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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금수저 전형’ 대입 학종은 공정한가

박현욱 여론독자부 차장





손주은 메가스터디 회장은 종종 1990년대 스타강사 시절 가졌던 고민을 대중에게 털어놓는다. 서울 대치동 학원가에서 부유한 가정의 자녀들 성적을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끌어올리고 그로 인해 큰 부를 쌓은 자신이 바로 사회악(惡)과 다를 바 없었다는 자성의 고백이다. 그가 사회에 진 빚을 제대로 갚고 있는지는 훗날 평가할 문제다. 다만 그의 고백은 우리 사회가 사교육과 대입제도의 불공정·불평등을 어느 선까지 용인할 수 있는지 되묻고 있다.

사교육을 막을 수는 없다. 정도의 문제다. 부유하지 않더라도 저렴하게 사교육을 이용할 수 있고 노력하는 수험생에게 원하는 진로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는 주어져야 한다. 이런 믿음은 대학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되고 학생부종합전형(학종)으로 명칭이 바뀐 과거 10년 동안 완전히 바닥을 드러냈다. 금수저 전형, 깜깜이 전형, 현대판 음서제 등등 학종을 비꼬는 말들이 난무한다.

사실 학종으로 사교육 시장만 득을 보는 게 아니다. 학종은 공교육 강화를 명분으로 내건 교육부, 대학지원사업 주체인 정부의 눈치를 보는 대학, 그리고 학습 주도권과 교권을 더는 내줄 수 없다는 교사들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사교육 절감 방안이라는 말도 어불성설이다. 고교 3년 내내 학원에서 학교생활기록부 컨설팅을 받는 학생들이 부지기수다. 내신 관리에 교내 활동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학생과 학부모들은 금세 지쳐간다. 학종으로 이공계에 진학한 학생이 대학의 수학·물리 강의 수준을 따라갈 수 없어 대입학원에 재수강한 사례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평가의 공정성 훼손은 필히 상대적 박탈감을 낳는다. 과거 수많은 입시제도 문제점이 제기됐어도 대입 수능처럼 철저히 점수에 의한 정량적 평가였기에 공정성 시비는 존재하지 않았다. 수시나 정성적 평가를 아예 거부할 수 없지만 해마다 60만명의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합리적 의심을 받는 비정상적 입시제도라면 그대로 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회 전체 효용이 증가하더라도 어느 한쪽에 불이익과 고통을 준다면 정의가 아니다.’ 미국의 대표적 정치철학자 존 롤스의 명제다. 그는 완벽하게 공정해지려면 그 사람이 인종·빈부·성별 등 우연히 얻은 조건을 철저히 가려줄 ‘무지의 장막’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컨설턴트가 관리해준 학교생활과 학생들이 ‘자소설’이라고 자조하는 자기소개서를 주요 평가 대상으로 삼으면서 공정성·객관성을 논할 수는 없다.

2018학년도 수능을 한 달 앞둔 추석 연휴에 서울 도심 학원가는 한가위 여유로움 따윈 다른 세상 얘기인 듯 수험생들로 가득 찼다. 그들 또한 최순실씨 딸의 수시 부정입학이나 훗날 취업할 때 강원랜드 채용비리 같은 부조리의 잠재적 피해자임을 알고 있을까. 아직 모른다면 시빗거리를 방관한 채 스스로 사회악이라고 고백도 하지 않는 기성세대가 설명해야 한다.

hw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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