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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파’ 검출 라이고 연구진 3인에 노벨물리학상 영예

우주탄생 이해에 기여한 역사적 발견, 앞으로 몇 세기간 우주탐사에 큰 도움 될 전망

라이스 바이스, 배리 배리시, 킵 손 교수, 2015년 블랙홀 충돌로 ‘시공간 일그러짐’ 첫 탐지

2017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라이너 바이스(왼쪽부터)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 명예교수, 배리 배리시 캘리포니아공과대학(캘텍) 교수, 킵 손 캘텍 명예교수. /AFP=연합뉴스




올해 노벨물리학상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1879∼1955)이 주장한 중력파의 존재를 확인한 고급레이저간섭계중력파관측소(라이고·LIGO) 연구진에게 돌아갔다. 라이고 연구단의 중력파 탐지는 발표 직후부터 우주 탄생을 이해하는 데 단서가 될 큰 과학 발견 중 하나로 꼽히며 그동안 노벨상감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최초로 블랙홀 두 개로 이뤄진 쌍성계의 존재를 확인하고 블랙홀의 충돌과 합병 과정이라는 극적 현상을 기록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큰 업적이었다.

국내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중력파 천문학’의 시작이라는 의미가 있다며 우리나라도 투자를 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우주를 보는 데는 빛, 즉 전자기파 관측에 의존하는 ‘전파 천문학’이 사실상 유일한 방법이었으나, 중력파 관측이라는 새로운 도구로 우주를 들여다 볼 방법이 생긴 것이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3일(현지시간) 라이너 바이스(85)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 명예교수와 배리 배리시(81) 캘리포니아공과대학(캘텍) 교수, 킵 손(77) 캘텍 명예교수 등 3명을 올해 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노벨위원회는 이들의 소속을 모두 ‘라이고/비르고 협력단’(LIGO/VIRGO Collaboration)으로 표기하고 ‘라이고 탐지기와 중력파 관측에 대한 결정적 기여’를 업적으로 꼽았다. 미국 2곳에 탐지기를 둔 라이고(LIGO)는 미국이 주도하는 중력파 관측단이며, 이탈리아에 탐지기를 둔 비르고(VIRGO)는 이탈리아·프랑스·네덜란드·폴란드·헝가리 주도의 중력파 관측단이다.

이 연구단은 블랙홀 충돌 등으로 일어나는 시공간의 미세한 일그러짐인 ‘중력파’를 매우 정밀한 기기를 활용해 탐지하고 분석하는 일을 하고 있다.

라이고 연구진은 지난해 2월 공간과 시간을 일그러뜨린다는 ‘중력파’의 존재를 직접 측정 방식으로 탐지했다고 발표했다. 중력파의 간접 증거가 발견된 적은 있었으나, 직접 검출이 이뤄진 것은 인류 과학 역사상 처음이었다. 세 수상자의 업적은 질량이 있는 물체가 일으키는 ‘중력파’를 사상 최초로 직접 탐지하는 프로젝트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것이다.

아인슈타인이 꼭 100년 전인 1916년 일반상대성이론으로 예측한 바를 관측으로 입증한 이 발견은 우주 탄생을 이해하는 데 큰 구멍을 메워 줄 우리 시대의 가장 큰 과학 발견 중 하나로 꼽힌다.

노벨위원회는 ‘중력파’ 확인은 “세계를 흔들었던 발견”이라면서 수상자들은 이번 연구를 완성으로 이끌고 40년간 노력 끝에 마침내 중력파를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라이고 연구진이 처음 중력파를 탐지한 것은 2015년 9월 14일이다. 당시 발견된 중력파는 태양 질량의 36배와 29배인 블랙홀 두 개로 이뤄진 쌍성이 지구로부터 13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충돌해 합쳐지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었다.

라이고 연구는 1980년대에 바이스 명예교수와 킵 손 명예교수 등이 중력파를 검출하는 수단으로 처음 제안했다. 이후 거의 50년에 걸쳐 20여 개국 출신 1,000여 명의 연구자들이 참여하는 공동 프로젝트로 발전해 중력파 확인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바이스 교수는 이날 노벨위원회와 한 전화통화에서 수상소식을 전해 듣고 “(함께 고생한) 연구진 1,000명의 성과를 인정한 것이라고 여기겠다”며 “그것은 40년에 걸친 아주 헌신적인 노력이었다”라고 밝혔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중력 현상의 정체는 질량을 가진 물체가 주변의 시공간을 일그러뜨리는 것이다. 질량이 매우 큰 블랙홀과 같은 물체들이 충돌하면 그 과정에서 시공간이 일그러지는 파동이 우주의 전체 공간으로 퍼져 나간다. 이를 ‘중력파’라고 한다. 마치 전하를 띤 물체가 움직이면 전자기파가 발생하듯이, 질량을 가진 물체가 중력파를 일으키는 것이다.

