능을 추가해달라고 요청한 것. 근로 문화를 바꾸는 일이 쉽지 않으니 전 국민이 사용하는 모바일 메신저의 변화를 유도함으로써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부터 내보겠다는 속내다. 뻔히 보이는 편의적 발상이다.

고용부의 요청대로 카톡에 ‘예약 전송’을 추가하면 업무 지시가 줄어들까. 지시하는 입장에서는 예약 전송 기능을 쓰지 않으면 그만이고, 아니면 일반 문자메시지(SMS)나 다른 모바일 메신저로 이야기하면 된다. ‘사람’이 바뀌지 않는데 ‘수단’에 불과한 카톡의 작은 변화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본질은 외면한 채 쉽게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는 생각이라면 차라리 아예 퇴근 후 지시를 할 수 없도록 카톡, 스마트폰을 없애자고 하는 편이 솔직하겠다.

ming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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