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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홍우 선임기자의 무기이야기]400초면 北 지하시설 초토화...구축함·잠수함 탑재도 가능

<7> 미사일 탄두 중량 제한 해제

1979년 미사일 지침 작성후 38년만에 족쇄 풀려

탄두·추진기관 분리 신형 미사일 개발 여지도 생겨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 실험으로 우리 군의 탄도미사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한미 미사일 지침의 탄두 중량 제한 해제에 전격 합의해 우리 군은 보다 강력하고 다양한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남북한의 탄도미사일 개발 경쟁도 예상된다.

한미 정상이 6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 조치로서 중량 제한을 풀기로 한 탄두는 미사일의 주요 3부분의 하나. 강력한 추진장치(로켓)로 추동력을 얻고 유도장치가 목표물을 찾아 탄두의 파괴력으로 목표물을 타격한다. 탄두 중량이 크면 클수록 폭약을 많이 실을 수 있어 파괴력이 높아진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 군은 중량과 사거리 제한에 묶여왔다. 이번에 풀린 탄두 중량은 지난 1979년 한미 미사일 지침을 작성한 후 38년 만에 족쇄에서 풀린 셈이다.

군의 작전 요구에 따라 한미 미사일은 여러 차례 개정됐지만 지금까지는 사거리 300㎞ 탄도미사일(현무2A)에는 2톤, 500㎞ 탄도미사일(현무2B)에는 최대 1톤의 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 사거리가 가장 긴 800㎞ 미사일(현무2C)에는 최대 500㎏의 탄두만 탑재 가능했다. 사거리와 탄두의 중량이 반비례하는 ‘트레이드오프(trade-off)’ 규정에 따른 것이다. 이 때문에 우리 군의 미사일이 북한의 지하 핵심 시설까지 파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그간 계속해서 제기돼왔다.

우리 군의 고민은 이번 탄두 중량 제한 해제에 따라 완전히 풀렸다. 우선 말 그대로 ‘괴물급’ 탄도미사일 개발이 가능해진다. 탄두 중량을 무한정 늘릴 수는 없고 최대 2톤까지는 키울 것으로 보인다. 이런 탄두라면 20m 두께의 강화 콘크리트까지 뚫을 수 있다. 탄두 중량이 300㎏인 미군의 에이태킴스가 10m짜리 강화 콘크리트 구조물을 파괴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2톤 중량의 탄두는 유사시 북한이 보유한 어떤 시설도 파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이에 대응해 지하 벙커를 보다 두껍게 만들어도 탄두에 로켓을 장착해 낙하속도와 관통력을 높이는 기술을 적용해 신형 탄두를 제작할 수도 있다.

탄두 중량 제한 해제로 다양한 발사 플랫폼의 개발도 가능해졌다. 국방과학연구소(ADD)는 탄도미사일을 적재한 차량을 배에 실어 해상에서 발사하는 실험을 실시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의도가 담겨 있다. 첫번째는 구축함이나 잠수함에 탄도미사일 발사관을 심어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북한을 공격하는 수단의 확보. 공해에 탄도미사일이 장착된 잠수함을 배치하면 동해안에 밀집된 북한의 주요 미사일 기지를 2분 이내에 타격할 수 있다.

두번째는 대함탄도미사일(ASBM) 개발. 중국과 북한도 미국의 항모전단을 상대하기 위해 이런 미사일을 이미 배치했거나 개발하고 있다. ASBM이 개발되면 잠재적 위협인 중국 항공모함 랴오닝호까지 견제할 수 있는 전력의 확보가 가능하다. 미국이 탄두 중량 제한 해제에 동의한 데는 이런 목적도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탄두 중량을 늘리는 데는 기술적으로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제 지대공미사일인 나이키 허큘리스의 외형을 본뜬 현무1(백곰2) 미사일과 달리 완전히 국내에서 설계한 현무2 시리즈 탄도미사일의 경우 탄두부에 여유 공간이 있어 더 무거워진 탄두를 싣는 게 용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탄두만 새로 개발하면 된다는 얘기다.

보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개념의 탄도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는 점이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탄두 분리 탄도미사일을 새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탄두 분리 탄도미사일이란 미사일의 탄두 부분과 추진기관 부분을 분리해 제작하고 따로 관리하다가 발사 직전에 조립할 수 있는 미사일을 말한다. 현재 우리 군의 주력 탄도미사일인 현무2 시리즈(현무2A·2B·2C)는 탄두부와 추진장치, 유도장치가 일체화한 형태다. 생산 직후 발사까지 발사대를 겸하는 컨테이너에 밀봉된 상태로 운용된다.

김 위원은 “탄두와 추진기관이 분리되면 유연한 운용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현무2A에는 확산탄두, 현무2C에는 고폭탄두가 장착된 상태다. 확산탄두는 수백 개의 소형 폭탄을 탑재, 넓은 지역에 살포한 다음 터뜨려서 공항이나 항구, 적 전차부대를 공격하기에 적합하지만 콘크리트나 동굴로 보호된 적을 공격하지는 못한다. 고폭탄두의 효력은 반대다. 벙커 등을 파괴할 수 있어도 넓은 지역에 퍼진 적을 공격하는 데는 효율이 떨어진다.

김 위원은 “일정한 숫자의 고폭탄두와 확산탄두를 만들어 임무에 따라 교환, 장착하면 공격 대상에 따라 효율적인 사용이 가능하다”며 “훗날 한미미사일 지침의 사거리 제한이 더 완화될 경우에도 가벼운 탄두를 적재하면 사거리를 즉각 연장할 수 있는 효과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은 “러시아의 오카(OKA) 탄도미사일이 탄두부와 추진체를 분리해 필요에 따라 사거리를 조정한 사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사거리가 더 연장된다면 북한을 넘어 주변국 모두를 견제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일본에서 이번 지침 변경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미사일 주권에 보다 가까이 다가선 셈이다.

국방과학연구소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적의 밀집부대에 대해서는 최근 배치된 신형 다연장로켓(MLRS) 천무가 담당한다”면서도 “구체적인 지침이 나오는 대로 국산 탄도미사일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탄도미사일과 관련된 대부분의 기술을 확보하고 있어 군이 원하는 성능의 탄도미사일을 즉각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홍우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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