이런 중력파의 존재는 아인슈타인이 1916년 일반상대성이론으로 예측했으나, 이를 직접 탐지하려면 1해(亥·10의 20거듭제곱)분의 1 혹은 이를 능가하는 수준의 정밀도가 필요했다.

이번 노벨상 상금의 절반을 받는 바이스 교수는 1970년대에 배경 노이즈를 극복할 수 있는 초정밀 레이저 간섭계를 설계해 중력파 탐지의 주춧돌을 놓았다. 그는 1980년대에 손 교수와 고(故) 로널드 드레버 캘리포니아공대 명예교수와 함께 중력파를 검출하기 위해 초정밀·초대형 시설을 만들자는 ‘라이고 프로젝트’를 세계 과학계에 제안했다. 이 중 드레버는 올해 3월 별세해 노벨상 지명을 받지 못했다.

수상자 3명 중 하나로 뽑힌 배리시 교수는 1994년 결성된 라이고 연구단의 연구책임자(PI)다. 그는 이후 연구시설 건설과 가동을 감독하고 세계 곳곳에서 활동중인 1,000여명의 연구 참가자들을 이끄는 역할을 했다.

라이고 연구단은 2015년 9월 14일 사상 최초로 중력파를 탐지하는 데 성공했으며, 그 분석 결과를 2016년 2월에 발표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아인슈타인의 중력파 예측 후 100년, 라이고 연구단 결성 후 20여년만이었다. 그 전에 중력파의 간접 증거가 발견된 적은 있었으나, 직접 검출이 이뤄진 것은 인류 과학역사상 처음이었다.

라이고 연구단이 처음으로 탐지했던 중력파는 태양 질량의 36배와 29배인 블랙홀 두 개로 이뤄진 쌍성이 지구로부터 13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충돌해 합쳐지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이 신호는 13억년 후에야 지구에 도달했다.

라이고 관측실험 설명도. /노벨위원회


라이고 연구단은 첫 중력파 탐지 이후에도 블랙홀 충돌로 생긴 중력파를 2015년 12월, 올해 1월과 8월에도 탐지하는 데 성공하는 등 연구를 이어 나가고 있다. 이 중 올해 8월 탐지는 라이고·비르고 양 연구단이 함께 한 것으로, 중력파 관측을 위한 새로운 국제 협력의 첫 성공 사례다.

국제 연구진 1,000여명의 일부로 참여한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KGWG)의 이형목 단장(서울대 교수)은 우리나라는 중력파 실험 장비나 이에 경험이 있는 과학자가 없다고 설명하고 한국 학자들은 주로 자료 처리와 분석에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산업수학연구부 소속 오정근 박사는 ”중력파 최초발견은 노벨상 수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중력파 천문학’의 시대가 시작됐음을 의미하는 역사적 사건“이라며 ”앞으로 우리도 뒤처지지 않기 위한 관심과 투자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은 서울대, 한양대, 부산대, 인제대 등 4개 대학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국가수리과학연구소(NIMS), 한국천문연구원(KASI) 등 3개 정부출연연구소에 소속된 20여 명의 물리·천문학자, 대학원생, 컴퓨터 전문가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주로 관측에 사용되는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와 기기 모니터링에 기여하고 있다. 이 단장은 “매우 미세한 신호를 검출해야 해 굉장히 어렵다고 생각하던 중력파 관측을 실제로 했다는 데 의미가 있는 업적이며, 수천명이 참여한 국제 협력 프로젝트이지만 (노벨상 수상자로 선정된) 세 사람이 가장 큰 공헌을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이번 노벨상 수여의 배경을 분석했다. 그는 이어 “중력파는 아인슈타인이 예측했던 여러 현상 중 마지막까지 실험적으로 검증되지 않고 남아 있던 것”이라며 “중력파 연구를 통해 빛을 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블랙홀 같은 천체를 탐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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