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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②] ‘남한산성’ 박해일 “‘광해’ 이병헌 앞 왕 연기..움찔했다”

18년차 배우 박해일이 이제 더 이상 뭐 배울 것이 있겠냐만, 영화 ‘남한산성’(감독 황동혁)이 주는 의미는 생각보다 컸다.

배우 박해일이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서경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조은정 기자




150억 대규모에 따른 압박감보다도 이병헌, 김윤석과의 만남이 그에겐 가장 큰 자극제였다. ‘남한산성’은 1636년 인조 14년 병자호란, 나아갈 곳도 물러설 곳도 없는 고립무원의 남한산성 속 조선의 운명이 걸린 가장 치열한 47일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극 중 박해일은 청과의 화친으로 생존을 모색하자는 최명길(이병헌)과 죽음을 불사해서라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김상헌(김윤석) 사이에서 번민하는 왕 인조 역을 맡았다. 극과 현장 모두에서 이병헌과 김윤석의 서로 다른 카리스마를 대면한 기분은 어땠을까.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박해일은 이병헌과 김윤석을 동시에 한 작품에서 만난 소감으로 “내가 연극하던 시절에 경력 높으신 선배들도 많으셨는데, 이병헌, 김윤석 선배님은 각자의 톤으로 각자의 역할을 날카롭게 또는 굵게 쏟아내셨다. 나는 그걸 받아서 다시 리액션을 해야 하는 역할이었다. 각자의 특징이 잘 느껴졌다. 이번이 첫 호흡인데, 두 분이 출연하신다는 말을 듣고 부딪치는 캐릭터를 보는 재미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얻을 것도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소문이 자자할 만큼 워낙 내공과 카리스마가 뛰어난 배우들이기에 이병헌과 김윤석의 기(氣)를 동시에 받아 본 촬영장 풍경도 궁금했다. “이병헌 선배님께서 이전에 ‘광해’를 해보셔서인지 처음엔 내 앞에 진짜 광해가 앉아있는 줄 알았다. 왕을 하셨던 배우가 나의 왕 연기를 보는 것이었기에 움찔했다. 그래서 초반에 집중이 좀 안됐던 시기가 있었다. 마음의 정리를 하고 집중해서 헤쳐 나갔다. 여러 조언을 해주셨고, 편하게 연기할 수 있도록 거리와 여유를 주셨다. 김윤석 선배도 마찬가지였는데, 호통 치는 연기, 날 서있는 연기, 담력이 큰 역할을 하셨기 때문에 ‘이걸 내가 넘어서야 하는데’, ‘집중해야 하는데’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선배들 모두 술을 좋아하심에도 이번 영화에서는 워낙 많은 대사를 외우시느라 술을 많이는 못 마셨다. 선배님들께서는 공부를 다 해놓고 시험 때 준비를 많이 못했다는 학생들처럼 행동하시더라.(웃음) 그런 뒤에서의 노력이 배울점이었다.”

배우 박해일이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서경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조은정 기자


‘남한산성’은 병자호란 속 조정의 풍경과 전쟁을 그렸기 때문에 유독 남자 출연진이 많다. 황동혁 감독부터 이병헌, 김윤석, 박해일, 고수, 박희순, 조우진, 이다윗, 송형수, 허성태 등 나루 역의 아역 한 명을 제외하곤 모든 출연진이 ‘남탕’이었던 것. “나는 남자영화를 그렇게 많이 하지 않았다. 남녀비율이 비슷한 영화를 많이 했다. ‘남한산성’은 그럴만한 인물의 구성과 배치가 된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박해일은 그 와중에 눈에 띄었던 역할들과 황동혁 감독의 활약을 읊었다. “나루는 이 영화의 ‘희망’을 상징한다. 김상헌과의 모습으로 ‘남한산성’의 무게감을 다른 국면으로 만들어준다. 이다윗 씨는, 그 친구가 초등학교 때 내가 나온 ‘극락도 살인사건’에 같이 출연했는데 이번에 오랜만에 만났다. 이창동 감독의 ‘시’로 깊이 있는 연기를 보여주더니 어느 샌가 방황하는 청년의 연기까지 능청스럽게 보여주더라. 황동혁 감독님의 영화는 지금까지 결이 달라왔다. 이번에는 한 번도 안 해본 정통사극을 도전하신다는 얘길 듣고 ‘저 분도 정상은 아니다’라고 생각했다.(웃음) 보여주실 게 많은 분이구나 싶었다.”



제작비 150억 원을 투입한 ‘남한산성’은 김훈 작가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탄탄한 서사, ‘도가니’ ‘수상한 그녀’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황동혁 감독, 화려한 출연진의 합세로 올 추석 최고의 기대작으로 떠오른 상태. 압도적인 규모에서 흥행에 대한 부담이 있지는 않았을까.

“영화 초반부터 눈 덮인 성과 자연, 인물을 보여줘야 했다. 눈이 실제로 많이 안 와서 감독님께서 애를 태우셨다. 그래선지 감독님께서 살이 많이 빠지셨다. 눈을 만드는 과정에서 아마 제작비도 많이 든 것 같다. 하지만 그런 걸 부담으로 가지면 연기가 안 될 것 같아 연기 외적인 부분에서는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영화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반면교사’의 메시지가 관객들에게 지루하지 않게 전달된다면 작품을 만드신 분들이 만족하실 것 같다.”

배우 박해일이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서경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조은정 기자


2000년 연극 ‘청춘예찬’으로 데뷔한 박해일은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아역 조연부터 ‘질투는 나의 힘’ ‘국화꽃 향기’ ‘살인의 추억’ ‘연애의 목적’ ‘괴물’ ‘극락도 살인사건’ 등 장르를 넘나들며 2000년대 화제의 작품들에서 주연으로 활약했다. ‘이끼’ ‘최종병기 활’ ‘은교’ ‘제보자’ ‘덕혜옹주’까지 꾸준히 작품을 채워오며 멜로, 시대극, 미스터리 스릴러, 액션, SF 판타지, 드라마, 코미디, 어드벤쳐 등 거의 모든 장르를 거쳐 왔다.

“굳이 내가 의도해서 변화를 주려는 건 아니다. 시간이 많이 지나면 전에 했던 캐릭터에서 더 보완을 할 수도 있겠다. ‘로코’도 지금 나이 대에 할 수 있다면 안 해볼 이유는 없겠다. ‘연기는 철들지 않아야 잘 할 수 있다’는 이병헌 선배님의 말을 듣고 나도 그렇다고 생각했다. 작품을 하면서 견고해지는 틀이 생길 수도 있을 텐데 그걸 깨라는 말인 것 같다. 장벽을 고려하지 말고 쭉 가보라는 뜻이겠다.”

한 분야를 십 년 이상 하는 것, 베테랑이 된다는 것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숙달된 작업을 어려움 없이 소화할 수 있게 되지만, 한편으론 매너리즘을 경계해야 하는 시기도 찾아오기 마련이다. 내후년이면 어느덧 20년차 배우다.

“순간순간 그런 게 다가오긴 한다. 촬영을 안 할 때 다른 작품을 보고서 오는 부담감, 위축감도 있다. 하지만 그걸 계속 받는 건 스트레스인 것 같다. 그런 기운이 올 때 나는 비우려고 한다. 최대한 배우라는 시선과 생각을 덜 받으려 한다. 그러다가 배우로서 욕망이 생기면 또 다시 스타트 지점을 만든다. 나는 그럴 때 걷는 편인 것 같다. 마음을 크게 잡지 않고 일단 근처를 걷는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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