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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Market] 과학기술 전쟁의 승자를 위한 무기

이광식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

日 세계 최초 연구장비 개발 총력

과학기술 선진국 토대 만들어

韓은 외산 의존…기본기 다져야





최근 일본 오사카대를 방문해 단백질연구소와 정밀과학기술과의 연구 인프라를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단백질연구소는 다수의 액체 핵자기공명기(NMR)와 고체 NMR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을 대내외적으로 공동활용해 우수한 연구성과를 내고 있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이 첨단 연구장비 인프라를 활용해 공동연구를 수행하는 것과 유사하다.

단백질연구소는 다수의 국제협력연구 프로그램을 운영해 외국 연구자들로부터 공동연구제안서를 받고 선정된 주제에 대한 공동연구를 수행해 다양한 연구성과를 내고 있었다. 대학의 연구장비를 국가적으로 공동활용한다는 점과 방문연구 활성화를 통해 공동연구를 증진한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매우 컸다. 고체 NMR는 일본 JEOL사의 최고 성능 장비를 여러 대 설치해 DNP-NMR(낮은 신호 감도를 획기적으로 증대시키는 기법)를 개발하고 테스트하는 것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JEOL사가 세계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연구장비 개발을 대학의 연구진과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700㎒ DNP-NMR를 직접 개발하고 있는 기술자의 얼굴에는 세계 최초의 연구장비를 개발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드러났다.

정밀과학기술과에 소속된 한 교수의 연구실은 더욱 인상적이었다. 그들만의 표면가공 기술력을 이용해 세계 최초의 연구장비를 개발하고 있었다. 이를 통해 탁월한 연구성과를 창출하고 나아가 산업화로 이끌고 있다. 교수 한 명이 학생 및 박사후연수생을 지도하며 평생에 걸쳐 구축한 청정실험실의 규모와 개발·운영되는 장비들의 종류와 수량은 우리를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이들 연구소는 공통적으로 세계 최초의 연구장비를 개발하면서 뛰어난 연구실적을 발표하고 있다. 대부분 연구장비를 해외에서 수입해 사용하는 국내 현실과는 크게 다르다. 오늘날 일본은 이러한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과학기술 선진국이 됐고 우리에게 무엇이 부족하고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현재 세계 연구장비 시장은 미국·독일·일본이 주도하며 이들이 과학기술 발전을 선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제조 등 몇 가지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이고 있지만 과학기술력의 바탕이 되는 연구장비 개발에서는 안타깝게도 거의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연구시설장비 구축 비용으로 연간 약 8,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그중 외국산 연구장비가 올 7월 기준으로 약 70%를 차지한다. 우리도 국산 연구장비를 개발해야 과학기술 경쟁력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연구장비 산업은 국내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력과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므로 산학연이 함께 노력해 연구장비 개발 원천기술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행히 새 정부 들어 연구산업 육성에 대해 강한 추진 의욕을 보이고 있다. 특히 연구장비 산업 육성을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기초지원연에서도 몇 가지 연구장비를 타 출연연, 기업과 함께 개발하고 있다.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이 지난 2002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여년간 노벨물리학상 8개가 전자현미경 등 연구장비 기술 개발 분야에 주어졌다. 진정한 과학기술 강국이 되는 데는 연구장비 산업 육성이 지름길이다. ‘늦을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진정한 강자가 되려면 ‘기본에 충실하라’는 의미다. 전쟁에 필요한 총을 스스로 만들지 않고 수입해 쓰면서 과학기술 전쟁에서 승자가 되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만든 연구장비가 세계 곳곳에서 사용되고 우리의 자부심도 크게 올라가는 그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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